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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발전책(演劇發展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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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1월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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演劇發展策[연극발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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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劇硏座[극연좌]에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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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도 일반 정신문화의 일부문인 이상 조상이 없이 생겨나 가지고 공중에 둥둥 떠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요, 그 지역에 있던 전통의 흐름이 시대의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지반삼아 새로운 것 즉 근대극(近代劇)에로 지양 발전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일 이 이치가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시방 조선에 있어서 연극의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낮은 것은 아무래도 면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지당한 노릇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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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미술 같은 것은 몰라도 문학과 한가지로 조선이란 땅은 연극예술이 좋은 전통을 가지지 못했읍니다. 가령 요새로 들어서야 비로소 발굴‧연구‧ 감상이 되는 탈춤이라든지 꼭둑각시나 홍(洪)동지‧박(朴)첨지라든지 비교적 극다운 내용과 형식을 갖춘 창극의 전신(前身)인 ‘협률사(協律社)’라든지 하는 것이 없던 바는 아니나, 첫째, 그런 것들은 우리에게 그다지 우수하다고 할 근대극의 씨앗이 되어주기에는 너무도 빈약할 뿐만 아니라 그거나마 고전의 고전다운 값을 발휘하도록 연구정리도 되어 있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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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전통이 그러한데다가 오늘날의 조선이란 땅이, 선진제지(先進諸地)와 같이 고도로 발달된 정신문화, 문화 그 자체가 써 발전 성장이 되겠그롬 경제적‧사회적 시대조건이 잘 익어 있지를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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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시방 조선땅에 앉아서 일부 감상안(鑑賞眼)이 높은 극소 부분의 지식인의 만족에 부(副)할 수 있는 그런 높은 예술(연극)을 요구한다는 것은 요구하는 그 사람이 오히려 답답한 사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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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돌이켜 생각할 때에, 그러면 조선의 현 연극예술의 수준이 빈약하나마 고만만은 한 전통, 빈약하나마 고만만한 지반(경제적‧사회적 시대 조건)에는 넉넉 제 노릇을 다한 그 수준에 도달이 되어 있느냐 할 때에, 아무라도 공정무사(公正無私)하게 말하기로 한다면 “아니 아직도……”라고 대답을 할 것입니다. 그것은 비교적 같은 조건의 제약 밑에 놓여 있는 문학 (소설)에 비해서 연극예술이 한 계단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가지고 보아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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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비로소 연극예술이 제 자신 이미 도달을 했어야 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현수준에 머물러 있는 그 양자의 공간의 단축공작에 의식적인 인적 요소가 참가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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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貴門) ‘조선연극의 발전책’의 의미를 나는 이상과 같이 의식적인 인적(人的) 요소의 참가문제로 해석을 하고서 다음의 몇 가지 소견을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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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대적 조건의 제약인데, 이것이야 좋은 연극을 성장시키자고 연극에 직접 관여하는 혹은 간접의 지지를 하는 한 그룹의 사람이 한강 투석(投石) 을 한댔자 아무리해도 움직여낼 수 없는 것이요, 역사라는 초인에게 맡길 것……그러나 전통문제 같은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즉 빈약하나마 그런 대로 조선의 고전극(古典劇)을 파내고 연구하고 정리를 하여 거기에서 되도록이면 자양을 섭취하는 일방 선진(先 進)한 외국의 연극예술로부터 연극 본유(本有)의 정신과 기교를 습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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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언뜻 외국 극본의 상연으로 들리기 쉽겠지만, 외국의 연극에서 연극 본유의 정신과 기교를 섭취하는데 반드시 번역극을 해야만 하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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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득 생각나는 것은 지난번 ‘신협(新協)’ 의 「춘향전」 조선 공연인데 나는 제6막을 그나마 무대 연습밖에는 보지 못했지만, 그것만 본 것으로 미루어 또 다른 이들의 의견을 참작하여 한마디로 그를 비판한다면 “신협은 「춘향전」을 잘했는데 잘 못했다”고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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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그네들의 연기는 매우 좋았읍니다. 그러니까 잘들 했읍니다. 그러나 그네들이 하고 있는 극(춘향전)의 내용은 갈데없는 흉내에 불과한데, 흉내라도 원숭이가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는 정도지 사람이 사람을 흉내내는 정도도 아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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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은 어디 있느냐 하면, 신협이 연극은 할 줄 알아도 「춘향전」은 모른 때문인 것, 즉 섣불리 번역극을 한 때문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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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우리가 더러 「햄릿」이나 그런 것을 상연하는 것도 ‘신협’ 이 「춘향전」을 상연하는 것이나 다름없이(연기까지 서투르니까 오히려 더) 말 아닌 연극을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에게서 연극의 본유한 정신과 그 기교를 배워가지고 차라리 창작극에다가 그를 소화시킬 것이지, 처음 한동안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언제까지고 번역극에 미련을 가지고 있을 일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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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이렇게 뻗어나가면 창작극의 극본문제에 다들리고 마는데, 아닌게 아니라 시방 조선에는 고만 것이나마의 수요를 채울 만한 창작극본의 공급도 되어지지를 않는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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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편의 희곡이 나오기가 어렵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 역시 희곡을 쓰느라고 하는 자이면서 최근 2,3년지간에 겨우 2,3편 밖에 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거나마 내가 생각을 해보아도 오늘날의 특수실정이며 무대조건으로는 도저히 상연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실상 또 상연을 위한 극본을 쓰느라고 희곡을 쓴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데 불편한 놈이면 희곡의 형식을 잠깐 빌어오곤 하기도 한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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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그러니까 앞으로 상연을 하기 위한 창작극의 극본을 불편이 없도록 하자면 시방까지 그저 누가 쓰면 쓰나보다 안 쓰면 안 쓰나보다해서 무관심 했던 것을, 어떠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여서 창작극본의 생산에 자극을 주도록 극단이 문단과 저널리즘의 지원을 얻어 가지고 그야말로 기를 들고 북을 울리면서 거리로 나서서 크게 외칠 만한 정열까지도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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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몇 가지의 임무를 나는 극연좌(劇硏座)에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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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연좌는 비록 연구단체로부터 흥행단체로 전향을 했다고 하더라도 신파연극을 하기 위한 전향이 아니며, 문단으로 친다면 통속작품 대 순수소설과 같은 지위에 있는 자랑과 아울러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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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는 어디까지고 연극적인 태도를 그대로 가지고서 이번 같은 기회에 여러 방면으로부터 제의될 많은 의견을 참고삼아 조선의 연극의 생명을 등에 지고 나가면서 그를 번성(繁盛)하게 길러야 할 각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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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光[조광] 1939년 1월호>
【원문】연극발전책(演劇發展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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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조광(朝光) [출처]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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