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울타리에 하얗게 박꽃이 피는 황혼도 지나고 들 가운데 원두막에서 등불이 반짝일 때면 텃밭에서 개똥불이 남의 흉내를 내는 듯이 조그맣게 반득거린다.
3
반딧불이 개똥에서 생긴대서 개똥불이라고 한다.
4
나기야 개똥에서 나건 쇠똥에서 나건 지나간 어렷을 적 여름밤의 고운 추억은 작은 별 같은 반딧불에 싸여 있다.
5
마당에 지펴놓은 모깃불에서 가는 연기가 졸립게 솟아오른다.
6
외양간에서 소 목에 달린 요령이 심심하면 한번씩 울린다.
7
마루에서는 형수들이 시뻘건 숯을 담은 다리미로 흰 빨래를 다리고 있다.
8
“검은 암탉이 붉은 알을 품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무어냐?”
9
나는 다리미질하는 것을 보는족족 내어놓는 이 수수께끼를 또 내어놓는다.
11
나와 나이 비슷같아 밤낮으로 싸우고 밤낮으로 같이 노는 내 사촌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12
개똥불이 길을 잃어버리고 잘못 마당으로 날아들어온다.
13
“똥구멍에 초롱(등불) 달린 게 무어냐?"
14
역시 개똥불을 보는마다 내놓는 수수께끼다.
16
싱거운 것이 무어냐! 퍽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19
두 장난꾸러기는 담뱃대를 물고 마루에 누워 조는 어머니 몰래 살금 텃밭으로 뛰어가서 개똥불은 하나도 잡지 못하고, 이슬에 옷만 호졸곤하게 적신다.
20
파랗게 어여쁜 불을 켜가지고 저희끼리도 놀 멋에 지쳤는지 홀홀 날아다니는 개똥불이 참말 좋았던 것이다.
21
개똥불을 잡으려다 잡으려다 못 잡고 돌아오면 빨래를 다리던 형수들이 충동이를 시킨다.
32
이렇게 충동이를 받고 나면 누구든지 아버지든지 형님이든지 내게 졸려 아니 사주고는 못 배긴다.
33
머슴이나 사랑의 심부름꾼이 그릇을 가지고 나서는 것을 보고 따라나서려 하나 그것은 절대로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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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가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졸린 눈을 비비며 까맣게 기다리다 못하여 그냥 잠이 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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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식전에 잠이 깨어보면 내 몫으로 큰 놈이 두 개나 세 개 앞 시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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