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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같은 반딧불에 싸인 옛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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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9
채만식
1
별 같은 반딧불에 싸인 옛 記憶
 
 
2
울타리에 하얗게 박꽃이 피는 황혼도 지나고 들 가운데 원두막에서 등불이 반짝일 때면 텃밭에서 개똥불이 남의 흉내를 내는 듯이 조그맣게 반득거린다.
 
 
3
반딧불이 개똥에서 생긴대서 개똥불이라고 한다.
 
4
나기야 개똥에서 나건 쇠똥에서 나건 지나간 어렷을 적 여름밤의 고운 추억은 작은 별 같은 반딧불에 싸여 있다.
 
5
마당에 지펴놓은 모깃불에서 가는 연기가 졸립게 솟아오른다.
 
6
외양간에서 소 목에 달린 요령이 심심하면 한번씩 울린다.
 
7
마루에서는 형수들이 시뻘건 숯을 담은 다리미로 흰 빨래를 다리고 있다.
 
8
“검은 암탉이 붉은 알을 품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무어냐?”
 
9
나는 다리미질하는 것을 보는족족 내어놓는 이 수수께끼를 또 내어놓는다.
 
10
“다리미.”
 
11
나와 나이 비슷같아 밤낮으로 싸우고 밤낮으로 같이 노는 내 사촌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12
개똥불이 길을 잃어버리고 잘못 마당으로 날아들어온다.
 
13
“똥구멍에 초롱(등불) 달린 게 무어냐?"
 
14
역시 개똥불을 보는마다 내놓는 수수께끼다.
 
15
“개똥불.”
 
16
싱거운 것이 무어냐! 퍽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17
“개똥불 잡으러 가까?”
 
18
“가자."
 
19
두 장난꾸러기는 담뱃대를 물고 마루에 누워 조는 어머니 몰래 살금 텃밭으로 뛰어가서 개똥불은 하나도 잡지 못하고, 이슬에 옷만 호졸곤하게 적신다.
 
20
파랗게 어여쁜 불을 켜가지고 저희끼리도 놀 멋에 지쳤는지 홀홀 날아다니는 개똥불이 참말 좋았던 것이다.
 
21
개똥불을 잡으려다 잡으려다 못 잡고 돌아오면 빨래를 다리던 형수들이 충동이를 시킨다.
 
22
“되렌님!”
 
23
“응?”
 
24
“참외 먹고 싶지 않우?”
 
25
“참외? 나두 줘……”
 
26
“호호호호.”
 
27
“호호호호.”
 
28
모두들 웃는다.
 
29
“참외 먹고 싶어요?”
 
30
“응.”
 
31
“사랑에 나가서 졸라요, 사달라고……”
 
32
이렇게 충동이를 받고 나면 누구든지 아버지든지 형님이든지 내게 졸려 아니 사주고는 못 배긴다.
 
33
머슴이나 사랑의 심부름꾼이 그릇을 가지고 나서는 것을 보고 따라나서려 하나 그것은 절대로 금지다.
 
34
참외가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졸린 눈을 비비며 까맣게 기다리다 못하여 그냥 잠이 들어버린다.
 
35
이튿날 식전에 잠이 깨어보면 내 몫으로 큰 놈이 두 개나 세 개 앞 시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원문】별같은 반딧불에 싸인 옛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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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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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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