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음 도조(小作料)는 왜 아니 무는 거야?
11
사음 왜 바슴을 아니하고 저렇게 두어두는 거야? 지금이 섣달 그믐인데……
12
안해 바슴을 한대야 도조도 못될 텐데 거름값이야 세전이야 농채야 무테기로 달려들 것을 그 일을 누가 당하라고요.
13
사음 그렇지만 멀쩡하게 도조도 아니 물려고 해?
14
안해 아니 물랴는 게 아니라 물 게 있어야지요.
15
사음 저놈이라도 위선 바슴을 해서 자라는 대로 물고 모자라면 내년에 물든지 해야지.
16
안해 밤낮 도조만 물다가 못 살라구요. 정 받으랴거든 손수 와서 바슴을 해가랍디다.
17
사음 그 따위로 뱃심을 부리고 내년에도 논을 부쳐줄 줄 아나?
18
안해 밑지는 농사! …… 짓고 싶지도 않수.
28
사음 왜 바슴은 아니하고 저렇게 두어두는 거야? 지금이 섣달 그믐인데……
29
안해 바슴을 한데야 도조도 못될 텐데 거름값이야 세전이야 농채야 무테기로 달려들 것을 그 일을 누가 당하라고요.
30
사음 그렇지만 멀쩡하게 도조도 아니 물려고 해?
31
안해 아니 물려는 게 아니라 물 게 있어야지요.
32
사음 저놈이라도 위선 바슴을 해서 자라는 대로 물고 모자라면 내년에 물든지 해야지.
33
안해 밤낮 도조만 물다가 못살라고요. 정 받으랴거든 손수 와서 바슴을 해가랍디다.
34
사음 그 따위로 뱃심을 부리고 내년에도 돈을 부쳐줄 줄 아나?
35
안해 밑지는 농사! …… 짓고 싶지도 않수.
42
안해 거름값(肥料代)을 아니 갚는다고 불러갔대요.
45
사음 왜 바슴을 아니하고 저렇게 두어두는 거야? 지금이 섣달 그믐인데……
46
안해 바슴을 한대야 도조도 못될 텐데 거름값이나 세전이야 농채야 무테기로 달려들 것을 그 일을 누가 당하라고요.
47
사음 그렇지만 멀쩡하게 도조도 아니 물려고 해?
48
안해 아니 물려는 게 아니라 물 게 있어야지요.
49
사음 저놈이라도 위선 바슴을 해서 자라는 대로 물고 모자라면 내년에 물든지 해야지.
50
안해 밤낮 도조만 물다가 못살라구요. 정 받으랴거든 손수 와서 바슴을 해가랍디다.
51
사음 그 따위로 뱃심을 부리고 내년에도 논을 부쳐줄 줄 아나?
52
안해 밑지는 농사! …… 짓고 싶지도 않수.
59
안해 학교에 부역(負役) 났다고 갔대요.
62
사음 왜 바슴을 아니하고 저렇게 두어두는 거야? 지금은 섣달 그믐인데……
63
안해 바슴을 한대야 도조도 못될 텐데 거름값이야 세전이야 농채야 무테기로 달려들 것을 그 일을 누가 당하라구요.
64
사음 그렇지만 멀쩡하게 도조도 아니 물랴고 해?
65
안해 아니 물려는 게 아니라 물 게 있어야지요.
66
사음 저놈이라도 위선 바슴을 해서 자라는 대로 물고 모자라면 내년에 물든지 해야지.
67
안해 밤낮 도조만 물다가 못살라구요. 정 받으랴거든 손수 와서 바슴을 해 가랍디다.
68
사음 그 따위로 뱃심을 부리고 내년에도 논을 부쳐줄 줄 아나?
69
안해 밑지는 농사! …… 짓고 싶지도 않수.
76
사음 바슴을 해놓아야 실상 도조도 모자랄 텐데 거기다가 세전이니 거름값이니 농채니 해서 와 들어덤벼 뜯어갈 테니까 못한다고 그래요.
77
지주 어느 놈들이 그렇게 버틴만 말이야?
80
사음 두어두어 말고 간에 한놈도 만날 수가 없어요. 꼭 구늬(約束)한 것처럼 집구석에는 계집이나 어린 자식들만 남겨놓고 있지를 아니해요.
82
사음 그뿐입니까…… 그렇게 바슴을 아니하면서 볏눌에 가서 한 뭇씩 두 뭇씩 뽑아다가 저의 양식은 하는걸요.
83
지주 그러다가는 얼마 아니 가면 다 해먹어 바리라구?
85
지주 나는 모르겠네. 도조를 받고 아니 받는 것은 사음에게 있으니까.
88
전서방 바칠 마음이야 없었겠읍니까마는 가난한 살림살이라 그렇게 되었읍니다.
89
회계 아모리 가난하기로니 나라에 바치는 세전을 아니 낸담!
93
회계 마당에다 벼를 덩시렇게 늘여놓고도 없다고 해?
94
전서방 그거야 내건가요 지주댁의 것이지.
95
회계 그렇지만 그게 전서방이 농사를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어서 바슴을 해서 세전이랑 도조랑 물어야지.
96
전서방 바슴을 해서 그렇게 되면 오죽 좋겠읍니까마는!
97
면장 전서방은 왜 무색옷을 입지 아니하고 흰옷을 입었나?
98
전서방 그것도 살림이 가져(具備해)야 무색옷도 해입지요.
99
면장 그거 무슨 소리! 가난한 사람이 절약을 하자고 무색옷을 입는 것인데 가난한 사람이 되려 흰옷을 입다니!
100
전서방 그렇지만 흰옷은 지금 해둔 것을 입는데 무색옷감을 사든지 또 물감을 사자면 돈이 들지 아니합니까?
101
면장 안돼 안돼! 더구나 내일은 도(道)에서 우리 면을 시찰을 나오시는데 저렇게 허연 옷을 입은 사람이 있거나 해서는 못써…… 잉크칠을 좀 해주어야지.
102
전서방 원 입은 옷에다 이렇게 물감칠을 해노면 어떡합니까?
103
면장 그러니까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그놈에다 물을 들여 입으란 말이야.
104
전서방 원 야중에 가서는 남이 내외간에 잠자는 참견까지 다 하겠네.
105
회계 오늘 해전에 아니 바치면 차압이야.
106
전서방 모르겠소. 해갈 것 있거든 해가시우.
108
이사 왜 금융조합에 진 것을 아니 갚으십니까?
109
박서방 갚을 마음이야 없었겠읍니까마는 가난한 살림살이라 그렇게 되었읍니다.
110
이사 아모리 가난하기로니 농사지은 추수는 있을 터인데 농사짓느라고 진 빚을 농사지은 것으로 갚지 아니하고 어찌할 테란 말이요.
114
이사 마당에다 벼를 덩시렇게 늘어놓고는 없다고 해요?
115
박서방 그거야 내건가요 지주댁의 것이지.
116
이사 그렇지만 그게 전서방이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요? 그러니까 어서 바슴을 해서 조합 빚이랑 도조랑 물어야지요.
117
박서방 바슴을 해서 그렇게 되면 오직이나 좋겠읍니까마는!
118
이사 그리고 왜 공제예금은 단 두 번만 하고 아니 해요.
120
이사 그거 무슨 소리요! 없는 사람일수룩 근근저축을 해서 뒷일을 생각해야지요.
121
박서방 그런 줄이야 나도 압니다마는 어데 저금할 돈이 있나요…… 차라리 그놈 4원이나 찾어가게 해주시요. 세전 멫푼에 집행을 달하게 되었읍니다.
122
이사 그래도 세전 때문에 집행 맞일 것은 겁이 나는가 봅니다그려? 그러나 그 예금은 애초에 계약도 했지만 그렇게 함부로 찾어가지 못합니다.
123
박서방 내가 저금한 것을 내가 찾어쓰지 못하면 대관절 그 돈은 지금 어데 가 무엇을 합니까?
124
이사 쓰인 데가 있으니까 인제 내줄 때가 되면 내주지요.
125
박서방 나중에는 별세상을 다 보겠다! 제 돈을 가져다 맡기고 제 맘대로 찾어가지를 못한담!
126
이사 무어나 무어나 간에 오늘 해전에 갚지 아니하면 차압을 할 텝니다.
127
박서방 모르겠소. 해갈 것 있거든 해가시우.
129
회계 어찌 암모니아 갚을 아니 갚으시요.
130
이서방 갚을 마음이야 없었겠읍니까마는 가난한 살림살이라 그렇게 되었읍니다.
131
회계 아모리 가난하기로니 농사지은 것은 있을 터인데 농사짓느라고 가져간 비료값을 농사지은 것으로 갚지 아니하고 어찌할 테란 말요.
135
회계 마당에다 벼를 덩시렇게 늘어놓고도 없다고 해요?
136
이서방 그거야 내건가요 지주댁의 것이지.
137
회계 그렇지만 그게 이서방이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요? 그러니까 어서 바슴을 해서 비료값이랑 도조랑 물어야지요.
138
이서방 바슴을 해서 그렇게 되면 오직 좋겠읍니까마는!
139
회계 그런 사정을 우리가 어떻게 안단 말이요. 진 것이 있으니까, 입은 바지라도 벗어 잽혀서 갚을 도리를 해야지요.
140
이서방 메칠만 더 참어주십시요. 농사라고 지었어야 남은 것이라고는 배고픈 것하고 빚하고밖에 없읍니다.
141
회계 글쎄 그런 사정을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요? 오늘 안으로 아니 갚으면 내일은 차압이니 그리 아시요.
142
이서방 모르겠소…… 해갈 것 있거든 해가시오.
144
교장 부역을 하시느라고 수고하십니다. 그런데 자제 월사금이 여러 달 것이 밀렸는데 어찌 아니 내십니까?
145
최서방 낼 마음이야 없었겠읍니까마는 가난한 살림살이라 그렇게 되었읍니다.
146
교장 아모리 가난하기로니 자제가 공부한 월사금을 아니 낸대서야 될 말입니까?
150
교장 마당에다 벼를 덩시렇게 늘어놓고도 없다고 해요?
151
최서방 그거야 내건가요…… 지주댁의 것이지.
152
교장 그렇지만 그것이 댁에서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서 바슴을 해서 월사금이랑 도조랑 물어야지요.
153
최서방 바슴을 해서 그렇게 된다면 오직 좋겠읍니까마는!
154
교장 그런 사정을 학교에서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자제 월사금을 내지 못 하였으니 입은 바지라도 벗어 잽혀서 낼 도리를 해야지요.
155
최서방 메칠만 더 참어 주십시요. 농사라고 지었대야 남은 것이라고는 배고픈 것하고 빚밖에는 없읍니다.
156
교장 글쎄 그런 사정을 학교에서 어떻게 보아줍니까? 오늘 안으로 아니 내시면 내일은 차압수속이라도 할 테니 그리 아십시요.
157
최서방 모르겠소. 해갈 것 있거든 해가시요.
162
최서방 까치집만한 볏눌 하나를 보고 아귀같이 들여덤비는 꼴이 모다 볼 만 하겠다.
163
전서방 글쎄 금년은 그렇게 버틴다고 하지만 명년에 가서 논을 띌 것이 걱정이 아닌가!
165
최서방 그렇지. 우리 마을에서야 우리 멫백 호 아니면 딴데 놈이 들어와서 그 논들을 부칠 염이나 할라구.
167
박서방 금융조합은 우리가 빚을 아니 얻어다 쓰면 어데 변전놀이 해먹을 데나 있나!
168
최서방 아모 걱정 없네…… 그렇지만 자식놈을 학교에 못 보내는 것은 좀 섭섭한걸.
169
박서방 농사지어 먹는 놈의 자식이 그 따위 학교공부는 해선 무얼 하나? 차라리 마을 야학에나 보내지.
172
도에서 온 사람 이 마을이 멫호나 됩니까?
173
면장 2백 호 가량 되는 대촌이올시다.
174
도에서 온 사람 흥! 거참 부촌(富村)인데 집집마다 저렇게 볏눌이 있기는 어려운 일이야! 부촌인데! 음력 섣달 그믐이니까 웬만한 소작인들은 타작을 다 해바렸을 땐데…… 부촌이야!
175
(내가 이러한 형식의 것을 쓰기는「간도행」「조그마한 기업가」와 한가지로 본지를 통하여 이번으로 세번째다.
176
그런데 소설도 아니요, 희곡도 아니요, 시나리오도 물론 아니요, 라디오 드라마…… 라고도 하기 어려운 이것을 나 역시 무어라고 이름지었으면 좋을지 모른다. 편의상「간도행」은 촌극(寸劇)이라고 하고「조그마한 기업가」와 이번 것은 대화소설(對話小說)이라고 하였지만 결코 만족한 명칭은 아니다.
177
또 어느때인가 백철(白鐵)군이 말한 바와 같이 이러한 형식의 문예품이 성립할 수가 있을까? 하는 것도 실상은 생각 중에 있는 것이다.
178
그런데 한편 우리에게는 지금 무엇이나 새로운 형식이 필요한 외에 또 한가지 재료에 있어서 소설이나 희곡으로써 장만해내기는 부적당하면서 그래도 꼭 재료 될만한 성질의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179
이러한 의미에서 2,3회 시험을 하여본 것이요 앞으로도 좀더 노력을 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독자로부터 엄정한 비판이 있으면 자성(自省)하기에 좋은 도움이 될까 한다. ─ 作者[작자] 附言[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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