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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여 년 동안 시를 써왔다. 이 세대는 세계사가 그러한 것과 같이 참으로 기묘한 불안한 연대였다.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해 온 그 어떠한 시대보다 혼란하였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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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것이었다. 나는 지도자도 아니며 정치가도 아닌 것을 잘 알면서 사회와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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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치고 동요되지 아니한 것이 없고 공인되어 온 교리치고 마침내 결함을 노정하지 아니한 것이 없고 또 용인된 전통치고 위태에 임하지 아니한 것이 없는 것처럼 나의 시의 모든 작용도 이 10년 동안에 여러 가지로 변하였으나 본질적인 시에 대한 정조와 신념만을 무척 지켜온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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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시집은 ‘검은 준열의 시대’라고 제하려고 했던 것을 지금과 같이 고치고 4부로 나누었다. 집필년월순도 발표순도 아니며 단지 서로의 시가 가지는 관련성과 나의 구분해 보려는 습성에서 온 것인데 도리어 독자에게는 쓸 데 없는 일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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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나는 우리가 걸어온 길과 갈 길 그리고 우리들 자신의 분열한 정신을 우리가 사는 현실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내 보이며 순수한 본능과 체험을 통해 본 불안과 희망의 두 세계에서 어떠한 것을 써야 하는가를 항상 생각하면서 여기에 실은 작품들을 발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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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뜻 깊은 조국의 해방을 10주년째 맞이하는 가을날 부완혁 선생과 이형우 씨의 힘으로 나의 최초의 선시집을 간행하게 된 것을 감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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