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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제물(祭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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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이병각
1
여름 祭物[제물]
 
 
2
健康[건강]을 위하여 서울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될 形便[형편]이나 서울을 떠나려니 친구와 떨어질 것이 안타까워서 이도저도 못하고 망상거리는 판에 호랑이같은 아버지가 올라와서 멱살을 끌고 가버린 뒤 한 달이 지나고 두달이 반쯤 간 며칠 전에 벗은 江原道[강원도] 어느 절에서 편지를 부쳐주었다. 每日[매일] 午後[오후] 두 시쯤 되면 茶房[다방] 츠로이카에서 꼭꼭 電話[전화]를 걸고 몇 시쯤 되어 나오느냐 어디서 만나자 하고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못살 것 같던 벗이건만 억지로라도 떨어지고 나니 別[별]로히 못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으나 그저 섬섬하고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던 차에 그의 시골서의 첫 消息[소식]이라 반가워서 펴보니 얼토당토 안한 수작이 쓰여 있었다.
 
3
『나는 너를 싫어한다. 다시 만나지 않어도 좋으며 만나려고도 願[원]치 않는다. 그 理由[이유]는 簡單[간단]하다. 대체로 너 같은 친구를 가졌다는 事實[사실]이 나에게 그다지 榮光[영광]스러운 일이 아닐뿐더러 너 自身[자신]에게 대하여서도 나 같은 시골뚜기 친구는 그다지 必要[필요]치 않을 것임으로 ─』
 
4
도모지 要領不得[요령부득]이다. 처음에는 눈이 어두어지도록 분하고 벗이 원망스러웠으나 대체 이놈이 어째서 밤중에 홍두깨格[격]으로 絶緣狀[절연장]을 보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5
가만있거라! 벗은 어지간히 發狂[발광]하였나보다. 죽어도 서울은 떠나기 싫고 하루라도 친구들과 만나지 않으면 생 病[병]이 난다던 벗이 두달이 가깝도록 시골 절간에 監檢[감검]을 當[당]하다시피 되어 있으니 죽을 지경인 모양이다.
 
6
萬若[만약] 옛날과 같은 友情[우정]을 그냥 두었다가는 한시라도 더 시골서 머물러있을 수 없고 밤중이라도 서울을 뛰어 와야겠는데 올라올 便[편]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잊어버리기나 하자는 心算[심산]으로 억지로 울면서 絶緣狀[절연장]을 보낸 모양이다.
 
7
그러나 絶緣[절연]이란 合議絶緣[합의절연]이 아니고 이편에서는 異議[이의]가 있는지라 벗의 計劃[계획]대로 쉽사리 絶緣[절연]이 되지 않을 것은 勿論[물론]이다. 원래 나는 여름이라 하여 바다나 산에 가본 적이 없으니 그 벗은 잘 모르나 남들이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호강스러운 노릇인 모양 ─
 
8
자래만큼 한 빈대가 꿈틀거리는 서울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니 친구끼리라도 그놈은 무슨 八字[팔자]로 시원한 절간에서 여름을 날 수 있고 나는 四柱[사주]를 어떻게 하고 낳길래 이 모양으로 苦生[고생]스러워야 할까 뱃장이 대단히 틀이던 次[차]이라 어떻게 하더라도 그놈으로 찌는 듯한 서울로 꼬여올여와서 빈대에게 띁겨 주어야겠다는 심청이 구럭구럭 치밀었다.
 
9
昨年[작년]만 하더라도 R벗이 東海岸[동해안] 어느 海水浴場[해수욕장]엘 갔다가 달반 동안이나 沐浴[목욕]한 번 못해보고 꼽다시 비에 갇혔다가 온 일이 있는지라 이 事實[사실]로 말미암아 昨年[작년] 가을은 그 痛快[통쾌]한 맛으로서 憂鬱[우울]이 얼마간 減退[감퇴]되었었다. 그러므로 今年[금년] 여름에도 가을의 憂鬱[우울]을 덜기 위하야 한사람의 친구를 祭物[제물]로 삼지 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절간에 있는 친구를 꼬여내어 서울로 올러오도록 하는 것은 가을에의 準備[준비]도 準備[준비]러니와 나의 唯一[유일]한 滌暑劑[척서제]이기도 하다. 이리하야 나는 친구에게 回答[회답]을 썼다.
 
10
『너가 없으니 세상이 아득하고 소낙비 개인 저녁때 本町[본정]거리를 다니면 너의 생각이 간절하며 茶房[다방] 츠로이카의 茶[차]맛과 名菓[명과]의 얼음 팥죽은 形言[형언]할 수 없는 仙味[선미]다.』
 
11
하는 等[등]의 달콤한 글을 써서 어떻게 낚시질을 해놓았으나 그것이 成功[성공]할지 못할지는 아즉 비웃그물을 놓아둔 것 같이 保證[보증]할 수 없다.
【원문】여름 제물(祭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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