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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잊지 못하는 베니스를 오늘 보게되니 실로 감격이 적지 않습니다. 알프스 연산(連山)을 끼고 달아나는 차는, 밤 일곱시에야 베니스에 도착하였읍니다. 멀리서 베니스를 바라보니 수만개의 빨간불이 물속에 꼬리를 가로막고 빛난 광휘를 날리고 있구려. 장하다 할까? 아름답다 할까? 꽃이라면 너무도 크고 별이라면 너무도 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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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에서 내려 ‘프로렌스’호텔에 들게 되었지요. 이 호텔에는 보이와 쿡이 모두 영어를 잘하므로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읍니다. 베니스란 본래 바다 가운데 있는 곳이라 어디던지 물이 없는곳이 없지만, 호텔도 역시 물속에 둘리어 밤에 잠을 자려고 하니까, 철석철석 하고 호텔에 부딪치는 물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읍니다. 고운 초생달은 눈섭 같이 창에 비치고 어느 님을 부르듯 끊임없이 부딪치는 물결 소리는 나그네의 마음을 산란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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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밤 꿈이되어 내 고향을 가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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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이런 시를 지어 보았지요. 베니스란 삼백여섬이 점점(点点)이 널려있는 곳입니다. 더구나 그 섬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인조도(人造島)입니다. 여기서 나는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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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물결은 파랗고 그 물결위에 별같이 널려있는 삼백여섬 ― 이 섬 사이에는 소위 집집마다 깐도라가 있어 교통 기관이 되고 있읍니다. 이 깐도라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이섬 저섬으로 다니는 재미는 여간 아닙니다. 베니스란 말과같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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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깐도라를 타고 이 삼백여 섬을 다 돌아 보았읍니다. 남유럽의 한폭 그림인 이 베니스를 아니 보고는 구주의 풍경을 말하지 못하겠읍니다. 다시 제 2보를 드리오리다. 내내 안녕하시길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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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세계 일주를 한 A씨의 편지 일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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