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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4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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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 시평(詩壇時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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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을 엄정하게 비판한다는 것이 시인의 진보를 조장시킨다고 몇 사람들은 말하여 왔으나 시가 오늘까지 존재하고 인식되어 온 수십 년간의 시의 비판의 빈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빈곤성을 또다시 되풀이하느냐 안 하느냐 여기서 나는 지금까지 발표되어 온 시를 근원부터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들이 쓴 시 작품은 수천 편에 달하였다. 감격과 정열과 희망의 노래, 그리고 부패와 참혹과 탈락에의 반항의 노래로서 잡지와 신문, 단행 시집 이루 말할 수 없게 시의 범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머릿속에 감명 있게 남아 있는 시는 과연 몇 편이나 될까? 나는 질과 양의 문제를 제론(提論)하는 바는 아니나마 우리들은 정리할 수도 없게 지나치게도 많은 작품을 써 온 것이다. 끊임없는 노래, 이것은 시인의 영원한 정열일 것이나 자연 발생적 시인과 필연적 시인과의 정신적 거리는 너무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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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남부 조선의 시인들은 소위 순수 문학을 부르짖는 시인들을 제외하고서는 모두들 커다란 사회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보다도 험악한 현실의 반항을 스스로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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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가 지금까지 봉착하지 못한 시대에서 누구를 막론하고 피 흘리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뛰어나온 시, 가장 주관이 명백하고 유행에서 초탈한 시, 공통된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여 주는 시, 이러한 시만이 거부할 수 없는 조선의 현대 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의 레토릭과 스타일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인들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암만 새로운 의욕과 정치성에 몸소 겪고 있다 할지라도 그들은 현대의 시인으로서는 완전한 의미의 퇴보를 하고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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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표되는 작품을 읽어 볼 때 너무도 혼돈한 분위기 속에 들어가는 감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시단의 숙명이라고 할 수 없다면 모든 시인들은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시처럼 새로움을 문제하는 문화적 체계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새로움은 시간이 갈수록 어떠한 회의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요즘의 시인들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 길이 옳으냐는 것을 해득치 못하고 있다. 시대 조류만을 감수하고 시의 전진해온 역사를 망각하고 있다. 오늘의 시가 갈망하고 있는 것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그 시대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시인은 이러한 시 입문의 정리도 파악 못 하고 사회적 명성과 자기도취에서 의식만으로의 편견으로 태만의 단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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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우리의 시는 봉건과 특권에 작별을 하고 민족적인 창조 정신 속으로 들어갔으나 지금까지의 작품을 볼 때 암담하기 짝이 없다. 창조 정신이란 곧 인민의 것이요 여러 가지의 우리의 소유임에 틀림없다. 물론 오늘같이 압제 밑에서 살고 있는 시인들이므로 완전한 시의 기능을 보일 수는 없으나 시의 자유정신의 유동은 이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우리는 형상적 생명에 현실적 정신을 부합시키지 못하고서는 처음부터 시를 쓸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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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시단을 부인하지 못한 나로서는 주관만 세워 가지고 시단과 타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선 시단이 가장 젊은 세대의 시인의 독점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기쁜 반면 시의 시련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싶다. 안일하게 지낸다는 것이 생활에 위기를 빚어내듯이 시의 위기 직전에는 감상적인 안일성이 있다. 시단 시평이라는 제(題)를 들고 이러한 글을 쓰게 되었다. 재래적인 시인의 나열만으로 작품의 인용구만으로서는 도저히 엄정한 성질의 시평(時評)이 되질 못한다. 시대 조류 속에서 똑바른 세계관과 참다운 시정신을 망각하고서는 현대 시의 필수 조건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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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론』, 1948. 4.
【원문】시단 시평(詩壇時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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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朴寅煥) [저자]
 
  194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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