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미담이 있는 사회 ◈
카탈로그   본문  
1954.12
박인환
1
미담이 있는 사회
 
 
2
나는 우리나라 사회와 가정과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접촉에 너무 미담이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 이것은 . 지극히 쓸쓸한 일이며 휴머니즘이니 인간의 정의니 하는 요즘의 세상에서는 허망한 일이다. 신문 같은 것이나 잡지를 보면 언제나 살인, 이혼, 체포 등 말만 들어도 싫증이 나는 일만 보도되지 도무지 미담이라는 것은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현상이 전락되고 윤락만 되어간다면 언제 어느 사이 나와 우리들 주변의 사람이 그러한 것에 휩쓸려 들어갈 날이 올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친다. 남의 좋은 일을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저 다른 사람의 나쁜 점과 잘못을 제 자랑처럼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남의 좋은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아무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 사회가 우리나라인 것을 나는 무척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과연 나의 편을 지지해 줄 사람이 몇 사람이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인가? 신문에서는 죄가 없는 사람도 마치 판사가 형을 언도한 것처럼 욕하고 때리고 보잘것없는 강도 사건을 대서 특히 말한다면 우리는 과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어떠한 보람을 거기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다운 일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없는 사회는 문화가 퇴화되고 사람들의 마음은 겨울날의 나무처럼 허전해지고 낙엽처럼 버석버석 고달되어 갈 것이다. 나는 이렇게 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볼 수가 없다.
 
3
어느 날이든지 거리에 나가 차를 한잔 마시면서 남의 좋은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이 좋은 아름다운 행위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면 발걸음이 잘 걸리고 가슴의 무거웠던 짐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다정한 친구나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어린것을 모아놓고 이야기해 준다. ……마치 자기 한 일을 말하듯이……. 눈물이 날 것 같고 가슴은 조니 워커나 진 피스를 한잔 마신 것처럼 시원해진다. 얼마나 신나는 일이냐! 얼마나 눈물 겨운 일이냐! 이 세상에서도 남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한 사람이 있단다. 너도 커서 그런 사람이 되렴 하고 어린것에 이야기할 때 그들의 눈은 신기해서 샛별처럼 빛난다. 아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사회이다.
 
4
그 동안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마약 중독으로 고통하는 친구를 위하여 그가 저지른 여러 사람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서 애쓰는 시인 구상의 일……어머니가 죽어 혼자된 어린것을 데려다 기르는 여류 수필가 전숙희 씨의 자비심……목마른데 물 한모금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은 일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본능이지만 남을 위해서 일해 준다는 것은 본능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위해서 남을 해치고 욕하는 풍습이 오늘의 사회에 만연되고 있다. 이런 짓은 비단 우리나라 사회에서만 있는 일이 아닐지라도 전쟁이 끝나고 사회와 가정의 모든 일이 핍박해진 한국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들이 뵈지 않는 이런 압축된 불길한 환경에서 그대로 지배되고 스스로 긍정해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저 암담해져 갈 것이다. 좋은 내일이 차라리 오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오늘 죽어야 한다. 내일이 없이 오늘이 있을 수 없다. 간혹 오늘을 위하여 살아간다고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있건만 그러한 허무의 정신은 구시대에 이미 사멸되고 말았다. 좋은 앞날은 결코 우리의 것이 되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들은 비록 비참과 고통의 연속에서 산다 하더라도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는 좋은 사회와 가정을 만들고 이끌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5
삭막하고 폐부에 찬바람이 스며들면 들수록 우리들은 남의 좋은 이야기를 해야 되고 좋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좋은 행위를 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쓴 무척 수신(修身)시간의 말과 같은 상식적인 이야기…… 그러나 우리에게서 제일 멀어져가고 있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이다. 미담을 할 수 있는 상식이 우리에게서 사라져가는 세상이 돼 있고 사회의 무형의 제도가 변해 가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좋은 이야기를 보도해 줄 때 세상은 아니 사람의 마음은 밝아지고 우리들의 살아가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6
─『가정』(1954.12)
【원문】미담이 있는 사회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9
- 전체 순위 : 4630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909 위 / 1794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햇빛 바람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미담이 있는 사회 [제목]
 
  박인환(朴寅煥) [저자]
 
  # 가정(잡지) [출처]
 
  1954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미담이 있는 사회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