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시로 쓴 반생기(半生記) ◈
카탈로그   본문  
1938.3.10
김명순
목   차
[숨기기]
1
시로 쓴 반생기(半生記)
 
 
 

상(上)

3
유시(幼時)
 
 

1

 
5
어리던 때
6
유모의 등에서
7
어머니의 무릎으로 옮겨가면서
8
일상 코를 씻기었다.
 
9
장마 지난 윗물 구덩이에
10
맨발로 들어서서 엄마 엄마 부르면
11
- 아가 - 가슴이 서늘한 소리
12
젊은 유모의 달려오는 숨소리
 
13
하녀의 등을 애가 타서 두드리며
14
이 애야 - 엄마 어디 갔어
15
엄마 찾아가자 - 졸라대면
16
할머니가 뺏어 업으며 눈 꿈적꿈적
 
17
- 발버둥이 고만 쳐라 허리 아프다
18
다 - 자란 아이가 유모는 무엇해
19
강동(江東) 다리 아래 갖다 버릴까 보다
20
엄마 집에 있지 유모도 엄마야
 
21
나는 새파란 초록 저고리
22
오빠는 남자색 저고리
23
아침밥에 나는 닭의 간 두 쪽 먹고
24
오빠는 닭똥집에 욕심만 부리고
 
25
엄마 머리 아파
26
저어 오빠가 맹꽁이가
27
대통으로 내 이마를 때려
28
엄마 오빠 때려주어 어서
 
 
 

2

 
30
하늘 천 따 지, 아늘 천 따 지,
31
하늘 천! 아버지의 꾸지람 소리
32
- 소를 가르치는 편이 낫겠다
33
언제 천자문 한 권 뗀단 말이냐 -
 
34
오빠야 내 저고리 예쁘지
35
할머니 어서 옷 입혀주
36
오빠가 못 맞힌 글 먼저 맞히고
37
처음으로 상 받았단다
 
38
보 묻던 헝겊을 꼭꼭 묶어 놓고
39
부전 깁던 색 헝겊 꼭꼭 싸두고
40
골무 인제 나는 싫다 손톱 아파
41
나 여섯 살인데 나이 늘인단다
 
42
엄마 학교에 가지고 갈 선물 주
43
꼬꼬 하는 닭 두 마리 쌀 한 말
44
아니 북어(北漁) 한 쾌 쌀 한 말 놈이 가지고
45
방울 소리 달랑달랑 학교에 갔단다
 
46
- 아가 너 어디 가니 - 동리(洞里) 어른 물으시면
47
- 나는 성교학교(聖敎學敎)에 갑니다
48
- 너 어서 학교 가서 천자 떼고 책(冊)시세해 오너라. 아가.
 
49
달랑달랑 앞서가서 문을 열었더니
50
눈이 노 - 란 서양 선생님
51
에크머니 눈이 노 - 란 사람도 있어
52
엄마 으악
53
아가 울지 마라 얼른 낯익어지지
54
내일부터 학교에 오너라
 
55
- 우리 아기는 머물기쟁이랍니다
56
- 글쎄 너무 어려 숙성은 한걸
 
57
애나야 보배야
58
인실아 우리 글 읽자구나
59
탄실이는 글도 속히 앞섰다
60
벌써 우리하고 한 반이로구나
 
61
조개송편 깨송편
62
찰떡하고 흰떡 기름 바르고
63
설탕 한 항아리 꿀 한 항아리
64
오늘이 내 책시세란다
 
65
작은 발 조심히 잘 가거라
66
내일 또 만나자 탄실아
67
내일 우리 집에 모이자 애나야
68
대동강으로 얼음지치기 하러 가자
 
69
집으로 돌아갈 책보 싸놓은 다음
70
성당에 들어가 기구(祈求)하고 손 씻고
71
나란히 앉아 떡 한 봉지씩 먹은 후
72
먹다 남은 떡 책보에 싸넣었지요
 
73
성탄 때 집에서 분홍 모본단 저고리
74
□□색 원주(元紬) 치마 상 받고는
75
단장하고 성교당(聖敎堂)에서 미사 참례하고
76
이쁜 딸 비누, 꽃 책보 선물 받았지요
 
77
봄날이라 화창한 때
78
예배당 필(畢)하고 푸르른 잔디 밟아
 
79
동무끼리 성 밖에 놀러갔지요
80
먼 산에 아지랑이 끼고 새 지저귀는 소리
 
81
놀러갔다가
82
큰언니들은 걱정소리 듣고
83
집으로 타방타방 걸어와서 보면
84
오빠 맹꽁이가 내 각시 간 뒤집었어요
 
85
한밤 자고 또 한밤 자고
86
한 달 지나 두 달 지나 한 해 이태
87
분홍 옷 잔뜩 해 가지고 여덟 살에
88
서울로 유학 갔더란다
 
 
 

3

 
90
동무동무 일천(一千) 동무
91
동무동무 욕 동무
92
아이들은 시험 때 내 시험지 베끼고
93
부모들은 우리 집에 와 돈 꾸어 갔다
 
94
공부하다 울기도 잘하고
95
울다가 공부도 잘하고
96
자다가 가위도 잘 눌리고
97
그래도 우등은 하였다나
 
98
방학 때 큰집 가서도
99
기숙사 생각하고 또 울면
100
나들이 온 고모가 이르기를
101
- 왜 울고 짜고 보채기만 하니
 
102
- 내 시집살이 이야기 들어보아라
103
구습(舊習) 부모 명령 순종하노라니
104
아침 치르고 온종일 베틀에서 베 짜고
105
저녁 시작하노라면 다리가 아프단다
106
- 그런데 너는
107
큰 아이들도 못하는
108
서울 공부 다니면서
109
울기는 왜 우니 울지 마라
 
110
어려운 공부 다 마치고
111
이번에는 동경 유학 가노라니
112
부모님은 은행 빚에 몰리고
113
나는 학비 군색(窘塞)에 설움 보았다
 
 
 

중(中)

115
드높은 노래
 
 

1

 
117
어스름 저녁때
118
사곡풍경(四谷風景) 중의 하나인
119
S대학 지붕 위에 나서면
120
1일의 소비를 잊었었다
 
121
적판이궁(赤坂離宮) 부근에
122
화려한 녹색의 조화
123
푸르른 눈정신 모아
124
고요히 성당 위로 옮겨왔다
 
125
원근(遠近)의 삼림(森林) -
126
짙어지는 녹색의 색채
127
상학종(上學鐘) 소리가 울면
128
“저물었다 내일 또”
 
129
“나는 창을 바라보기도 하고
130
동무들과 노래도 부른다
131
나도 저녁을 먹는다
132
그리고 책을 본다”
 
133
예수의 회(會) 수도원에
134
단순한 회화교수(會話敎授)
135
몸과 마음 거듭나도록
136
내가 전심(專心) 치지(致志)하였다
 
 
 

2

 
138
검푸른 바람이
139
높은 집 창 기슭들을 울리었다
140
질투에 어두운 눈동자들이
141
없는 희생물을 찾았다
 
142
사물 떨어져 흐르는 호수 뒤로
143
언덕에 굽어선 낙락장송이
144
오한(惡寒)의 몸서리를 부르르 치고
145
높은 소나무 한 그루 부러졌다
 
146
이끼로 새파란 웅덩이 물결
147
도회의 하수도 막고 잔잔(潺潺)하다
148
단칸방 안을 습격하는 질투
149
야학 시간마다 무리지어 온다
 
150
텅 빈 교실 안에
151
드높은 마음 울고
152
나보다 5분은 높은 그이가
153
비참한 나를 힘써 주었다
 
154
작은 한촌(寒村)의 생장(生長)인 내가
155
도회에 나온 바에는
156
금전이고 학식이고
157
어느 편이나 얻어야 하였다
 
 
 

3

 
159
아침 학교 저녁 학교
160
그다음에 과자 장사
161
명태같이 마른 나는
162
외로운 인생이었다
 
163
5월 일요일 늦은 아침
164
도회의 소음에 놀라
165
눈을 번쩍 낯 씻고
166
발 빠르게 성당에 간다
 
167
아아 성당은 나의 천국
168
우리 선생님들은 천사 같고
169
거룩한 주일(主日)날 위하여
170
모인 신자들은 정화(淨化)되었다
 
171
겸손한 음성의 창가대(唱歌隊)
172
아름다운 테너의
173
자유자재한 발성이
174
천사 찬양하는 것이었다
175
그 성당 안에도 한 해 이태
176
다음 다음 유행 따라서
177
탐미파(耽美派)가 쫓겨가고 실질파(實質派)
178
헤라클레이토스의 판타레이Panta rhei다
 
 
 

4

 
180
거룩한 성당 안에서
181
설교하신 예수의 말씀들도
182
장사하는 길거리에서는
183
악화되어 나를 울리었다
 
184
조소(嘲笑)하려는 어귀(語句)들
185
농락하려는 수법들
186
동경(東京) 정경 나는 몰라
187
젊은 지조 한결같다
 
188
야학교(夜學敎) 안에는 여급의 전횡(專橫)
189
성당 안에는 스파이 종류의 출몰
190
사람을 낚는 총알 눈동자들
191
외로운 내 한 몸 의심스러웠던가
 
192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여도
193
동경인사(東京人事) 반갑지 않고
194
고난스런 살림 7,8년에
195
열렬한 정열 몰라 왔다
 
196
그 학교 그 성당 그대로
197
우리 조선에 옮겨올까
198
학식에 주린 우리 민족들
199
정결한 마음씨로 오리랄까
 
200
요릿집 여급하는 여자인지
201
코 빨간 노인 짝지어 와서는
202
수도사(修道士)의 불안을 북돋우려고
203
자기네의 희생이 되란다
 
204
사람 영혼의 사망을
205
헛되이 알려는 악마의 태도
206
상벌을 편가르는 욕물(慾物)
207
성당 안도 전쟁터였다
208
Morgenstern voll strachlen pracht
209
Zier der Himmels-anen
210
성스러운 멜로디를 따라
211
나도 이따금 불러본다
 
 

하(下)

 
 

5

 
214
청년 시인이 전(全) 일본을
215
방황하다가 돌아와도
216
내놓을 사람은 마른 여자
217
그뿐이라고 할까요
218
봄날 아침 10시에
 
219
미사를 필(畢)한 우리는
220
새벽부터 내리는 봄비를 맞고
221
성당 뜰에 내려서서 개웃개웃
 
222
그다음 일요일에는
223
파릇파릇한 바주[生垣(생원)] 뚫고
224
잘 자라는 잔디밭 위로
225
오락가락 샛길이 열리었다
 
226
새 지저귀는 봄날 아침에
227
돌돌 구르는 물소리 거슬러
228
새벽 미사에 참여하면
229
파랑새 우짖었다
 
230
오오 조물주의 신비
231
청춘의 넘쳐흐르는 재능
232
고난을 겪어도 아름답고
233
더러움 모르듯 거룩하였다
 
234
어느 때는 왕자와 같이
235
어느 때는 빈민같이
236
나의 모든 허물 사(赦)하시라고
237
신단(神壇) 미사 사(仕)를 드시었다
 
238
붕붕 탕탕 경절(慶節)의 발포(發砲)
239
나의 사죄를 신성케 하였다
240
나의 지휘자 페드르 그이는
241
내 전생(全生)의 외로운 동무
 
 
 

 
243
길…… 내가 마음먹기는
244
음향과 색채의 서안(西岸)을 전(傳)하여
245
착한 이들의 교회당
 
246
길…… 내가 치를 떨기는
247
아우성소리 나는 시장의
248
담과 담 사이 벽과 벽 사이
249
이도(泥道)를 건너는 외나무다리
 
250
길…… 내가 그리기는 장강(長江)의
251
산 넘어 들 지나 바다에 드는
252
굽이굽이 감도는 길
 
253
길…… 내가 기뻐하기는
254
모든 제방(堤防)을 넘어 바다에 드는 것같이
255
미래로 미래를 보조(步調)를 어우르는
256
모두 다 완성의 길
 
257
길…… 내가 읽기는, 레일의
258
울면서 웃으면서 바로 달아나는
259
별의 궤도, 또 인심(人心)의 동작(動作)
260
길…… 내가 배우기는 천류(川流)의
261
구곡구절(九曲九折)의 산길을 평지로 가는
262
임의 길, 진리의 길
 
 
263
《동아일보》, 1938년 3월 10, 11, 12일.
【원문】시로 쓴 반생기(半生記)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시〕
▪ 분류 : 근/현대 시
▪ 최근 3개월 조회수 : 7
- 전체 순위 : 5218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060 위 / 1793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시로 쓴 반생기 [제목]
 
  김명순(金明淳)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8년 [발표]
 
  시(詩)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시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시로 쓴 반생기(半生記)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