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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4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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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박해
 
 
2
처음부터 유리쪽도 종이쪽도 붙이지 않은 쇠창살을 붙잡고 아우성을 치는 감옥에 있는 사람이나 다 미어진 문창살을 부여잡고 아우성을 치는 시민이나 기한에 떨기는 매한가지다. 일찍이 일본제국주의가 패망의 직전 발악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여가지고 건뜻하면 유언비어다 징용 회피다 사상 불온이다 하며 갖은 이유로 잡아들여간 것이 전 조선을 합하여도 1만7,8천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요즘 당국의 발표를 보라. 남조선만 하여도 2만을 훨씬 넘었다 한다. 모든 것이 침체 상태로 들어가는 이때 감옥만은 번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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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당시 텅 비다시피 한 감옥은 왜 이리 문이 미어지도록 번창을 하는가? 우리 건국을 해치는 모리배를 모두 집어넣었음인가? 아니다. 그들은 백주에 공공연히 대로상을 왕래하며 그 중에 어떤 자는 신문지상에 민족주의적인 애국시까지 쓰는 자도 있다. 또 신문사를 경영하는 놈도 있다. 그러면 전일에 일본놈 궁둥이를 핥으고 다니며 징용에 징병까지 가라고 떠들고 갖은 못된 짓을 하던 놈이 가득 차서 그런 것인가. 아니다. 이런 짓을 한 놈 중에 큰 도적놈은 역시 지금도 자칭 조선을 대표한다는 정당의 당수요 큰 적산관리공장의 관리인이요 간부요 민법의원의 의원이요 지금 이러한 일로 감옥에 있는 자는 오히려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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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치 장관의 말에도 대법원장의 말에도 지금 남조선에는 한 사람의 정치범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이 모든 사람은 도둑놈들인가. 되레 감옥밖에 사는 우리들은 도적의 위협을 받고 테러의 위협을 받고 경찰의 간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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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람은 굶고 있는데 조선인은 강냉이를 먹으니 행복이 아니냐”고 미국인 운수부장 코넬손 씨는 말하였지만 우리는 지금 행복의 극을 누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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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있어서 언론 자유는 보장한다”고 말한 하지 중장이 미소공위에도 반탁하던 사람까지 넣으려 하던 이 조선이 그러면 언론 자유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가? 이것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제군들이 더 잘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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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1일 국제청년데이에서 다만 시 한 수를 읽었다는 죄명으로 1년의 징역을 하는 동무 유진오(兪鎭五)를 보라. 그리고 연달아 작년 12월 29일 삼상결정일주년기념대회 때 어리석은 내가 시를 읽은 것으로 인하여 나를 찾으려 하고 내가 없는 틈에 원고를 압수해 갔고 또 금년 1월 10일 종합예술제 때에도 극장에 임석한 경관이 사전에 원고를 검열하고 낭독에서 삭제할 곳을 일러준 다음 그 뒤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낭독한 여배우 문예봉 씨는 당국에 불려가는 불상사를 일으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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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니 문학 작품을 읽었다고 잡아간 일은 그 지독한 일제 시대에도 없던 일인데 지금 민주주의를 외치고 또 민주 건국을 원조하려고 하는 미군정하에서 이 불상사는 어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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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내용에 있는 말쯤은 어느 정치 연설이나 회합에 가도 데굴데굴 구르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 민주 경찰은 시적 감수성이 예민하여 거의 신경질적인 데까지 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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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우리의 시가 더욱 위대한 힘을 발휘하여 그들의 잠재한 독소를 홍분내지는 자극시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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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우리 시가 이처럼 문제된 일은 없었는데 이처럼 빈번한 당국의 관심과 다시 우리는 국제청년데이에서 국치기념강연회에서 삼상결정 일주년기념대회에서 종합예술제에서 수십만 아니 연인원 수백만의 대관 중 앞에서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것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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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번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동무 유진오를 석방하라. 만일에 유진오가 유죄라 하면 그의 시를 듣고 열광하여 외치는 군중은 무엇인가. 수만의 열광자도 공범이 되어야 하느냐? 우리는 유진오 동무의 석방을 위하여 끝까지 싸워야 한다. 오늘 내리눌리는 부당한 억압을 참지 못하여 일어선 우리 문화인들이여! 우리 앞에는 열백 번 결의를 다시 해야 할 크나큰 싸움이 있을 뿐이다. 우리 인민의 벗인 젊은 시인 유진오를 즉시 석방하라.
【원문】시인의 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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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장환(吳章煥) [저자]
 
  194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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