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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심천(洗心川)의 달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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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1939년 서간집 '나의화환' 에 실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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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川[세심천]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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波雲兄[파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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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안녕하십니까. 요전에 정거장까지 나와 주신 바는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우는 그 다음날 아침 무사히 삼방에 내렸읍니다. 삼방(三防)이라고 하면 퍽이나 풍경이 좋을것으로 생각하였더니 실상 와서보니 그리 감복할것은 못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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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객이란 대개 병자가 많고 그 외에 모뽀. 모걸도 상당히 많읍니다. 컵을 들고 약수터로 모여드는 광경은 이곳의 이채라고 할까요. 제각기 물을 한잔이라도 더 먹으려고 야단입니다. 그 약수란 ‘사이다’ 비슷한 것으로서 위장병에 좋다고 씌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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波雲兄[파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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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방이란 원래 고원지대라 기후는 퍽이나 시원합니다. 삼복염천(三伏炎天)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겨울 외투를 입게 됩니다. 모기도 별로없고 시원한 곳입니다. 세심천(洗心川)의 큰 시내가 흰 파도를 날리며 흉흉(淘淘)이 흘러가고 뒤에는 기각봉(奇角峯)이 병풍같이 서 있읍니다. 삼방에는 세심천과 기각봉이 없다면 심장이 없는 사람과 똑같다 하겠지요. 숲들도 별로없고 더우기 그 청청한 송림은 한 그루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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波雲兄[파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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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심천의 달밤이란 유명합니다. 심산을 넘어오는 3월의 달은 명랑도 하거니와 세심천에 비치는 월색은 문자 그대로 금이 아니면 옥입니다.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반금반옥(半金半玉)의 물결이 바위에 부딪치며 천조만사(千條萬絲)의 안개를 뿜고 또는 방울마다 구슬이 되어 하면일폭(河面一幅)에 날리는 광경은 도시의 네온싸인을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이 ‘일류미네이숀’에 취한 손님들은 시냇가 바위위에 화석처럼 앉아서 제각기 명상에 빠지게 되지요. 그때, 어디서 여자의 가냘픈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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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가 눈물 인가? 긴 한숨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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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붉은 떨기에는 가시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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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일성호가(一聲胡歌)나 부르듯이 들리는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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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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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방이란 세심천의 달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떤 미친 놈이 그 약수만을 먹으려고 삼방을 오겠읍니까? 삼방이 아름답고, 삼방이 좋다는것도 모두 세심천의 달밤이 아름다운 까닭이겠지요. 그리고 낮에는 등산도하고, 수영도 하고 또는 약수터에서 십리 가량되어 보이는 삼방폭포에도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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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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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시구료. 형의 애인도 퍽이나 이런곳을 좋아 하겠지요. 세심천 달밤에 한번 취하는 것은 값비싼 포도주 몇 잔 먹고 흥야흥야 하는것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여기 온 사람들은 세심천의 달밤에 취하여 모두 놀아 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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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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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천에 비치는 달이 기각산을 넘기 시작하면 피서객들은 짝에 짝을지어 모두 콧노래를 부르며 여관으로 들어 갑니다. 애인을 동반한 그들은 그 밤이 퍽이나 달콤한듯 생각됩니다. 그러나 고적한 저는 창에 비친 달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짧은 그 밤을 지새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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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방(三防)에는 여관도 정돈되고 밥값도 비싸지 않습니다. 기어이 한번 오시기 바랍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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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세심천(洗心川)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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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심천의 달밤 [제목]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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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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