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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우(病友)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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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4
최남선
1
病友[병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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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부슬부슬하여 사람이 그리우며, 더욱 병든 벗 생각이 간절하도다. 뜻밖에 걱정되는 기별을 보낸 그가 이미 병원에 들어갔나, 아니 갔나, 마음이 연방 끌리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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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園[춘원]이 병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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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병은 누에의 잠자는 것 같으니, 잠자는 족족 발육의 한 단계를 오르는도다. 젊은이 병은 淸潔法[청결법] 시행과 같으니, 북더기 담은 몸은 이 때문에 청신한 맛이 나며, 健旺[건왕]한 기운이 돌아 활력이 一段[일단] 충실하며, 意思[의사]가 일층 발랄하게 되는도다. 병의 달겨드는 모양은 方相氏[방상씨]같이 흉악하지마는 다녀간 자취는 그다지 괴악하고 버릴 것만 아니니, 병이란 말을 듣고 놀라기만 할 것도 아니요, 겁부터 생길 것 아니요, 애만 쓸 것 아니도다. 묵은 북더기를 쓸어 내고 새 활기 얻으려 하는 生理上改革運動[생리상개혁운동]인 병은 무서워하는 밖에 진시 다녀 갔으면 할 이유조차 없다 할 수 없도다.
 
5
春園[춘원]은 右肺[우폐]에 結核[결핵]兆朕[조짐]이 보였다 하는도다! 북더기는 大門[대문] 中門[중문]에도 있으며, 앞뜰 뒤뜰에도 있으며, 廳上[청상], 堂中[당중], 실내, 아무데도 생기며 있는 것이라 방 안에 있다고 더 變[변]이 아니며, 좌석 사이에 있다고 더 걱정될 이유가 없나니, 어딜는지 얼른 쓸어 버려 더러움이 머무르지 않도록 하면 그만일지로다. 세인이 흔히 肺患[폐환]에 대하여 일종 특별한 두려움을 가지며, 이 심리가 더욱 환자 자신의 신경으로 하여금 과도히 예민하게 하거니와, 없던 것이 생겨나려 하든지, 있던 것이 고쳐지려 할 때에 반드시 고생이 있으며, 創造[창조] 革新[혁신]될 분수가 큰 만큼 그 고생도 또한 적을 수 없나니, 고생에 대하여 무서움을 품기 전에 새 조직과 새 건강에 대한 기대와 위안에 念到[염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一身[일신]중 가장 중요한 부분에 革新[혁신]되려는 兆朕[조짐]이 보일진대 새로와짐의 기대도 더 클 것이 아닌가. 새로와지리란 위안도 더 클 것 아닌가.
 
6
지난 동안 春園[춘원]의 생애는 漂浪的[표랑적]이며 감상적이며 非攝生的[비섭생적]인지라, 정신상에 다소 苦惱[고뇌]를 지내는족족 그의 육체상에도 비등한 愆欠[건흠]이 생기지 아니치 못하였도다. 뜨거운 머리와 찬 손으로 북으로 시베리아의 들에 헤매며, 남으로 揚子江[양자강]의 언덕에 구를 때에 浮萍[부평]轉蓬[전봉]같은 신세가 가는 곳마다 바를 얻지 못하고, 끓은 피 더운 눈물이 잠시도 그에게 떠나지 아니하였다니, 건강의 기분을 이 중에 잃어버리지 아니하였을까? 가슴 속에는 仙藥[선약] 같은 心光[심광]이 답답하게 갇혀 있는데, 스스로 집어낼 방편이 부족하고, 남이 알아 줄 기회가 얼른 오지 아니하여, 帝釋山[제석산] 달에 외로운 그림자를 돌아보고 馬山萬[마산만] 물에 여윈 얼굴을 비추기 몇해런지, 아침에 이 때문에 上氣[상기]를 하고 저녁에 이 때문에 惱神[뇌신]을 하였나니, 건강의 기분을 이 중에 잃어버리지 아니하였을까? 金心繡肚금심수두]는 吐[토]할수록 燦爛[찬란]하고, 綺辭麗筆[기사여필]은 떨어지는족족 寄壯[기장]하여 詩[시]로 文[문]으로 소설로 희곡으로, 古文化讚仰[고문화찬앙]의 꾀꼬리로, 新曙光[신서광] 導迎[도영]의 꼬꼬댁으로 동서에 馳突[치돌]하고 縱橫[종횡]히 揮灑[휘쇄]하기를 月以屆年[월이계년]하고 日以繼夜[일이계야]하였으니, 건강의 기분을 이 중에 잃어버리지 아니하였는가? 그러나 그에게 무쇠 같은 몸이 있었나니, 閑關[한관]萬里[만리]쯤에 受損[수손]할 리 없으며, 그에게 한량 없는 정력이 있나니 日記萬言[일기만언]쯤에 피로할 리 없으며, 그에게 卓邁[탁매]한 才分[재분]이 있나니 敎學[교학] 雙勵[쌍려]와 舌筆[설필] 兩勞[양로]쯤에 缺如[결여]할 리 없도다.
 
7
春園[춘원]의 건강이 무엇에 상하였나?
 
8
나야 안다 하리라. 그는 시인이로다. 情熱家[정열가]로다. 남이 느끼지 못하는 바에 느끼는 것이 얼마며, 남이 깨치지 못하는 것에 깨지는 것이 얼마며, 그리하여 남이 원통해 하고 슬퍼하고 근심하고 울지 아니하는 바에 혼자 원통해 하고 슬퍼하고 근심하고는 우는 것이 무릇 얼마인지를 알지 못하는도다. 아침 놀이 불끈 솟을 때, 저녁놀이 홀연히 덮었을 때에 무심한 여러 사람 틈에 그 혼자 깊은 생각으로 들어감을 내 보았도다.
 
9
꽃이 우거진 곳, 달이 환한 곳에 좋다고 즐겨하는 무리 가운데 그 혼자 하염없는 눈물로 눈시울 적심을 내 보았도다. 그가 우리 모두를 대신하여 입있는 표를 하려 하며, 답답한 가슴을 훓어내려 하며, 서러운 사정을 그려내려 하며, 앓는 소리를 지르려 하며, 병 증세를 샅샅이 形容[형용]하려 하는 줄을 내 아는도다. 이를 위하여 많은 사실을 얻어 두고, 이를 위하여 갖은 말을 준비하였도다. 이 재료를 아름답도록 또 굳세도록 얽어서 하늘에 닿는 불기둥처럼 광명 위력의 八全[팔전]한 무엇을 만들 양으로 그 경륜이 오래고, 그 바람이 높고, 그 기다림이 멀고 큰 줄을 내 아는도다, 갑갑하도다. 기운이 답쌓일밖에 없도다. 남 모르는 근심과 남 아니하는 걱정에 그가 이제 남이 깨닫지 못하는 病[병]에 붙잡혔도다. 잠시일망정 병상에 穩臥[온와]치 아니치 못할 사람이 되었도다.
 
10
빗방울이 연방 유리창에 수정 사마귀를 갖다 붙이는도다. 小病[소병]이 비록 大健康[대건강]의 전제가 된다 할지라도 이는 理致[이치]의 말이라, 정든 벗, 기다림 많은 벗이 天涯異方[천애이방]에 조심될 병으로 눕겠다 하니, 놀랍고 근심스러움이 어찌 다함이 있을까보냐? 强攝[강섭]이 응당 하루바삐 勿藥[물약]할 지경으로 그를 끌어 낼 줄을 믿고 또 믿는 바이로되, 그와 한가지하던 책상을 대하여 그와 한가지하던 벼루를 쓰매, 병든 그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情[정]이 봄비 방울보다 더 많도다. 春園[춘원]이 누운 창에도 이 비가 소리를 하는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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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一八年[일구일팔년] 四月[사월] 靑春[청춘] 第十三號[제십삼호]>
【원문】병우(病友)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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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우 생각 [제목]
 
  최남선(崔南善) [저자]
 
  청춘(靑春) [출처]
 
  191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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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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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