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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뷔스를 추도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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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9.10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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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뷔스를 추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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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주일을 두고 두서없이 시감을 적어가면서 있을 때에 우리는 한개의 비보를 접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인류의 최량의 요우(僚友)요 세계 문학의 거성인 앙리 바르뷔스가 숙병 폐환에 의하여 지난 달 30일 소련 심방중 모스크바에서 61세를 일기로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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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통신으로 이 보도를 받는 날, 나의 붓은 마침 국수사상 고취의 조선적 태두의 전집 간행에 대한 사회적 악영향을 적어가던 도중이라, 나는 한참동안 붓을 멈추고 인생을 안티밀리터니즘과 안티파시즘을 위하여 헌신한 위대한 예술가의 죽음을 이른바 우리 조선의‘대문호’의 거꾸로 선 그림자와 대비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순의 시간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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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에 국제주의에 발을 붙이고 전세계의 인류를 위하여 예술적 저작에서 또는 정치적 행동에서 일생을 마친 고귀한 열정이 있을 때에, 한편에는 그릇된 협착(狹窄)한 민족 관념을 가지고 반시대적 반역사적 공작(工作)에서 배회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한 편(片)의 반성도 없는 저열한 정신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이 나라의 미제레(불행 ㅡ 인용자)에 대하여 새로운 충격을 불금(不禁)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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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론 바르뷔스를 전문으로 연구한 바 없고 불란서 문학을 아는 것이 일소학동의 지식에도 병견(竝肩)치 못한 것이므로 이 위대한 사상가 예술가의 거대한 족적을 기록한 길이 바이 없으나 이의 죽음에서 몇 가지 느낌을 가진 바 없지 않으매, 지금 빈약한 추도의 글을 대 앙리 바르뷔스의 영전에 바치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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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연약하고 갸날픈 이 세대의 청년에 있어서는 또는 빈약한 한두 페이지의 지식을 텅빈 두뇌의 한구석에 구겨박고 그날 그날을 노정표(路程標)를 잃은 대해상(大海上)의 소주(小舟)와 같이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면서 부절(不絶)한 신념의 동요한 풍람(風嵐) 속에 떨고 있는 소도(小島)의 전율을 곧 내 것으로 알고 있는 이 세대의 빈약한 청년에게 있어서는 한 개의 인텔겐트가 출발 지점으로부터 그의 생애의 종점에 이르기까지를 한 번의 마음의 풍랑도 겪지 않고 그대로 그의 항해를 병행시켜 나간 노정에 대하여서보다도 부서지고 깨어나고 넘어져는 다시 일어나면서 부절히 통곡하고는 다시금 그이 진로를 암미(暗迷)중에서 모색하여 새로운 비약을 가지려고 애쓰는 과정으로, 일생의 막을 닫은 오뇌와 약진의 모순을 헤쳐나간 여정에 대하여 보다 큰 흥미와 동정과 충격을 가지게 되는 바 지금 바르뷔스가 〇〇에 고고(呱呱)의 성(聲)을 질러서 그의 반역의 길을 떠났을 때부터 모스크바의 새로운 풍경 속에서 강렬한 결핵균에게 그의 전 몸뚱이를 맡김에 이르는 60년 동안을 애상적 서정시인으로 반전 소설가로 그리고 예술보다 정치적 행동을 갈망하는 열병과 같은 정치열에 사로잡혀서 갖은 박해 속에 허덕이며 때로는 예술 그리고 때로는 정치에서 방황하는 도중에서 강렬한 정치적 과오를 범하는 것도 불구하고, 연약한 소도(小島)와 같은 인텔리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데 소비한 과정에 우리는 보다 더 큰 충격을 맛보는 것이다. 과오가 또한 죄악까지가 그를 사로잡게 할 만큼 한정을 모르는 강렬한 정치욕 ㅡ 인류를 위하여 불타는 거대한 정열 ㅡ 이것이 없으면 이 탁류와 폭풍우 속에서 허덕이는 인텔리겐트의 정신 어느 곳에 그가 범하는 역사적 죄악을 메울 길인들 있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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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일보』, 1935년 9월 8일, 문예시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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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우리는 막심 고리끼의 생애를 회상하여 그가 일리치(레닌 ㅡ 인용자)에게서 정치적 오류의 지적을 받았을 때에 가졌을 불유괘와 혐오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정치는 그만두고 예술에나 전심(專心)하라는 말의 뒤에 있는 것이 경멸인 것을 느끼고 분연히 일리치와 항쟁하였음에 불구하고, 고용히 앉아 있는 국외의 서재 속에서 불타는 정치욕을 이길 길이 바이 없어 다시 일리치의 옆으로 정치의 와중에로 뛰어들은 과정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이며, 30 전후의 일 작가가 그의 『전환시대』에서 서술한 바 정치 생활에 있어서 견딜 수없는, 질식할 듯한 긴장한 공기와 압력을 받을 것 같은 신경을 가지고 참아 나가다가 넘어지는 그 정신을 연약한 지식인의 정열은 둘 없는 존귀한 물건으로 생각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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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애곡녀(哀哭女)」의 일 상징시인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전승 기분에 취하여 있는 속에「포화」를 가지고 항의하고 ×승(勝)의 대석(臺石) 밑에 ×린 수만 불란서의 민중 속으로 뛰어들어간 기상과 의기를 뒤이어, 그이 최후의 반생으로 하여금 예술보다 정×적(政×的) 실천을 하고 욕망케한 정열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고 싶어지는 지식인의 감정을 탓할 수 없는 것이며, 드디어 지식인이라는 계급적 제약성이 가져왔을 정치적 과오로 인하여 정당에서 처분을 당하고도 아직도 억제하기 힘든 정욕(政慾)에 붙들린 노 바르뷔스의 (老) 젊은 감정을 리얼리스트의 정신이라기보다 또한 막연한 세계주의자의 인류애라기보다, 예술가이기 전에 사회적 공인 예술가이면서 단순한 예술가이기를 경멸하는 지식인의 강렬한 정치욕의 창일(漲溢)이라는 의미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매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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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롤랑의 인도주의적인 막연한 정신적인 인류애에 불만을 가지고 그와 오랫동안 논쟁하는 과정에서 발로된, 그의 사상에서 또한 이 강한 행동적인 정치적 열정을 거부하기 힘들 뿐 아니라, 파쇼의 탁류가 전세계를 석권하여, 양심적인 학자와 예술가의 추방이 시대적 유행의 조류를 형성하는 한편에는 밀리터니즘의 여신이 지구 위의 산과 들과 바다와 창공에서 중세기적 무용(舞踊)을 거듭할 때 안티파시즘과 안티밀리터니즘의 세계적 진영을 결성하기에 61세의 노구는 젊은 말같이 주사(駐使)하는 정열에서 또한 바르뷔스의 강렬한 정치적 관심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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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클라르테와 몽드를 거쳐서 지금에 이르는 그의 문화적 정치적 운동의 전과정에서 비록 용서할 수 없는 과오를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할지라도 지금 세대의 가장 빈약한 동방 지역의 일 소작가의 모순투성이의 건조한 마음은 바르뷔스의 생애에서 윤택한 유산을 상속하고자 연약한 두 팔을 멀리 이미 흙으로 변한 그의 몸이 가로누웠을 구로(歐露)의 창공을 향하여 벌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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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지식뿐만이 아니라, 또한 걸어 다니는 두 다리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를 상실한 빈약한 이국의 일 작가가 대 바르뷔스의 영전에 드릴 무슨 선물이 있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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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십 수년 전에 이 땅의 새로운 예술이 그대 바르뷔스의 클라르테(광명)을 앙모(仰慕)하였음에 그의 유산 속에 사는 오늘 10년 후의 작가적 병졸들은 또한 그 먼 앞길에 다시 클라르테(광명)을 노정표로 설정하기를 주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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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이 나라 청년의 그대의 죽음에 드리는 유일한 선물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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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해〔乙亥〕9월 9일 조〔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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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감도 바르뷔스의 추도로 곳을 막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내가 응당이 이야기하려던 많은 제목이 스스로 다음 기회를 엿보지 않을 수 없게 된바, 성(盛히) 논쟁되는 안함광, 한효, 김두용 제씨의 창작방법 논의와 문단 내지는 문학의 위기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의 타개책이라고 하는 가지각색의 처방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시감을 적지 못하게 됨은 유감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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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일보』, 1935년 9월 10일, 문예시감(9)〕
【원문】바르뷔스를 추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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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