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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모던 2자와는 인연이 먼 내가 이것을 쓴다는 것이 적지 아니한 외도인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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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왕님의 명령’ 이니 거역해서는 아니 된다,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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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의 인텔리군은 자극의 만성중독자들이다. 색채는 강렬한 것을 구한다. 그 일례로 요즘 여자들의 의복의 빛깔과 무늬를 들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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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성행하는 것은 그것이 가두(街頭)의 소음을 능히 이겨내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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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모험성이나 살벌성을 띤 것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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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은 복잡하고도 아기자기한 것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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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베비 골프가 모던 가두의 일경을 이루게 된 것이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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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비 골프라고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꽤 그럴 듯하기는 하지만 나더러 이름을 지으라고 했으면 ‘소꼽질 골프’ 라고 했을 것이다. 훤하니 넓은 잔디 벌판에서 딱 힘있게 골프를 치는 흉내로 손바닥만한 마당에 열 여덟 개의 다 다른 코스를 만들어놓고 조그마한 공채로 조그마한 공을 쳐서 구멍으로도 넣는 이 얄망궂은 장난이‘소꼽질 골프’─소위 베비 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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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코스가 다 다르나 또 베비 골프장마다 코스가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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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본 의도는 될 수 있으면 얄망궂게 만들어놓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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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를 들면 약 40도 가까운 경사진 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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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밑에서 딱 쳐올리면 공이 위로 올라가기는 하나 대개는 구멍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도로 다그르르 굴러내려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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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코스든지 구멍에 집어넣기까지 친 회수를 세어 메모에 적어 가지고는 열여덟 코스를 합해서 점수가 적어야만 성적이 승편(勝便)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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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베비 골프니 소꼽질 골프니 또 얄망궂은 장난이니 한 말을 듣고, 그러면 정말 아동의 유희장인가 여겨서는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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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비 골프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누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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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조선 서울서는 1933년식이라고 자랑하는 새로운 감으로 새로운 맵시로 지은 양복을 입고 얼굴이 해맑고 어제 저녁에 바아 ××에서 어찌어찌 했다든지쯤의 사교적 담화쯤은 척척 내놓을 만한 청년신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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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당당히 정식을 갖추어 골프 바지를 입은 용사도 더러는 섞이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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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얼굴은 몹시 익은 숙녀도 만록총중 수점홍(萬綠叢中數點紅)으로 섞이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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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꼬(××子[자])상과 동반해온 이도 있고 ×홍이나 ×월이나 ×옥이를 데리고 온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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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후(日後)에 내 친구가 경성부윤이 된다면 나는 그에게 권고하여 ‘모던 보이 모던 걸 사절 ── 가족 동반자 두뇌노동자 대환영’ 이라는 패를 써붙인 베비 골프장을 부영(府營)으로 많이 만들어놓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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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 193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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