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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 열린 녹대(祿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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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6.24
이효석
1
바다로 열린 녹대(祿帶)
 
2
─ 그리운 녹향(綠鄕)
 
 
3
바다는 창공과 표정을 같이 하여 흐릴 때에는 슬픈 상을 지니고 개일 때에는 해명한 상을 나타낸다. 그런 날 지평선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와 하늘의 구별은 유산동(硫酸銅)의 2배 액과 3배 용액의 경우와도 같이 명확하다. 때로는 바다는 유산동의 결정(結晶) 그것이다. 유동하는 액체가 아니오, 고정한 광물의 조각같이 견고하고 차고 맑고 귀하고 무겁다. 자전거로 벌판을 달리면서 나는 그 귀한 미각(벌써 시각이 아니다)의 대상을 재찬삼탄(再讚三嘆)하면서 바다를 형용할 적절한 말을 찾으려고 마음속에 곰실곰실하는 동안 종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바다에 이르고는 하였다.
 
4
창공에는 구름이 조각조각 뿌려졌다. 역시 광석같이 굳고, 차고, 맑게 보이는 구름의 조각은 일척일척(一齣一齣)의 투명한 지혜와 같이 아깝고 아름답다. 명서(名書)의 페이지마다 흩어진 빛나는 구절을 줍기보다도 그 구름을 바라보기란 더한층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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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저변으로 한 삼각형의 벌판은 온통 녹화하여 개울을 끼고 내려가는 유역 일대의 녹음은 욱욱하고 그윽하다. 물에서 나는 생물은 물을 낄 때에 가장 아름답게 자라는 것 같다. 새발고사리가 꽃답게 퍼지고, 늘어선 백양이 조촐하게 나부끼고, 갯버들 숲에 이름모를 새들이 깃들이는 것은 모두 유역 부근이다. 구름과 지평선과 백양의 유동하는 윤곽과의 조화는 한입에 삼켜 버리고도 싶은 지상의 선미(鮮味)이다.
 
6
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위대하고 호담한 식욕을 느끼게 된다. 입은 사랑의 마지막 표시의 계단인 까닭이다. 사람은 지극히 사랑하는 물건을 마지막으로 입에 넣어 봄으로 최후적 만족을 얻는다. 아이는 꽃을 씹어 보고 구슬을 입에 문다.
 
7
바다로 열린 벌판에 군데군데 흩어진 떨기떨기의 녹음은 육체를 괴롭히리 만큼 마음을 끊는 그리운 풍물이다. 개울 속의 고기를 건지려는 것도 아니오, 수풀 속의 새둥우리를 찾으려는 것도 아니오, 찾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무더운 탐구의 열정으로 혼몽 중에 유역을 들추고 벌판을 헤매고는 하였다.
 
8
이제 그리운 것은 지난날의 그곳이다. 나는 능라도(綾羅島)의 녹절(綠節)을 사랑한다. 하는 일 없이 나무를 보고 물을 보고 하면서 반날쯤을 지내기는 쉬운 노릇이다. 그러면서도 눈앞의 이 녹향(綠鄕)을 접어두고 도리어 먼곳의 그것을 그리워함은 늘 현재 이외를 구하는 사람의 천성으로 일까. 바람에 떨리는 백양의 입이 눈에 보이고 바다소리가 귀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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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936. 6. 24
【원문】바다로 열린 녹대(祿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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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로 열린 녹대 [제목]
 
  이효석(李孝石)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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