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아동문예를 낳자 ◈
카탈로그   본문  
1935.3.18
조명희
1
아동문예를 낳자
 
 
2
사회는, 군중은 우리의 어린 문단을 향하여 희곡과 소설을 다오, 시와 노래를 다오, 동요와 동화를 다오! 하며 손을 내어민다. 그러나 이 이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약간의 시를 주었을 뿐이요 그 외에 준 것이 별로 없다. 더구나 아동문예 작품은 그림자도 볼 수 없다. 자란이가 예술에 주리었다면 어린이들도 주린 그대로 내어버려 두겠는가?
 
3
우리의 콜호스니크들이 부분적으로는 지금도 ‘춘향전’ , ‘유충렬전’ 과 같은 낡고 때 묻은 봉건적 작품을 비판 없이 씹고 있는 현상이라면 ‘시들은 방초’ , ‘창덕궁가’ 같은 욕지기 나는 센티멘털리즘의 노래를 외우고 있다면, 우리의 삐오네르들이 한 편으로는 ‘반달’ 을 부르고 ‘강동 보토리가’를 읊조리고 있는 형편이다.
 
4
어린이 교과서에 시조를 집어넣는 것이나 최남선의 ‘시문 독본’ 에서 주어온 독재 부스러기를 주던 지난날의 희비극도 있지 않았는가? 예술에 주린 그들의 창질에 겨떡은 고사하고 돌을 주었으며 독약을 준 셈이 아니었던가?
 
5
우리의 장래 후계자인 소비에트국가의 어린이들에게 건전한 무산 계급의 이데아와 감정을 기를 만한 예술을 주어야 하겠다. 건설의 봄뜰에서 자라나는 곡식과 같은 그들에게 햇빛과 같은 영양물과 같은 좋은 작품을 주어야 하겠다. 그들이 이해하고 그들이 즐길 만한 동요, 동화, 동화극을 주어야 하겠다.
 
6
미의 세계를 향하여 귀를 열어놓은 그네의 신경으로 하여금 아름다운 리듬적 말에 춤추게 하며, 희망의 햇빛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그네의 마음으로 하여금 동경과 상상의 나래를 넓이 치게 하여 주자! 여기에 동요의 의의가 있으며 동화의 의의가 있다.
 
7
아동문예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 이런 말을 하게 됨은 너무나 답답한 데에서 나아옴이다. 어쨌든 지껄이어 보자.
 
8
어린이는 어린이의 세계가 있다. 그것은 발달된 이지로서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자란이와 달라서 모든 것을 적은 주관, 좁은 판단으로만 보게 된다. 즉 어린이의 생활의 주위에 일상적으로 가깝게 있으며 생기는 ‘그 무슨 사실’ 이 그의 판단과 상상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가령 저와 저의 어머니가 제일 잘 생각되는 표준점이라면 다른 것도 큰 것은 어머니요 작은 것은 저라고 생각한다. 큰 나무는 어머니 나무요 작은 나무는 아기 나무라고, 큰 책상은 어머니 책상, 작은 책상은 아기 책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밤에 어머니가 저를 안고 잤다면 아침에 눈뜬 그의 생각으로서는 자란이 모양의 인형(꾸꿀라)은 어린이 모양의 인형을 안고 잤거니 한다.
 
9
제가 뜯게말을 할 줄 안다고 하여서 새나 나무도 말하거니 한다. 이른 아침 뜰에서 아장걸음 걷는 아이가 닭이나 개에게 말을 붙이는 것은 우리가 예사로 보는 일이다. 그러므로 아동문예에서는 꽃도 말하는 의인법(사람만이 여기는)과 개미와 벌은 노력자, 모기는 착취자, 파리는 노듸리로 비유하는 우의법(뜻을 붙이는)을 많이 사용한다.
 
10
이제 그 작품들의 실례를 들어 보자.
 
 
11
전 봇 대
 
12
키정거리 전봇대
13
못난 전봇대
14
키만 해도 어른인데
15
울기는 왜 해?
16
키정다리 전봇대
17
못난 전봇대
18
바람이 그다지 무서운가
19
밤 낮으로 엉엉 울기만 하네.
 
 
20
이와 같이 동요는 의인법을 사용하면서도 우습고 재미 있게, 어린이 비위에 들어맞게 지어야 된다. 그리고 또 동요에서 요구되는 것은 복잡한 것을 들을 줄 모르는 어린이에게 단조한 리듬으로 짠 말들을 주어야 한다.
 
 
21
달 아 나 기
 
22
너는 기차
23
 나는 자동차
24
  우리 서로
25
   달려 보자
26
칙칙 폭폭
27
 뿡뿡 뚜루루
28
  네가 빠르냐
29
   내가 빠르냐.
 
 
30
이 동요는 기교도 상당하다. 이런 종류의 동요는 주는 것도 무방하지마는 될 수 있으면 무산계급적 이데아와 감정이 분명히 나타난 것을 주는 것이 좋다.
 
 
31
연 필 침
 
32
우리 아기 우습지요
33
정말 우습죠
34
파시스트 모양이
35
신문에 있다고
36
이 놈, 이 놈 가만있어
37
콕콕 침을 놔
38
엑기 이놈! 한 대만
39
맞아 보아라.
 
 
40
야 장 의 아 들
 
41
아버지 주먹에
42
맞은 쇳덩이
43
분해서 발갛게
44
성내었다도
45
우리 나라 새 기계
46
된다는 바람에
47
파랗게 웃으며
48
손뼉을 치네
 
49
아버지 팔뚝에
50
숨쉬는 풀무
51
품과 품과 쇠를 녹여
52
묘한 기계 ─ 새 기계
53
만들어낸다고
54
햇빛도 문 틈으로
55
엿보고 있지.
 
 
56
내용과 기교가 다 좋다. 그런데 이 ‘야장의 아들’ 이라는 동요가(원래 여러 절로 되어 여기에는 잘라 던지었지만) 대단히 길다. 동요에서 긴 것도 꺼린다. 많아야 네 절이어야 할 것이다.
 
57
동요에서 단순한 재료, 단순한 말을 쓰는 것과 같이 동화에서도 복잡한 구상, 긴 글은 좋지 않다, 그리고 사람의 생활을 나타낼 때에 많은 경우에서 자연계의 현상 ─ 생물계의 생활에 비유하여 나타낸다.
 
58
그러나 의인법과 우의법을 사용한다고 하여서 아동독물에다가 그들이 이해하지 못할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집어넣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떨어지고 무산계급 사상에서 떠난 유심론적의 것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59
몇 해 전에 소왕령 칠년제에서 놀던 동화극 ‘봄 여왕’ (고려 내지 예수교 예배당에서 흔히 놀던 소위 ‘성극’ 이란 것이다) 같은 것은 옳지 않은 작품이다. 봄을 나타내는데 꽃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비가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마는 봄을 ‘여왕’ ─ 귀신으로 상징하여 나타내는 것은 신비주의의 냄새가 나는 위험한 것이다. 자본국가에서 지금도 많이 애독되고 따라서 유명한 앤더손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동화나 마아테를링크의 ‘파랑새’ 같은 동화극은 우리가 기교로는 가지어 올 것이 있지마는 내용은 옳지 않은 것이 많다. 작품들의 실례는 말하지 않겠다,
 
60
어린 솜병아리를 손바닥에 올리어 놓고 쓰다듬어 줄 만한 보드라운 정이 있는 이라면 , 어린이의 배움말도 귀여운 음악으로 들을 만한 따뜻한 마음이 있는 이라면, 아니 이보다도 건전한 이데아와 감정으로써 소비에트국가의 어린이들을 길러야 하겠다는 진실한 이해가 있는 이라면 이 어린이들을 위하여 동요와 동화를 낳자! 아동문예를 쓴다고 자란이 문예를 쓰는 것보다 값이 적은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유명한 동화작가나 동요시인이 적지 않은 것이다.
 
 
61
『선봉』1935. 3. 18, 3.21일자에서
【원문】아동문예를 낳자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평론〕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5
- 전체 순위 : 3058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481 위 / 1835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무상의 낙
• (1) 애완
• (1) 에피그램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아동문예를 낳자 [제목]
 
  조명희(趙明熙) [저자]
 
  1935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 문학평론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아동문예를 낳자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