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삼월(三月)의 작품(作品)들 ◈
카탈로그   본문  
1940. 4
채만식
1
三月[삼월]의 作品[작품]
 
 
2
○「모색」(摸索, 韓雪野[한설야] ─ 人文評論[인문평론]) 너무 지리했다. 읽고 나서는 그리고 화호불성(畫虎不成)에 반위구자(反爲狗子)의 탄(歎)이 없지 못했다. 짐작컨대 작자는 병든 범을, 병들었으나 적실히 범은 범을 그리자던 뜻인 듯싶었다. 그러나 설야에게는 인연이 먼 ‘인간의 천착’을 지나치게 한 탓인지, 결국 이루어진 바는 범이 아니요 상가지구(喪家之狗)가 되고 말았다. 문득 연전에 잃은 내지(內地) 작가 좌야원일랑(佐野願一郞)의 「계절의 남(嵐)」이 생각이 나는데 「모색」의 ‘남식’도 그렇듯 못난 데에 철저하고서만 그칠 게 아니라 비록 준광인(準狂人)이요 천하 무위무능(無爲無能)할값에 즉 병들었을값에 범다운 존엄과 비장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생명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 있어서 차라리 「이녕(泥濘」등 일련의 다른 근작은 산 작품들이다. 설야, 늙었느뇨? 부디 「모색」에 그치기를 바란다.
 
 
3
○「봉황산」(鳳凰山, 李箕永[이기영] ⎯人文評論[인문평론]) 농촌 것을 쓰면 비교적 실패가 적은 씨인만큼, 이 작(作)도 요새 촌에 항다반으로 있는 그러나 지극히 중대한 이야기를 예(例)에 의하여 평탄한 솜씨로 매만져 논 그저 무난한 작품이다. 무지한 촌부(村婦)로 하여금 ‘가난’을 사회적 문제로서 인식케 하려는 옹색스러움이 여전한 구습이어서 역시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
 
4
작품평이라기보다도 다시 생각을 함직한 문학의 근본 문제의 일단이랄 수도 있겠기에 탈선인 대로 토파(吐破)를 하는데, 대체 살 수가 없어 밥을 구하여 부모 처자가 이산을 하는 마당에서도 당사자들은 명일에의 광명을 느끼고…… 이것은 작자의 소릴 게다. 그리고 당연한 소릴게다. 그러나 실지로는 도저히 광명이 없을 명일에 부질없이 광명을 ‘강제’해야 하는 우리 일부 문학인은 차라리 그들 당사자네보다도 더 ‘팔자’가 비참한 백성이 아닐는지? 천당을 언질 두는 목사님처럼 말이다.
 
 
5
○「옥수수」(李光洙[이광수], 三千里[삼천리]) 산을 파 일구고 옥수수를 심어서 조선의 식량문제를 해결하잔다. 옳거니! …… 그러나, 그렇지만 산을 죄다 파 먹으면 산림 문제는 어떡하고? 홍수며 수전(水田)의 수원(水源)은 또 어떡하고? …… 전자에 춘원이 어떤 산문에서 조선 여인들더러 그 돈 많이 들고 사치스런 비단을 입으려 말고 수수하니 값 헐한 모시를 입으라고 권한 것을 보고서 혼자 실소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나 시방이나 모시만큼 불경제요 사치스런 옷은 드문 줄을 깜박 몰랐던 모양인데, 이번의 「옥수수」도 그만 못지 않은 망발이 아닐는지.
 
 
6
○「미명」(未明, 毛允淑[모윤숙] ⎯文章[문장]) 시(詩) 전문의 모윤숙 여사, 하루 아침 소설을 쓰다! 호기심과 더불어 우선 경의를 표했고, 그러나 막상 읽고 나서는 섭섭했다. 이야기는 신파연극에 주었으면 고마와하겠고, 장편소설임직한 경개(梗槪)를 무려 150매나 낭비한 친절엔 경탄불금이다. 『문장』지에 기왕 신인의 추천제도가 있는 터이니, 그걸 통하여 한 10년 낙방의 수업을 쌓았더라면 독자나 작자나 피차간 다행이었을걸!…… 시에 있어서 그만한 수준에 이르렀으니 소설도 쓰기만 하면 그만큼은 무난하련 하고서 「미명」따위를 어엿이 발표함은 자신에게도 시의 지위를 위하여 불리하거니와 한편 문단을 너무 호락히 본 경솔이다.
 
7
잔소리 같지만 달구지꾼이 ‘세계산액(世界産額)’의 ‘8할’ 운운의 대사를 쓰는 극작가가 있는가 하면, 대도시 아스팔트에서 아지랭이를 보며 공중의 새소리를 듣는 시인 소설가가 다 안 있는가. 문단은 아직도 인심이 후해서 탈이더라.
 
 
8
○「고고」(孤高, 鄭飛石[정비석] ⎯文章[문장]) 도저히 감당할 재능(지성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것이 미급(未及)인 탓으로, 신세대론의 채찍을 맞다 못해 전월작(前月作) 「삼대」에서 한 경박(輕薄) 소년의 속된 언동을 신세대의 정신인 양 내세우는 일방, 두 전(前)세대를 틉틉히 모욕하던 이 작가가 이번의 「고고」에 있어서는 ‘춘파선생(春坡先生)’ 즉 전전세대를 그대도록 존경한 데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품의 짜임새하며 흐르는 휴매니티가 이 달치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가히 상등이라 하겠다. 이분은 그런데, 그 소위 30대와 무슨 불공대천지원수(不共戴天之怨讐)를 졌길래 「삼대」의 ‘경세(經世)’ 아니면 「고고」의 ‘김석호(金碩浩)’ 따위의 인물만을 30대의 인물인 줄, 그래서 삐뚤어진 훼방을 일삼고 있는지 작히 모를 노릇이다. ‘경세’며 ‘김석호’ 등은 실상 문제 밖이니, 참말 30대다운 30대를 허심하여 발견하도록 부탁한다. 겸하여 천만 장병의 피로써 대륙을 경륜(經綸)하고 있는 금차 사변을, 반도 귀퉁이의 한낱 연소 탕자(年少蕩子)로 하여금 건설이란 미명하에 기집을 따라 연애도피행이나 하기 알맞은 기회인 줄, 그리고 사실의 시대란 데서 아무렇게고 엄벙덤벙 관능이 시키는 대로 살아도 상관 없을 기회인 줄로만 아는 향세(享世)쯤 신세대의 인물은커녕 곤장 1백도(度)는 맞아야 할 잡이인 줄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9
○「항구」(港口, 崔泰應[최태응] ⎯文章[문장]) 바뀐 시대에 새로 나온 작가라서 개개이 그에게 새시대의 정신(혹은 요소)를 요구함은 차라리 가혹일 것이다. 거기에만 관대해도 좋을진대, 소설을 쓸 줄 안다는 그 솜씨에 있어서 한 사람의 작가로 대접하여 넉넉하겠다.
 
10
「항구」는 현덕(玄德) 씨의 「남생이」와 김영수(金永壽) 씨의 「소복(素服)」을 함께 한 느낌이 있는데, 보다 더 아름다왔다. 뿐 아니라 소설 「항구」의 그 불쾌하고 추할 현실이 소설로서는 그만큼 아름다운 소치는 역시 예술의 예술 된 매력일 것이며, 그 매력을 충분히 살린 이 작가에게 치하를 하고 싶다.
 
11
무영(無影)의 「이름 없는 사나이」를 못 읽은 것은 유감이고, 그렇더라도 엄하게 제한받은 2백자 13매에다가 범 여섯 편의 남의 소중한 작품들을 평해 내던졌으니, 평이란 참 편리한 물건임을 알겠다. 그러나 전문도 아니요 또 능력도 없어 문제를 들고 나와 논하는 본격적 비판인 것이 아니라 작문(作文)을 꼬느는 중학 선생님 푼수밖에 못되었음을 자백한다.
 
 
12
<人文評論[인문평론], 1940. 4.>
【원문】삼월(三月)의 작품(作品)들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평론〕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26
- 전체 순위 : 1807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157 위 / 1835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제향날
• (1) 톨스토이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삼월의 작품들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인문평론 [출처]
 
  1940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 문학평론 [분류]
 
◈ 참조
  # 고고
 
  # 모색
 
  # 미명
 
  # 봉황산
 
  # 옥수수
 
  # 항구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삼월(三月)의 작품(作品)들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