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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이야기 ◈
《카탈로그》 본문	1955. 4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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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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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술을 마실 때 나무에서 새가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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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언젠가 사나운 겨울이 가고 봄은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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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싹트고 웃음이 우거지는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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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사(調馬師)와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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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에서 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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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酒場)의 작부와 손을 맞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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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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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아니면 내일의 거짓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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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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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나면 아무에게나 인사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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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물은 푸르고 인생은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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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말은 숲속으로 달아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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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벗은 수녀는 수치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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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연지와 같이 고운 하늘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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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아는 돌고 바람은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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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새가 재잘거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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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휘파람에 맞추어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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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진정 즐거운 것인가……고.

20

교회의 종소리가 어두움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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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1955. 4)

【원문】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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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3년 0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