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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궁(守宮)의 괴매(怪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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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5.27~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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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宮[수궁]의 怪魅[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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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나 담 틈 같은 데 있다는 異物[이물]의 世界[세계]도 가지가지 있읍니다. 〈酉陽雜爼[유양잡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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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和年間[태화년간]에 荆南[형남] 松滋縣[송자현][남]에 한 士人[사인]이 있어, 친구의 별장을 빌어 글을 공부하는데, 처음 가던 날 밤 二更[이경] 후에 燈[등]을 켜고 책상을 대하고 있더니, 홀연 半寸[반촌]쯤되는 소인 하나가 葛巾[갈건]에 杖[장]을 짚고 문으로 들어와 士人[사인]더러 일러 가로되, 「주인 없는 집에 와 계시니 작이 심심하시겠소」 하는데, 그 소리가 파리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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士人[사인]이 본래 담력이 있으므로 못 본 체 못 들은 체한즉, 다시 평상으로 올라와서 책망해 가로되 「어째서 주객의 예가 없느냐?」 하고, 이어 책상으로 올라와서 책을 들여다보아 가면서 꾸짖기를 말지 않고, 인하여 벼루를 집어다가 책을 덮어 놓거늘, 士人[사인]이 귀찮아서 붓대로 후려갈겨 방으로 떨어뜨리니, 에쿠! 소리를 몇 번 지르고 문 밖으로 나가서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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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더니 부인 四[사], 五[오]명 늙은이 젊은이의 키는 다 一寸[일촌]쯤 되는 이가 와서 외쳐 가로되, 「우리 대감이 그대의 혼자 공부함을 어여삐 여겨 그 아드님을 보내어 위로도 하고 또 글 뜻도 토론하게 하셨거늘, 어디서 무뚝뚝하고 인사 없는 손이 공연히 남의 집 귀한 아들을 다쳐 놓았느냐? 네 이놈, 얼른 나와 대감께로 가자」 하더니, 금세 무엇들이 죽 들이덤벼서 士人[사인]의 몸을 함부로 훔치매, 그만 정신이 얼떨떨하고 다시 四肢[사지]를 물어뜯어서 아픔을 견딜 수 없으며, 또 가로되 「네가 만일 나오지를 아니하면 장차 눈을 뽑으리라」 하고 몇 놈이 얼른 면상으로 오르거늘, 士人[사인]이 겁이 나서 따라서 문 밖으로 나와 대청의 東壁[동벽]으로 이르니, 멀리 一門[일문]이 있어 작기가 구멍 같거늘, 士人[사인]이 소리지르기를 「웬 놈의 怪魅[괴매]가 감히 이토록 사람을 보채느냐?」 한즉, 다시 쏘는 놈 무는 놈에 정신이 빠지고, 어느 틈 小門外[소문외]로 들어왔는데, 보니 한 사람이 冠帶[관대]를 갖추고 엄위하게 殿上[전상]에 앉아, 侍衛[시위]한 자 천 명도 더 되되 다 키가 一寸[일촌]쯤씩이라. 士人[사인]을 꾸짖어 가로되 「네 이놈, 너를 위하여 우리 아기를 특별히 보냈거늘 까닭 없이 손찌검을 하기는 무슨 심정이야? 그 놈을 허리를 베라」 하더니만 군졸 수십 명이 각기 刀[도]를 가지고 팔을 부르걷고 달려들거늘, 士人[사인]이 大懼[대구]하여 사죄하여 가로되, 「과연 어리석은 인간이 仙官[선관]을 몰라 뵈었사오니 다만 불쌍히 여기심으로 잔명을 살리소서.」 한즉, 한참 만에 「제가 이미 잘못한 줄을 알았으니 처음 같은 일이라 용서하고 곧 끌어 내치라」 하더니만, 어느 틈엔지 벌써 문외에 나왔으며, 및 서당으로 돌아오매 밤이 이미 五更[오경]이요, 남은 등불이 깜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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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는 날 그 종적을 찾아보니, 東壁[동벽] 古墻下[고장하]에 小穴[소혈]이 밤톨만큼 나고 守宮[수궁]이 드나들거늘, 士人[사인]이 곧 모군 몇을 대어 헤쳐 보니, 깊이 數丈[수장]이요, 守宮[수궁] 십여 명이 있어, 그 중 큰 놈은 벌건 것이 長[장]이 尺許[척허]는 되니, 대개 그 왕이며, 구멍 속의 흙이 누각 모양으로 생겼는지라, 士人[사인]이 나무를 가져다가 쌓고 불질러 버리니, 뒤에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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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 같은 예도 있습니다. 〈搜神記[수신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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豫章[예장] 땅의 어느 집에 식모가 부엌에서 일을 하더니, 홀연 키 數寸[수촌]쯤 되는 사람이 벽 밑으로 지나는데, 식모가 실수하여 그 하나를 밟아 죽이니, 조금 있다가 그런 사람 수백이 삼베 거상옷을 입고 관을 가지고 와서 갖은 예절을 다 행하고 여럿이 떠메고 東門[동문]으로 나서서 동산 속에 엎어 놓은 배 밑으로 들어가거늘, 가서 보니 다 쥐며느리들이었다. 식모가 끓는 물을 퍼부었더니 요괴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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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비스름한 이야기도 있읍니다. 또 이 비스름하고 더 장글장글한 이야기로는 〈異聞實錄[이문실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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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元之[서원지]란 이가 밤에 책을 보고 있노라니, 무슨 물건인지 좁쌀알만큼씩한 것 수백 명이 다 甲冑[갑주]를 갖추고 一紫衣者[일자의자]를 擁衛[옹위]하여 册床上[책상상]으로 가면서, 우리 蚍蜉王[비부왕]께옵서 紫石潭[자석담]으로 고기잡이 거동을 납신다고 외치더니, 그물 든 놈 수십이 벼루확으로 들어가서 작은 물고기를 건져 내는지라, 元之[원지]가 크게 해괴하여 책으로써 덮었다가 조금 되에 떠 들어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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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같은 예도 있습니다. 〈聊齋志異[요재지이]〉(卷五[권오], 小獵犬[소렵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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衛周祈[위주기]라는 이가 아직 대학생으로 있을 때에 煩擾[번우]함을 피하여 어느 절간에 방을 빌어 가지고 있는데, 방에 빈대가 많고 모기도 대단하여 밤이면 잠을 자지 못하더니, 하루는 밥을 먹고 상 위에 누워 있노라니 홀연 한 무사가 머리에 雉尾[치미]를 꽂고, 키는 兩寸許[양촌허]쯤 되는 것이 蜡(사)만한 말을 타고, 팔에는 파리만한 매를 받고 밖으로서 들어와서 방중으로 한차례 휘도는데 빠르기 풍우와 같거늘, 公[공]이 가만히 동정을 본즉, 또 한 사람 그 따위가 들어오는데 복색은 전과 같고, 허리에 小弓矢[소궁시]를 차고 엽견의 왕개미만한 놈을 데렸으며, 또 조금 있더니만 걷는 놈 탄 놈 하여 수백 명이 들어오는데, 매와 사냥개가 또한 수백 마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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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기· 쐐기·등에 같은 것이 날아오면 매를 놓아서 다 撲殺(박살)시키고, 엽견은 狀(상)으로 올라 벽으로 돌아다니면서 虱(슬)·蚤(조)·蜰(비)·蟲(충) 등을 뒤져 내서 물어 죽이되, 아무리 좁은 틈에 끼어 있는 놈이라도 냄새만 맡으면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이 없어, 頃刻之間[경각지간]에 씨가 없이 다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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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기를 한참 하더니, 그 중의 黃天冠[황천관]을 쓴, 아마 왕인 자가 좀 높은 자리에 올라앉고 말은 발틈 사이에 매니, 從騎[종기]들이 다 말께 내려서 날짐승 길짐승은 그 앞에 받쳐서 수북하며, 한바탕 진을 치고 무엇이라고 호령을 하는 소리가 나더니, 왕자는 小[소]□을 타고 諸將軍卒[제장군졸]이 다 말께 올라서 바로 豪氣[호기]들이 騰騰[등등]하게 콩알 헤어지듯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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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역력히 前後[전후]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하다가, 얼른 좇아 밖으로 나와 보았으나 아무 종적이 없으며, 몸을 돌이켜 살피니, 개 한 마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거늘, 얼른 붙잡아서 硯匣(연갑) 중에 넣고 밥풀 알갱이로 기르니, 항상 신변에 붙어 있어 옷 솔기와 벽 틈에 있는 물것들을 잡아 먹어서 다시 물것 고생이 없어졌는데, 하루는 낮잠을 자다가 돌아눕는 통에 개가 눌려 죽거늘, 얼른 일어나서 집어 보니 종이로 만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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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 같은, 누가 듣든지 만났으면 할 듯한 이물 세계의 이야기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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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이 사실일진대, 우리의 손발이나 눈이 가는 어느 곳에 어떠한 이물이 한 세계를 배포하고 있을지도 모를 듯한 느낌이 있고, 따라서 우리의 세계관·생활관은 좀더 복잡한 내용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古人[고인]도 이미 생각을 하여 마찬가지 이물 세계의 이야기에도 퍽 철학적 사상적 내용을 담은 것을 더러 우리에게 남겨 놓았읍니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기회로 미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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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三八年[일구삼팔년] 五月[오월] 二七日[이칠일]~六月[육월] 十六日[십육일] 每日申報[매일신보]
【원문】수궁(守宮)의 괴매(怪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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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궁의 괴매 [제목]
 
  최남선(崔南善)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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