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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外套[외투]와

외투를 입고 다니자니 터분하고 벗어놓고 다니자니 허전한 게 섭섭하다.

일요일날 아침

날씨가 약간 산득거리는 듯도 하고 가끔 흐리는 것도 같다. 다행히 여겨 외투를 입고 나섰다.

사(社)에까지 가는 동안에 몇 사람의 ‘동지’를 만난 것이 마음에 저으기 흡족하다.

오정이 되어 창경원이나 갈까 하고 나섰다.

울안에 섰는 수양버들가지와 길에 나선 젊은 여인의 저고리 고름이 봄의 정(精)을 뽑아먹는 듯이 말쑥하고 가벼워 보인다. 투박한 내 외투와는 더욱 선연히 대조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일금 12원야라를 주고 레디 메이드 집에서 재작년에 사입은 것이니까.

교동(校洞)을 지나 종로로 나서니 봄이 더 많이 와서 있다. 활활 열어젖힌 전차의 유리창, 자극성이 적은 빛깔에 무늬가 은근한 여인네의 치마폭, 보드라운 봄장갑, 연한 파라솔.

엷은 회색 모자에 카키빛 레인코트를 아무렇게나 걸친 모뽀, 그 밑으로 보이는 짙은 남색 바짓가랭이……

시골서 미리 다가 구경을 온 면장님의 고기작고기작한 세루 스프링과 무릎 나온 세루 바지 등등……

검정 순사와 내 외투가 아직 동면을 한다.

나는 외투를 벗어 들어보았다. 벗어들고 생각하니 쑥스럽다.

골목쟁이 ‘그 집’ 으로 들어가서 일금 1원야라를 받고 거북한 동산(動産)을 처분하였다.

외투 요량을 하고 내의를 얇게 입고 나온 것이 한이다. 그러나 그 대신 그 놈 1원으로 뱃속에 알콜을 부어서 열을 올리었다. 그 덕에 봄나물도 금년에는 꽤 일찌기 맛을 본 셈이다.

<彗星[혜성] 1931년 4월호>

【원문】봄과 외투(外套)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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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봄과 외투와 [제목] ◦ 채만식(蔡萬植) [저자] # 혜성(잡지) [출처] ◦ 1931년 [발표] ◦ 수필(隨筆) [분류]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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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3년 0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