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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 뜬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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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8
조명희
1
여름밤 뜬 생각
 
 
2
여기서 뜨끔, 저기서 뜨끔, '이쿠 이 놈 빈대로구나!' 방 안에는 거의 다 퇴치하였지만 마루에는 그저 대단하다. 성냥을 닥 그어서 불을 켜들었다.
 
3
빈대는 간 곳이 없다. 누웠던 자리에 주위를 다 더듬어도 없다.
 
4
"아 저것 봐, 어느 겨를에 바람벽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그놈 참 용감하게도 달아난다!"
 
5
"이봐 N군, 빈대란 놈은 꼭 중국 군벌의 군대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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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7
"그놈이 달아나는데 용한 폼이 마치 중국 군벌의 군대가 싸움 마당을 당하여 앞으로 나가기보다 패할 때에 도망질쳐 달아나는 법이 썩 용하답니다, 그려. 저 빈대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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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재차 습격을 당하였다. 벌떡 일어나 앉았다.
 
10
"여보 N군 …… 잠 들었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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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도 한 OOOOO. 그 놈이 밤이 되면 프롤레타리아의 피를 빨아 먹는 놈이니까. 웃음의 말을 붙이자면 그놈은 ‘……OOOO’ 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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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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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OOOOOO도 밉지만 밤 OOOO란 놈도 꽤 괘씸한 놈이오. 실컷 빨리고 난 놈의 피를 또 빨아대는 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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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가 무던하지만 본원지인 중국에서는 더 말할 것 없다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OO들이 지금은 ‘OOOOOOO’라고 떠들지만 이 다음에는 'OOOOOO'하고 떠들 때가 있지나 아니할까 모를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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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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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말하자면 지금 그네가 부르짖는 ‘OOOOOO'가 곧 'OOOOOO'의 의미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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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OOOOO’보다'OO………·'를 하여 왔구려, 삼주일 전에 이곳으로 옮겨 왔을 때에는 빈대가 참으로 대단하였소. ……그런데 OOOOOOOO 양OOOOOOOO 나와 빈대와도 이 세상에서는 도저히 양존(兩存)치 못하오. 그놈 빈대란 놈이 내 살맛이 유달리 좋은 것 같고 나도 그놈이 조금만 있어서도 견뎌내지를 못하는구려. 그래서 이집에 온 지 심 주일 동안을 밤낮으로 빈대와 싸웠구려. 낮이면 문호 봉쇄하기, 성축을 쌓기, 밤이면 OOOO OOOOOOOOOOOOOOOOOOOOOOO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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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OOOOOOO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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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그래. ……OOOO. …………OOOOOOOO OOOO OOOO OOOO.“
 
20
이번에는 봉건 무사의 유물인 모기가 창을 들고 아우성을 치며 들이 덤빈다.
 
21
“OOOOOOOOO OOO OOOOOO, OOOO OOOOO OO OOOOO OOOOOOO…………“
 
22
방으로 들어가려 하니 더운 생각도 나고 마루도 그다지 시원치는 못한 데다가 빈대다 모기다. 대문 밖으로 나갔다. 거기는 또 수채 냄새가 상당하다.
 
23
“에끼,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24
방에 들어와 가만히 누워서 더위를 견디어 보려 하였다. 그러나 더위는 어지간치가 않다. 마치 열탕 속에 몸을 잠근 것 같다. OOOO 피하는 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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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으로나 서늘한 것을 그려보자. 기분이라도 좀 나을OO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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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동래 해운대에 잠깐 갔을 때에 해수욕하던 일이 생각난다.
 
27
맑고 시원한 바닷물로 뛰어들어가 몸을 담그고 헤엄치고 하다가 몸의 온도를 많이 빼앗겨 추운 생각이 날 때에는 다시 모래 언덕으로 기어 나와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팔을 뒤로 벌리고 앉아서 앞으로 가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따끈따끈한 볕을 쪼이는 맛도 어지간치 않게 좋은 일이었었다. 당장에 바다가 눈 앞에 있는 듯싶어 몸을 솟쳐 텀버덩 뛰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왈칵 난다. 그러나 여기는 지금 움 속같이 더운 집이다. 또 다른 생각을 하여 보자.
 
28
옛날에 시골 있을 때에 여름밤이 몹시 더울 때에는 피서할 양으로 큰 냇물가로 나가서 밤새임하던 일이 생각난다. 남비와 건건이와 막걸리와 불을 장만하여 가지고 나가서 생선을 잡아 밤 천렵을 하며 시원한 물에 목욕하고 나서 물것 없고 깨끗한 모래밭 위에 와서 누워 자던 일이 생각난다. 전원이 몹시 그리웁다. 바다가 몹시 그리웁다. 그러나 여기는 서울이라는 도회에서도 빈민 주택이라는 움 속같이 더운 집 속이다. 나같은 사람에게 바다가 아무리 그리웁고 전원이 아무리 그리운들 무엇하랴.
 
29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는 소위 도회의 인텔리겐챠. 이따위 따분한 생활의 이야기를 하여 무엇하랴. 구십도 이상의 더위 속에서도 열 시간 열 두 시간 이상의 고역을 하는 공장 노동자의 생활을 생각해 보라. 뜨거운 염열 아래에 물독에 빼어낸 것 같은 땀몸을 하여 가지고 곡괭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거리 위의 고역꾼을 보라. 이네의 저녁 밥상에는 조밥 한 그릇이 놓여 있기가 어려운 터가 아닌가. 더운 굴같은 방 속에는 조밥 먹는 피를 마저 빨아 먹으려는 빈대떼가 등대하고 있지 아니한가. 바다와 전원이 인연이 먼 이 도회 OOOOOOOOO 왜 OOOOOOOOOO. OOOOOOOOO OOOOOOOOOOOOO. OO OO OOOOOOOOOOOOOOO. OO중앙이나 주위에는 굉장한 설비로 된 납량장이 수없이 벌여 있으렸다. 거기에는 달빛같이 서늘한 몇 만 촉광의 전등의 휘황하게 빛나 있다. 시원한 기분을 돋우는 음악 소리가 일어나렸다. 00유영장에는 수 만 수천의 사람이 오리떼같이 물 위에 떠올랐다. 거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오늘날 썩은 땀 속에 파묻혀 지내는 도회 OOOOOOOOOO. 이네의 썩은 땀냄새 나는 옷은 깨끗하고 신선한 옷으로 변하였다. 굶주림에 들뜬 얼굴은 혈색이 무르녹고 삐쩍 마른 팔다리는 생나무 토막같이 살찌고 튼튼하여 보이었다. 싱싱한 목숨들이 펄펄 뛰놀았다. 도회에서나 농촌에서나 바닷가에서나 어디에서나 펄펄 뛰도록 산 목숨들이 서로 서로 깃과 깃을 연하고 손과 손을 마주잡아 이 대지 위에 뛰노는 소리와 일하는 소리가 사무치었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해 보았다. OOO OO OOOOOOOOOOOOOOOOOOOOOOO. OOO 한갖 꿈같이 밖에 아니 보인다. OOOOOOOOOOOOOOOOOO. OOO OOOOOOO. 의 OOOOOO. OOO OOO?
 
30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하여 보았다. O………………모를 일이다. 예언할 수 없다…………………. 분명히 아는 바이다 …… 현재의 고통 …… 이것은 참고 나갈 수밖에. 참지 않으면 아니될 운명이다. 다만 참고 나가자. 참으며 앞을 바리보고 힘있게 걸어 나가자!
 
31
그 언제인가 내가 누구에게 시구 비슷한 글을 써 주었던 것이 마침 생각난다. 여기다 몇 줄을 기록하여 보자.
 
 
32
바다와 푸른 하늘
33
흙과 햇빛
34
아아 우리는 이 바다와 이 푸른 하늘을
35
잊을 날이 있을까.
36
또는 이 검은 흙과 이 빛나는 햇빛을
37
비록 어떠한 세상이 오더라도.
 
38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잊을 수가 있을까
39
우리의 목숨을 잊을 수가 있을까
40
비록 어떠한 위력이 오더라도
41
우리는 이것을 잊을 수가 있을까.
 
42
옳도다 우리는 빵에 주린 자
43
사랑에 목마른 자
44
OOO 목숨
45
기나긴 어둠이 우리의 뒤에 딸려 있다.
46
또는 앞으로 널려 있다.
47
그럴수록에 우리는 바다가 더 그리웁다.
48
흙냄새가 햇빛이 더 그리웁다.
49
어린 아이같이 부른 배를 두드리고 싶구나.
50
형과 아우 같이 사랑을 나누고 싶구나.
51
싱싱한 팔다리를 가지고 씩씩한 숨을 내들여 쉬고 싶구나!
 
52
어둠에 사는 인간 일수록
53
밝음이 더 그리웁다 자연이 더 그리웁다.
54
산 생명의 펄펄 뛰노는 생활이 몹시 그리웁다.
55
그러나 우리는 한 마디 말을 더 하여 두자.
56
“어둠에 사는 ……………”
57
“……………………”
58
……………………
59
……………………
 
60
어둠을 지쳐가자 어둠을 지쳐가
61
그리운 햇빛을 보기 위하여 그리는 시절을 만나기 위하여
62
이 기나긴 어둠을 ……지쳐 나가자.
 
63
바다와 푸른 하늘
64
흙과 햇빛
65
빵과 사랑
66
그리고 또 목숨 뛰노는 목숨,
67
백양목 같은 팔다리로 저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68
이 빛나는 햇빛 아래
69
이 넓은 땅 위에 발을 내놓아
70
동무와 동무의 손을 잡아……
71
……………
72
…… (그만)
 
 
73
1927. 8.
【원문】여름밤 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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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희(趙明熙) [저자]
 
  # 조선지광 [출처]
 
  192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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