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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고 중의 한국 영화들 - 춘향전의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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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9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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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고 중의 한국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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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전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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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이후 오늘까지 국산품이 천대받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도 국산품 영화처럼 천대받는 것도 드물 것이다. 다행히 6·25 이후 당국의 국내 영화 진흥에 안목을 두어 국내 영화의 면세에 단안을 내린 이후 한국 영화는 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거니와 방금 제작 중의 영화의 중간보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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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상순부터 서울 국도극장을 위시하여 전국 각지에서 선풍적 대인기를 얻은 「춘향전」(이철혁 제작)은 여러 가지 견지에서 한국 영화 제작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은 한국 영화가 제작되더라도 절대 결손을 보지 않을뿐더러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즉 기업으로서의 영화 제작사업이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반에게 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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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확한 숫자로서 「춘향전」은 1,700만 환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이 불과 5개월간의 흥행으로써 제작비의 근 6배에 가까운 이윤을 올리게 되었고 그러한 성과는 한국 영화 흥행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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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춘향전」의 성공 원인은 그 스토리가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는 누구나 사랑하고 자랑삼는 대표적 고전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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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영화기업에 관심을 갖고 과거에 제작 경험이 있는 업자들은 내남없이 일반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는 고전이나 소설의 영화화를 계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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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요즘에 계획되고 촬영 중에 있는 작품의 대부분이 고전이나 이조시대의 것이라는 것은 영화 제작에 있어 자연적인 배경이나 풍물을 많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경원이나 비원, 경회루, 남원, 경주 등 과거의 고적이나 건물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면 영화의 절반은 거기서 촬영될 수 있으며 촬영소 하나 없는 고장에서 여러 장면의 세트를 만들기도 힘이 드는 일이며 세트에 또한 막대한 경비를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에 들어가 「춘향전」이후 계획된 작품은 「왕자호동」, 「젊은 그들」, 「단종애사」, 「양산도」, 「구원의 정화」, 그리고 중단되다시피 된 「황진이」등이며 이것은 모두 이조시대가 아니면 그 이전의 시대에 전개되던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던 작품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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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중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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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하여 전부의 작품이 고전은 아니다. 대체의 흐름이 고전을 영화화하면 흥행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찰이지 그것이 반드시 앞으로 좋은 결실을 줄 것인지의 여부는 필자로서도 모르는 일이다. 즉 이청기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교차로」(가제), 이만흥의 「결혼진단」, 박계주 원작의 「포화 속의 십자가」, 이원경 시나리오의 「격퇴」 등은 현대를 소재로 한 것이고, 배경만은 이조 말엽이지만 그 인물의 시대 감각을 현대에서 구한 유두연 오리지널 시나리오 「망나니」(가제) 같은 것도 있는 것이다. 제약된 매수를 고려하여 앞으로 각 작품에 대한 제작보고를 적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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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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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꿈」을 제작한 변순제가 제2회 작품으로 제작하는 야심작이다. 이조 중엽 어느 시골에서 일어난 수동이라는 사냥꾼 총각과 어떤 처녀와의 비련을 그리고 있는데 시나리오는 이운방, 이태환, 김기영의 세 사람이 합작을 했고 「죽음의 상자」의 신예 김기영이 연출을 담당했다. 출연에는 한국무용으로 알려진 김삼화와 영화엔 이번이 처음인 연극배우 김승호, 고운봉 등인 바 거의 그 촬영은 끝날 무렵이 되었다. 제작자 변순제는 지난번의 작품 「꿈」이 홍콩으로 수출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이번에 이 작품을 만드는 만큼 내년도의 동남아시아 영화제에는 반드시 이 작품이 출품되도록 갖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풍부한 대중성과 독특한 예술성을 영화에서 그려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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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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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계획되는 1인 2역의 영화로서 우리들의 생활 주변에 있는 모든 종류의 인간상을 풍자하며 비판하려는 영화평론가 이청기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이다. 이야기는 어느 여배우 집에서 하녀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 회사 사장의 딸인 현숙은 부모의 정략결혼의 강요로 집을 나와 애인이며 부친 회사의 부장인 영철과 같이 부산으로 도피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날 역에서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영철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늦었고 현숙은 홈에서 그를 기다리다가 전 형사에게 여배우 집 하녀로 오인받고 체포된다. 한편 하녀는 사장의 딸로 인정되어 현숙의 대역을 맡게 된다. 경찰서에 구금된 현숙은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신원을 밝히지 않으나 그 후 여배우와 하녀의 양아버지의 증명으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후 여배우의 집 진범이 체포되는데 , 하녀의 양아버지의 유서로서 하녀 옥희와 현숙은 쌍둥아였다는 것이 판명되는 것이다. 무척 멜로드라마틱하지만…… 값없는 허영과 천한 사치를 탐내 허덕이는 경박한 여성 옥희와 진지하고 아름답게 살려는 현숙의 대비는 이 영화의 의도를 잘 살리고 있다. 이번 새로이 발족한 금성영화사의 제1회 작품이며 연출은 「춘향전」의 이규환 감독의 조수였던 유현목이 담당하고, 현숙과 옥희의 1인 2역은 역시「춘향전」의 인기스타 조미령이 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서월영, 노재신, 이택균, 염석주 등의 이름난 연기자들이 경연을 하고 있다. 로케 장면은 끝나고 세트 촬영을 현재 경찰박물관 아래층에서 하고 있으며 그 완성은 9월 상순경이 아닐까 한다. 여하튼 많은 시대물 속에 끼어 현대와 그 사회의 축도를 그려보고 또한 풍자하려는 의욕을 높이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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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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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난산을 거듭하고 있다. 제작을 발표한 지가 5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야 겨우 본격적인 촬영을 개시한 모양이다. 사실은 처음 이 작품의 연출을 이규동 감독이 담당했었으나 그분의 역량 부족 때문에 전연 제작이 진척되지 않으므로 연출자를 비롯한 일부 스태프를 퇴진시켰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조치는 우리 영화계 초유의 일이며 그 제작자와 계획이 얼마나 무제도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시나리오를 쓴 이정선은 실질적으로 이 작품에 전적인 책임을 지고 새로이 조정호를 연출자로 촬영에는 김명제를 각각 기용함으로써 최근에야 비로소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자 호동」의 이야기는 여기에 적지 않아도 소설로 연극으로, 그리고 사화로서 널리 일반에 알려져 있으며 그 스케일의 웅대성을 재현시키기 위해 수천의 엑스트라와 수백의 마필이 앞으로 동원될 것이라고 한다. 완성은 10월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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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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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에 있어서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고의 스태프와 캐스트가 모인 가장 주목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광수의 원작을 극작가 유치진이 각색하였고 연출에는 과거 「복지만리」로 알려진 노장 전창근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문예평론가로 이름 높은 유동준과 영화평론가 유두연 양인이 처음으로 제작 및 기획에 참가하였다는 점이다. 어린 단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피비린 정쟁, 수양을 물리치고 다시 단종을 복위케 하려다 죽는 집현전 학자 6신(臣)의 숭고한 의리는 역사적 사실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애처로운 이야기인데 이를 제작하는 삼일영화사는 현재 한국에 있는 최고 스태프와 연기자를 총망라함으로써 2000만 환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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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중요한 연기자를 소개한다면 조미령, 「춘향전」의 인기스타 이민, 「구원의 애정」의 나애심, 윤일봉, 영화계의 베테랑 서월영, 김일해, 석금성, 극계의 중진 유계선, 주선태, 그리고 중진으로서는 송억, 조항, 최남현, 구종석의 10여 명이며 연출자 전창근은 수양대군으로써 「자유만세」 이후 최초의 연기 출연을 한다. 특기할 것은 전국 800여 명의 응모자 중에서 선출된 황현진과 과거 명성을 날린 노재신의 딸 엄앵란이 단종과 왕비 송씨로서 데뷔하게 되는데 이 두 신인의 등장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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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지난 5월부터 비원과 경복궁에서 개시되었으며 현재 세트에 들어가 있고 카메라는 역시 베테랑 한형모가 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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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역사상의 가장 드라마틱한 소재로 최고의 스태프와 캐스트를 집결시킴으로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획하려는 것 같으며 그 기획자의 말을 빌리면 새로운 예술적인 표현이나 영화적 스타일을 따르려는 것이 아니고 영화기법(연출·연기 그 외의 메커니즘의 분야)의 스탠더드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재로서 이 작품의 내용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가장 직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도의적 미풍이 일관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는 국민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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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나고 녹음이 완성되어 일반에 공개되기까지는 적어도 앞으로 2개월은 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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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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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지난 6월부터 평내리에서 로케가 개시되고 7월에 들어서는 청량리에서 세트가 끝났다. 유두연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김성민이 연출하였고 복혜숙, 전택이, 이민, 노경희 등이 출연하는 현대의 시대감각을 지난 이조 시대가 배경이 된다. 절박한 인간의 단면을 그려보자는 것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의욕이며 인간이 죽음에 처해졌을 때 생으로서 그 반응은 어떠한 것인가를 측량하고 있다. 작품으로서는 소품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나 김성민의 예리한 연출기법은 한국 영화로서 새로운 경지와 스타일을 충분히 형성해 줄 것이다. 9월까지는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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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의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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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제작되고 있던 이 작품은 겨울의 몇 신 때문에 지금 중단되고 있으나 크게 우리는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박계주의 원작도 그러하려니와 연출을 맡은 이용민의 존재이다. 원래 그는 카메라맨으로서 일본에서 너무도 명성이 높았다. 그는 시각으로써의 영화 표현을 위한 기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이 작품은 그에게 있어 본격적인 최초의 극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이 총결정되어 있음이 확실할 것이다. 출연은 「피아골」의 신진 김진규, 김신재이며 완성은 오는 12월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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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육군본부에서 제작하는 김만술 소위의 전투를 그린 「격퇴」및 「구원(久遠)의 정화(情火)」등이 있으나 생략하기로 하고 끝으로 한국 영화는 현재 제작 중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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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한 바와 같이 여러 기업가는 그들의 의도가 영화예술로서 순수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영화 제작에 자본을 투자할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춘향전」이후에 발표된 「피아골」, 「열애」, 「죽음의 상자」는 여하간 습작기적 성격을 벗어났다. 앞으로 제법 규모가 완비된 스튜디오라도 하나 있으면 전 영화인은 열정을 더욱 기울여 내용과 질에 있어서 그리 손색없는 작품을 많이 만들 것이라고 믿는 바이다. 그리고 상기한 영화들은 지금의 제작 진행의 성과로 보아 앞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도 진출될 충분한 가능이 엿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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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양』(195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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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朴寅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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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