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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상에서 아내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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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1
병상에서 아내에게
 
 
2
아내여!
 
3
무정한 날이 그날그날 가고 있읍니다. 금년도 이제는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세상이 괴롭습니다.
 
4
그간 식(6개월된 아들)이도 잘놀고 당신도 무고 한지요. 나의 병은 일진일퇴로 낳았다 더 하였다 할 뿐이요. 별 차도가 없습니다. 아, 생사조차 알수없는 이 길고 긴 병! 이 무서운 병을 머리에 쓰고 금년도 마지막 보내게 되는 이 심사야 당신도 짐작하겠지요. 사랑하는 영이도 떠나고 못잊는 당신도 떠나서 이렇게 적막한 절간에서 그날그날을 보내려니, 아무리 운명이라 하지만 너무 악착하지 않는가 합니다. 어린애 같이 눈에서 눈물이 떨어 질때가 있읍니다.
 
5
일전에 보내준 英[영]이의 스케치는 잘 보았읍니다. 그 처럼 크고 똑똑하고 복실복실 했읍니까? 그 스케치를 보고 英[영]이를 생각하면 당장에 당신이 있는 친가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아, 날개라도 있으면 생각하지요. 그러나 이 원수의 병이 허락하지 않는구료.
 
6
아! 사랑하는 英[영]이! 英[영]아 너는 애비도 없는 틈에 엄마하고 잘놀고 잘커서 그처럼 복실복실 해졌는가? 네가 보고 싶다. 나의 사랑이요, 나의 보물인 英[영]아!
 
7
여보, 아내여!
 
8
명절이 온다고 이 절에서도 야단 들입니다. 떡치는 소리, 빈대떡 지지는 소리. 세상은 좋아라고 환성이 쌓인듯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오려는 새해를 기다리는가 봅니다.
 
9
그러나 나는 벽에다가
 
10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11
‘만사를 운명에 맡기고 편안히 쉬자.’
 
12
‘인생이란 너무도 약하다.’
 
13
이런 문구를 붙여놓고 그날그날을 지낼 뿐입니다. 새해가 오면 무엇합니까? 윷놀이 한번 할수없는 이 몸이라 그저 눈물에 가슴을 적실 뿐이지요. 그러나 걱정 말아요. 신이 나를 버리지 않으시면 새로운 날을 맞이할 때가 오겠지요.
 
14
세찬이라고 갈비 한 짝, 밀감 한 궤짝을 보냅니다. 요사이 돈이 잘 통용되지 않습니다. 대금인환으로 온 유성기도 아직 찾지 못하였읍니다. 시계는 고쳐 보내니 받으시요. 새해나 지나서 몸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장인께 세배 겸 가겠습니다.
 
 
15
──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병상에서 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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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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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