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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선후감(選後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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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6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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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선후감(選後感)
 
 
2
근 20편을 보았으나 다 시원치 않았다. 이것을 추천해 볼까 하고 시간의 여유를 두고 망설이게 하는 그런 정도의 작품도 없었다. 새로이 신인으로 문단에 진출을 하자면 그래도 좀 색다른 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련된 문장으로 작품을 엔간히 매만져 놓았다 하더라도 그리하여 그 수법이 기성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신인추천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추천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 그저 발표하는 길로 나간다면 그것은 문제가 달라지지만 이 추천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문단에 나오자면 무엇으로든 이미 문단이 갖지 못한 새로운 맛이 어느 면으로든지 풍기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추천을 하는 사람이나 추천을 받는 사람이나 문단적으로 다 같이 아무런 의의도 없을 것이다.
 
3
도대체 현실을 그린다는 것이 모두 육안으로서의 응시요, 심안(心眼)의 렌즈로 비춰보려고 한 작품은 통 대해 볼 길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누구의 작품이나 그저 매한가지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핥아 놓았을 뿐, 깊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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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눈은 영사기의 렌즈보다 더 밝아야 한다. 영사기의 렌즈가 보지못하는 깊이까지 보아야 하는 눈, 그것이 작가의 눈이다. 그리하여 현실의 밑바닥까지 뚫고 들어가 입으로써가 아니라, 눈으로 물고 뒤흔들어서 찌께미를 온통 쳐 버리고 정수(精水)를 받아 내야 한다. 이것이 물론 용이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정신이다. 이 정신 없이는 언제나 겉만 핥게 됨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니 일반 응모자는 우선 이런 정신 밑에서 신중히 작품을 대해 달라. 「전전기(輾轉記)」「저녁 공기는 우유처럼」이 두 편은 어느 정도 나이가 먹은 작품이다. 전자의 문장의 세련, 후자의 감각적 묘사, 그러나 두 편이 다 단편으로서의 구성에 많은 불만이 있었다. 「파양(爬痒)」은 상당한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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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의 추천이라면 혹 선에 넣을 수 있었을는지 몰라도 《문예》시절에 이미 1차 통과를 본 작가로서 2회째인 이제 이르러 이것으로 「파양」선자가 한 사람의 작가를 책임지고 문단으로 내어보낸다는 데는 자못 주저치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추천 조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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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산만해졌다. 근 70장이 온통 아버지의 묘사로 일관된 작품이나, 이만한 지면을 허비하면서도 그 못난 아버지의 성격이 작가가 애써 그리려고 노력한 그대로 붓대가 잘 말을 안 들어 주어서 못난이의 인상이 퍽 희박하다. 이것이 구성의 산만에서 온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제2절에서 진전을 시킬 사건의 갈피를 붙잡고 못하고 헤매인 흔적이 역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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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은 단풍잎의 그 눈부시게 깨끗한 선홍빛을 비해서 설명하기를,
 
8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마치 세상 물정에 젖지 않고 규방에서만 고히 커온 어떤 숫처녀의 도두룩한 볼때기를 비단 바늘로 단 한번 콕! 찔렀을 때 기다리기나 하였던 것처럼 퐁퐁 새빨간 피가 솟아 나올 때의 빛깔이라고나 할까?-그런 색이다’하였다. 이것은 감각적인 묘사라기보다는 작품 전체가 후중(厚重)하게 먹은 나이에 옛날 문청시절의 그 감상적 기분이 아직 어느 한 구석에 그대로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소치가 아닌가 느껴짐은 선자의 둔하고 완고한 생각 때문일까. 이러한 구절은 이 작품 전체에 치명상을 주는 치기와 속취가 풍기는 부분이라고 단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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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현대문학》통권 6호 (1955. 6.)
【원문】소설 선후감(選後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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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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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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