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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7
채만식
1
여름 ‧ 都市[도시] ‧ 밤 ‧ ETC
 
 
2
경원선(京元線)과 경인선(京仁線)이…… 삼방(三防)과 석왕사(釋王寺)의 밥장수가……워싱턴의 동상과 모기와 빈대와 벼룩이 모두 제각기 한몫을 톡톡히 보는 7월이다.
 
3
맥주공장에서 나마비루통이 꼬리를 물고 시내로 굴러들어온다. 아이스크림 장수가 오늘은 1원 23전을 남겼다.
 
4
왕십리 배추장수가 구름 없는 하늘을 치어다보며 한숨을 쉬는데 아이스케이크 장수는 입이 광우리같이 벌어진다.
 
5
하숙집 노파가 하기방학을 저주한다.
 
6
모던 아가씨와 모던 서방님네를 모조리 송도원(松濤園)에게 삼방에게 석왕사에게 장연(長淵)에게 빼앗긴 서울의 아스팔트와 티룸이 한숨으로 파리를 날린다.
 
7
모갯돈 없는 룸펜만이 용감하게 서울장안을 사수(死守)하고 있다.
 
8
도가니 속 같은 서울의 대낮.
 
9
더위에 지친 전차가 선불 맞은 맹수의 최후의 신음처럼 악을 쓰고 말려든다.
 
10
좀도적같이 설설 기어 달아나는 자동차가 심술궂게 독와사(毒瓦斯)와 ‘먼지막’을 피운다. 먼지를 뒤집어쓴 가로수는 골동품 상점같이 지저분하다.
 
11
종로거리의 녹은 콜탈에 하얀 고무신이 들러붙은 젊은 아낙네가 무료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12
태양광선의 99도의 직사(直射).
 
13
선풍기의 도는 소리는 태양에 대한 항전(抗戰)이 아니라 지친 신음이다…… 빙수집의 얼음 깎는 소리도……
 
14
5전 내고 빈 전차를 골라 탄다. 피서를 겸한 합리적 드라이브.
 
15
한 시간 20전으로 선유(船遊) 겸 청유(淸遊)를 한다.
 
16
단 헤엄 못 치는 나에게는 결사적 모험이다.
 
17
피서지로 가는 본격적 피서는 우리에게는 천당과 같이 인연이 멀다.
 
 
18
밤.
 
19
대경성(大京城)의 대동맥이요 메인 스트리트인 종로.(진고개가 항의를 한다면 그것은 추후 답변하기로 보류한다)
 
20
더위는 산에 박힌 바윗덩이같이 물러날 줄도 모른다.
 
21
호기 있는 사뽀로 비루의 네온사인 밑에서 싸구려 싸구려 악을 쓴다.
 
22
빵의 ××과 빵의 절규다.
 
23
누구나 다 헐하다고 외친다. 야시 말이다. 미상불 싸기는 하다…… 어느 노점을 굽어다보아도 1원 이상 내라는 물건은 없으니……
 
24
조선 사람은 음악을 대단 애호한다. 그들은 레코드집 앞에서 나누어주는 삐라를 손에 들고 마침 울려나오는 유행가를 따라 배우기에 열 명 스무 명씩 몰려 서 있다. 음악학교의 가두진출이다.
 
25
행랑 뒷골에 사람이 늘비하게 넘어져 있다. 단 슬진(虱陳)의 자취가 아니라 빈대군에 쫓겨난 사람들이다.
 
26
거적자기 한닢 토막 한개로 땅을 요로 삼고 별문(紋)을 반자지(紙)삼아 코를 들들 곤다. 그중에는 더불베드도 있다. 아기까지 데린 일가족 동반도 있다.
 
27
이런 광경을 하느님이 내려다본다면 쓸데없는 생물 빈대를 창조한 당신의 실수를 후회할 것이다.
 
 
28
꼿꼿한 신작로와 같은 단조와 숨이 막히는 더위…… 이것 밖에는 서울의 여름에서 더 찾을 것이 없다.
 
29
일부러 더 찾아내자면 먼지도 있고 소음도 있고 악에 받친 주정꾼도 있고 하겠지만, 그러나 그런 것도 모두 졸음이 오게 단조하고 답답하게 더울 뿐이다.
 
30
애초에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이태조(李太祖)께 도읍을 정해 줄 때 몇 걸음 더 걸어가서 한강을 중심으로 했었으면 지금쯤 서울은 조금은 더 시원하고 조금은 더 정취가 있을 것을…… 하기야 그때 생각은 한강과 북악산으로 천연의 성을 삼을 생각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학은 역시 무학이었던 것이다.
 
31
쓸데없이 더운 서울바닥에 앉아 조상의 푸념을 하지 말고 시원한 곳에 피서라도 갔으면 하겠지만, 나는 피서보다도 이 더위를 잘 아꼈다가 추운 겨울에 쓰고 싶다. 내가 만일 신이라면 나의 이런 소원쯤 어떻게 해서든지 변통해 줄 것이다.
 
 
32
<中央[중앙] 1934년 7월호>
【원문】여름 ‧ 도시 ‧ 밤 ‧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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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중앙(中央) [출처]
 
  1934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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