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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과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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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8.20
최서해
1
여름과 물
 
 
2
뒤에는 푸른 산 앞에는 긴 강, 그새에 하얗게 깔린 그리 넓지 않은 白沙[백사]는 뜨거운 볕에 달아서 이글이글하다.
 
3
나는 푸른 보리밭을 지나 그 강가 백사장으로 나아갔다. 뜨거운 모래에 발바닥은 따근따근 데는 듯하고 발갛게 깎은 머리에 스며드는 볕은 뇌장을 끓이는 듯하다.
 
4
콸콸 하는 여울 소리와 같이 간간이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서늘하다.
 
5
이른 새벽부터 草露[초로]에 배잠방이를 적셔 가면서 기음에 피로한 촌사람들도 뜨거운 정오볕을 피하여 강가에 나왔다. 물속에서 가닥질치는 애들, 버들그늘에서 낚싯대 드린 늙은이, 모두 대자연의 한덩어리같이 보인다.
 
6
나는 옷을 활활 벗었다.
 
7
뜨거운 모래에 옹송그린 발부터 물에 넣었다. 밑에 보이지 않는 느긋한 물에 떨어진 햇발은 검푸른 물속에 속속히 흘러들어서 푸른 바탕에 느릿한 비단발 같다.
 
8
잠잠한 물은 무릎에 와서 부딪쳐 아른아른한 길을 지으며 흐른다.
 
9
띄어놓는 걸음을 따라 두 다리를 점점 깊이 잠기는 산뜻한 물기운은 부글부글 끓는 피를 맑고 깨끗이 식힌다.
 
10
나는 팔을 죽 폈다. 번쩍 몸을 솟아 풍덩실 물 가운데 뛰어들었다. 고요하던 물에 굵은 線[선]이 일고 일광에 영롱한 구슬 같은 물방울이 전후좌우로 퍼지면서, 싸늘한 물이 내 몸을 안을 때 나는 흐느끼면서도 긴장한 쾌감을 맡았다. 껍질을 뚫고 살에 스며들어 뼛속까지 사무치는 물기운은 청정, 경쾌한 느낌을 준다. 머리위에 빛나는 태양은 의연히 江山[강산]을 뜨겁게 비추건만 나와는 아무 상관 없다.
 
11
나는 두 발로 물을 차밀고 두 팔로 물을 끌어당기었다. 내 몸은 순한 물길을 좇아 둥실둥실 아래로 흐른다. 천날이고 만날이고 이 물에 이렇게 밀리면서 하늘 끝닿는 데까지 가고 싶다.
 
12
나는 물개암나무가 우거진 조그마한 섬에 엉큼엉큼 기어올랐다. 강렬한 볕 아래 강풍에 반짝반짝 흔들리는 푸른 잎새들은 수정알같이 맑다.
 
13
차버리다시피한 햇빛 아래 물속에서 으스스 식은 몸을 다시 놓을 때, 햇빛의 慈愛[자애]를 다시 느꼈다. 긴장하였던 힘줄은 노근히 풀려서 졸음이 수루루.
 
14
출렁출렁한 목소리! 반짝반짝 선명한 녹음, 서늘한 바람, 여명한 일광, 그 새에 시름없이 앉은 나, 아무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15
아! 우주와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원문】여름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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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과 물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조선 문단(朝鮮文壇) [출처]
 
  1925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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