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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호 작품의 인상 - 12월 창작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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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1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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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호 작품의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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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들기 전에 송년호 잡지에서 내가 읽은 작품은 이기영 씨의 「귀농」(『조광』), 이효석 씨의 「역사」(『문장』), 이무영 씨의 「어떤 아내」(『문장』), 박노갑 씨의 「방혼(放魂)」(『조광』), 정비석 씨의 「잡어(雜魚)」(『인문평론』), 김영수 씨의 「단층」(『인문평론』) 등 여섯 편이었다. 이 중의 이효석 씨와 김영수 씨의 것은 희곡이었다. 시간이 적어서 천천히 음미해 가면서 읽지는 못했으나 각인의 세계가 모두 다르고 특색이 있어서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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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씨의 「귀농」은 얼마 전에 『문장』지에 발표하였던 「소부(少婦)」의 다음 이야기인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소부(少婦)」부기서 작자는 “이것은 나의 새로운 방면의 개척으로 속편이 있으리라” 말씀했던 것처럼 지금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작자의 이른바 새로운 세계나 의도라는 것은 무엇인가? 「소부」를 보고서 나는 그것이 재래의 관념적인 교훈이나, 또는 민촌의 작품이라면 이내 연상이 가는 빈궁 문학, 그것으로부터 떠나서, 가령 「소부」의 여주인공의 도덕적 탈선 사건 같은 것을 취급해 보겠다는 그런 의도라고 막연히 생각해 보았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설사 곧 어떠한 뾰족한 효과를 얻지는 못한다고 하여도, 일종의 고정화한 상태에 빠지기 쉬운 우리들로서 해보아서 좋은 실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귀농」을 보고는 역시 새로운 실험이 별반 새 세계의 개척으로 되지는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관식이란 청년 학도는 지나치게 점잖고 또 너무 지나치게 작자의 교훈적인 태도를 실행하고 있고, 상금이란 여자의 전날의 탈선행위의 해석도 너무 호의적이다. 조혼의 폐해와 신학문의 필요, 도회란 자칫하면 유혹에 빠지기 쉬운 곳, 어린 서방 길러서 학교에 보냈더니 신여성과 연애하고 본처는 소박한다. …… 이런 작자의 생각이 너무 독자의 코에 강렬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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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 씨의 「어떤 아내」를 읽으며 이씨가 우리 자신의 생활에 대하여 용서 없는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보고, 이러한 남주인공이 우리들의 한 귀퉁이에 남아 있지는 아니한가, 그러니까 무영이 이런 것을 쓴 것이요, 도나도 그것을 읽으며 낯이 후끈 후끈 한 거나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럴 말로는 제목이 오히려 「어떤 남편」이라야 할 것처럼도 느껴졌다. 어떤 아내는 착한 불쌍한 아내다. 경구나 잠언식의 말을 많이 쓰거나, 또 눈에 띄게 풍자적으로 꾸미려고 애쓴 데에 풍자성이 멸살되지는 아니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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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씨의 「역사」는 예수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꾸민 것으로, 「황제」를 쓰고 싶고 또 「여수」를 쓰고 싶은 다각적인 취미가 이것을 쓰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기묘(己卯) 1년 동안의 이씨는 개인적인 기호를 조금도 억제함이 없이 취미가 향하는 대로 작품을 꾸며본 것 같이 나는 생각하고 있다. 지나치게 자기 취미를 억누르던 것이 작품이 일양성, 작품 세계의 고정화와 빈궁화를 낳은 것이 사실인 바에, 1, 2년 간 제 기호의 세계에 촉수를 벌려본들 어떨 것이랴. 그러나 적당한 시기를 보아 그것을 조절할 필요는 있을 줄 믿는다. 아니, 이 조절이야말로 문학이 아니냐 하고도 생각해 본다. 「역사」를 읽으며 지금이 폭력과 무력과 동란의 시대인 만큼 예술가 자꾸 국제연맹인 것 같은 느낌으로 생각키워졌다. 토마스와 대립되는 예수가 「싸움은 싸움을 낳을 뿐 사랑만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지니라」말할 때 그건 영락없는 국제연맹이다. 토마스의 창안은 필요한 것이었고, 유다의 취급은 너무 속류목사식인 것 같았고, 막달라 마리아가 인물로는 생채가 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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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갑 씨의 「방혼」에서 나는 또 한 번 박씨다운 새 시험에 대하게 되었다. 「거울」에서 한 번 실험해 본 것을 이번에는 다른 각도로 해보려고 한 것은 아닐까. 이야긴 즉슨 지극히 간단하다. 금강산 오르는 일 부락에서 하루를 묵으며, 오 년 전에 이곳에 들렀을 때 만났던 술집 색시, 상실한 뒤 속아서 이리로 끌려와 첩 노릇과 작부 노릇을 겸하여 하고 있던 색시 ― 그는 그 뒤 공동묘지에 묻혔는데, 오 년 뒤인 오늘 비 내리는 날 밤, 비몽사몽간에 죽은 혼과 문답도 하고 옛날의 기억을 들추어도 보고 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풀려진다. 박씨가 이곳에서 시험코저 한 것은 이른바 프로이트의 방법이다. 꿈과 현실과 환각을 교차시키고 교체시키고 혼합시키면서 단순한 스토리의 후방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의 기록이라고 이런 것을 말하려는지. 여하튼 성급히 단정을 내리기 전에 이런 시험의 방향과 성과가 어디에 착륙하게 되는지를 천천히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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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석 씨의 「잡어」는 씨의 작품으로선 역작이다. 금년에 내가 읽은 것 중에서도 씨의 것으론 제일 으뜸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악취미나 성욕도 훨씬 소탕되었다. 단지 구성이 좀 평판(平板)하고 묘사가 거칠다. 거칠다는 것은 쓸 데 없는 데서 공연히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는 뜻으로도 된다. 마지막 장면, 그것이 이 소설을 지리하게 통속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데 구조선이 되기는 했으나 어딘가 작위적이다.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그렇게 되는 것이 기계적이라고 생각키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간격이다. 유행가의 삽입은 불쾌하였다 . 사유리의 고민은 낡고 신기하지 않은 고민이나 처음 부딪칠 땐 성실한 여자론 누구나 빠지는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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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씨의 희곡은 반절만 났으나 재미있게 읽었다. 극적 처리도 능숙하여 「소복」이래의 어떤 씨의 작품보다도 호의 있게 읽었다. 하나의 사회의 단층을 전체성에 있어서 그리려고 하는 의기도 씨의 소설이 보이지 못하던 좋은 점이다. 까놓고 말하면 세태물인데, 2막 2장이 이것을 세태물에서 올려 세우려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만큼 이 장면만으론 어딘가 밍밍하고 싱거웠다. 계속을 속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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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평론』, 1940. 1, ‘12월 창작평’)
【원문】송년호 작품의 인상 - 12월 창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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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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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