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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아침 ◈
카탈로그   본문  
1940.7
함세덕
1
5월의 아침
 
 
2
동진 (東鎭 ; 6학년 급장)
3
동급생
4
인수 (仁壽)
5
복만 (福萬)
6
문창 (文昌)
7
숙자 (淑子 ; 동진의 동생)
8
금붕어장수
9
동진아버지
 
 
10
나뭇잎마다 신록이 들고, 하늘이 한없이 맑게 개인 5월 어느날 아침. 뻐스 종점 근처에 있는 건축기지의 공지(空地)를 향해, 등교하는 학생들이 달음박질로 고개를 넘어온다.
 
 
11
급장     착쿠(ちゃく ; 一着[일착]).
 
12
숙자     니착쿠(にちゃく ; 二着[이착]). 아이 숨차.
 
13
급장     식충이처럼 밥만 많이 처먹으니까 그러지.
 
14
숙자     오빠는? 저는 어머니밥까지 언제든지 뺏어먹구 어깨루 숨을 쉬면서 누구더러 밥 많이 먹는대.
 
15
급장     듣기 싫여. (멀 - 리 불른다) 인수야.
 
16
인수의 소래  그래.
 
17
급장     좀 빨리 빨리 걸어.
 
18
인수의 소래  그래.
 
19
급장     아이, 저거하구 같이 댕길랴면 속상해죽겠드라.
 
20
숙자     키가 적으니까 그러지.
 
21
급장     손기정(孫基禎)인 키가 커서 오림픽에 일등한 줄 아냐?
 
22
숙자     아즉두 한 시간이나 남었는데, 그렇게 빨리 가서 뭘 해?
 
 
23
인수가 달려온다.
 
 
24
인수     산착쿠(さんちゃく ; 三着[삼착]). 달음박질을 하면, 벤도 반찬이 밥 속으로 쏟아지니까, 맘놓구 뛸 수가 있어야지.
 
25
숙자     (깔깔 웃으며) 또 콩자반이구나.
 
 
26
복만이가 달려온다.
 
 
27
복만     욘착쿠(よんちゃく ; 四着[사착]). 야, 우리 좀 놀다 가자.
 
 
28
문창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온다.
 
 
29
문창     내가 또 꼬래비군.
 
30
인수     넌 좀, 빨리 못 걷냐?
 
31
문창     밥먹구 곧 뛰면, 밥풀이 뱃속에서 빳빳이 곤두슨대.
 
32
숙자     하하하하.
 
33
문창     그렇지 않구, 아즉두 한 시간이나 남었어. 요샌 해가 길어져서 여덟 시 반 상학이 여간 지루해야지. 난, 시간 맞춰 갈랴구 해두, 우리 어머니가 여섯 시면 나를 깨신단다. 일굽 시만 되면, 덜미를 치다시피 하시면서 학교가라구 재축하시니까, 할 수 없이 일찍 나오긴 하지만.
 
34
숙자     우리 오빤 겨울에두, 언제든지 한 시간씩 일찍 간단다 너. 화덕불 필려구 소사 영감님이 교실문을 열면, 으레 먼점 와서 궁상스럽게 떨구 앉었대.
 
35
인수     난, 일찍 가는 게 나뻐서 그런 게 아니라, 오늘 찜부 시합이 걱정이 돼서 그래.
 
36
급장     다이조부요. 산쿠미난카 몬다이지야나이요 (大丈夫[대장부]よ. 三組[삼조]なんか問題[문제]ぢやないよ)
 
37
인수     그렇게 깔볼 게 아니야. 이번에 숏보는 애 있지? 그게 수원 소학교서두 캪텐이였대, 여간 뱃을 잘 치지 않는다드라.
 
38
숙자     멫 시부텀이지?
 
39
인수     파하구, 곧 시작하기루 했어.
 
40
복만     그럼 우린, 수빌 잘해야 할 텐데.
 
41
문창     괜찮어 글쎄.
 
42
인수     이건 밤낮 괜찮다지. 실순 저 혼자 하면서.
 
43
복만     인수가 좀 빨리 뛌으면 졸 텐데.
 
44
인수     (상기가 되어) 빨리 빨리 뛸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하구 냉방에서 3년이나 잤다 너. 그래서 다리에 얼음이 들었드랬어. 그렇지만, 인젠 다 났어. 동진아, 내 한번 뛰여볼랴? (책보를 땅에다 내려놓고 모자를 벗어던진다)
 
45
급장     고만둬.
 
46
인수     (애원하는 듯이) 이번엔 시합하다말구 ‘가와리’(かわり ; 고대)하지 말어다구야. 요전엔 챙피해서 혼났다.
 
47
복만     이번 지면 나카노센세이(中野先生) 우실지 몰른다 너. 요전 졌을 때두 눈물이 글성글성 하셨드라.
 
48
문창     괜찮어. 염려없어.
 
49
숙자     오빠, 그럼 여기서 좀 연습하다 가지.
 
50
급장     (무엇을 결심한 듯) 요시(よし). 한 이십 분만 하구 가자. 우와기(うはぎ ; 上衣[상의])들 벗어라.
 
 
51
인수 · 복만 · 문창, 각기 “요시”(よし), “야라우(やらう), “하자” 들 떠들고, 저고리를 벗어 일루, 이루, 삼루 위치를 가령해 놓는다. 숙자는 비켜서서 구경을 하고, 급장은 홈에 서서 ‘노겐뻣’ 을 친다.
 
 
52
급장     인수야, ‘풀라이’ 로 간다.
 
53
인수     그래, 얼마든지 쳐라.
 
 
54
급장이 ‘풀라이’ 로 친 뽈을 인수가 보기좋게 받었다. 복만과 문창 “나이쓰 쌔큰” , “나이쓰” , “쌔큰” 하고 떠들어댄다.
55
일동이 맹연습을 하고 있을 때, 금붕어장수가 금붕어를 담은 통과 어항을 담은 광주리를 목도에다 메고 “긴기요”(きんぎよ) “긴기요” 외우며 공지(空地)를 향해 온다. 아마 시내로 들어가는 길인가 보다.
 
 
56
숙자     (금붕어장수 앞으로 가서, 통 속에서 헤염치는 붕어를 디려다보며) 한 마리에 얼마씩이에요?
 
57
금붕어장수  값을 물으면 네가 살 테냐?
 
58
숙자     네.
 
59
금붕어장수  10전씩만 내라.
 
60
숙자     금붕어 말구, 이쪽에 이 그냥 붕언 얼마에요?
 
61
금붕어장수  았다, 그건 7전씩만 내려무나.
 
62
급장     (숙자를 보고 소래를 질른다) 저리 비켜. 지야마니나루지야나이까 (ぢやまになるぢやないか).
 
63
인수     (붕어장수를 보고) 아저씨, 거기 좀 비켜주세요.
 
64
금붕어장수  학생들이 학교가다 말구, 새벽부터 무슨 장난들이야.
 
65
숙자     오빠 10전 없어?
 
66
급장     없어. 저리 비키지 못해?
 
67
숙자     복만이 너두 없냐?
 
68
복만     10전은 있어.
 
69
급장     돈은 뭘 할랴구?
 
70
숙자     오늘 이과시간에 ‘후나’(ふな ; 鮒[부]) 배울 차리야. 선생님이 붕어 한 마리씩 가지고 오라구 하셨는데, 깜박 잊어버렸드랬어. 지금 붕얼 보니까 생각이 나.
 
71
급장     돈만 있으면 뭘 해? 거저 준대두 가지구 갈 그릇이 있어야지.
 
72
숙자     종이에다 싸가지구 가지.
 
73
급장     그게 죽지, 살어?
 
74
숙자     아이, 어떻게 해?
 
75
금붕어장수  집에 가서 병을 가지구 오든지, 돈을 더 내고 항아리째 사가든지 하려무나.
 
76
숙자     시간이 있어야지요. 항아린 얼마지요?
 
77
금붕어장수  큰 건 1원 50전이구, 적은 건 90전이란다.
 
78
숙자     아이구.
 
79
급장     숙자야, 거기 비켜. 인수야 이번엔 땅뽈로 간다.
 
 
80
인수가 또 보기 좋게 받는다.
 
 
81
복만     동진아, 이번에 ‘사 – 도’ 하구 ‘쌔큰’ 사이로 시게 쳐봐라. 인수 빨리 뛰는 것 좀 연습하게.
 
82
급장     그래, 인수야 간다.
 
83
인수     치기만 해라.
 
 
84
땅뽈로 내리친 공이 빗나가서, 반대쪽으로 빠져나가자 인수가 전속력으로 쫓아가다가 금붕어장수에게 쾅 부듲치고 앞으로 넘어진다. 광우리 속에 들었든 어항이 하고 산산조각으로 깨여지고 통에 들었든 붕어가 땅우에 쏟아진다.
 
 
85
금붕어장수  (펄펄 뛰며) 아 - 니 이눔이 눈깔이 없나.
 
86
숙자     (벌벌 떨며) 아이, 이를 어째?
 
87
인수     (비틀거리고 일어스며) 아이, 다리야. 아이, 다리야.
 
88
금붕어장수  (인수 팔목을 붙들고) 이눔아, 옴살피지 말구 당장에 물어내라.
 
89
인수     잘못했습니다.
 
90
금붕어장수  이눔아, 잘못은 차구 댕기냐?
 
 
91
급장 · 문창 · 복만, 달려온다.
 
 
92
급장     공을 보구 쫓아가지 않구.
 
93
복만     네가 너무 시 - 게 쳤어.
 
94
금붕어장수  빨리들 물어내라.
 
95
인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96
금붕어장수  용서할 게 따루 있지, 장사밑천을 들어먹게 됐는데, 어떻게 용서를 해?
 
97
숙자     오빠가 ‘뺏도’ 를 잘못쳤어.
 
98
금붕어장수  잘하구 잘못이구 서루 탓할 것 없이, 모두 같이들 물어내라.
 
99
숙자     아이그이야. 내가 웨 물어내요? 난 같이 놀지두 않았는데.
 
100
금붕어장수  시간가기 전에, 빨리빨리들 돈으로 물어내든지, 항아릴 사다 주든지 해라.
 
101
복만     우선, 땅에 떨어진 붕어나 주서담자.
 
 
102
일동, 붕어를 주어담는다.
 
 
103
인수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104
금붕어장수  없으면 집에 가서 가져와야지. 한두 개 깨졌대두 실수로 그런 거니까 내가 손해보구 말겠지만, 다섯 개나 깨졌으니 오늘부터 밥줄이 끊어지는데, 그래두 손해 볼 수가 있겠나 너, 생각해봐라.
 
105
급장     이 계집애 때문에 그랬어. 자꾸 거기 비키라니까, 지나가는 붕어장순 붙들구 이렇게 일을 저질러놔.
 
106
금붕어장수  집이 어데냐?
 
107
급장     이 너머, 주택지 새루 진 데에요.
 
108
금붕어장수  그럼 나하구 느이 집으로 같이 가자.
 
109
급장     학굔 어떻게 하구요?
 
110
금붕어장수  천천히 가든지, 학굘 쉬든지 할 수밖에.
 
111
급장     집에 갈 순 없어요. 이때까지 5년 동안이나, 지각 한 번 안하구 개근상 타왔는데, 6학년 되자마자 지각하면 되겠어요?
 
112
금붕어장수  그건 느이 부모하고 할 소리지, 어디 나하구 할 소리냐?
 
113
문창     시간 늦었다.
 
114
복만     인수만 남구, 우린 그냥 가자.
 
115
급장     같이 놀다 그랬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116
금붕어장수  돈 가진 것 있거든 주머니를 털어봐라. 모두 적은 것만 깨졌으니 4원이면 되겠다.
 
117
인수     난 한푼도 가진 게 없어요.
 
118
복만     월사금밖에 우리들이 그런 큰돈을 만져보기나 하나요?
 
119
금붕어장수  (쏠깃하며) 오늘이 월사금 날이냐?
 
120
복만     네.
 
121
금붕어장수  그럼 다 - 들 월사금은 가지구 있겠구나?
 
122
일동     네.
 
123
금붕어장수  그럼 그걸 내놓구 가라.
 
124
인수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그건 안 돼요.
 
125
금붕어장수  월사금은 천천히 내두 괜찮지만, 나는 당장 저녁부터 먹을께 없으니까 빨리들 내놔라. 내기 전엔 학교를 못 간다.
 
126
급장     얘들아, 할 수 없다. 그냥 월사금으루 주자.
 
127
복만     이거 난 괜히 생돈 무네.
 
128
문창     월사금으루 갚어주구, 집에 가서 뭐라구 하게? 보나 안 보나 우리 아버진 몽댕이로 때릴 텐데.
 
129
금붕어장수  물어내지 않을려거든 나하구 같이 학교루 가자, 느이 선생한테 따지구 받을 테다.
 
130
급장     얼마씩 내면 되겠어요?
 
131
금붕어장수  오팔사십, 4원이니까, 꼭 하나 앞에 1원씩 내면 되겠다.
 
132
급장     (인수를 보고) 너두 가졌냐?
 
133
인수     (꺼질 듯한 소래로) 응.
 
134
급장     (일동을 보고) 그럼 모두들 내자.
 
 
135
아해들, 중얼거리며 월사금봉투를 끄내 돈을 내준다. 부근에 뿡뿡 하고 뻐스가 정지한 소래. 승강하는 벅적한 소요.
 
 
136
복만     얘들아, 뻐스 왔다. 빨리들 타자.
 
137
급장     인수야 빨리 타자.
 
138
인수     너 먼점 가라. 난 안 가겠다.
 
139
숙자     오빠 빨리 타.
 
140
급장     느이들 먼점 가라. 난 다음 차루 갈 테니.
 
 
141
복만 · 문창 · 숙자, 책보를 들고 나간다. 버스, ‘엔징’ 소리를 높이며 다시금 멀 - 리 사러진다.
 
 
142
급장     월사금 때문에 그러냐?
 
143
인수     응.
 
144
급장     괜찮어, 선생님한테 바른 대루 얘기하면 되지 않어?
 
145
인수     곧이 들으시나? 말하나 마나 또 거짓말이라구 그러실 걸 뭐.
 
146
급장     그럼, 내가 대신 얘기해주마.
 
147
인수     그만둬. 오늘 못 가져가면 내일이래두 가져가야 할텐데, 웬걸 가져갈 수가 있다든? 할머니가 방물장수해서 겨우 먹구 사는데……. 한달치 월사금 맨들랴면 사흘씩 내가 울구 야단을 쳐야만 된단다. ……내가 하도 울면 우리 할머닌 나를 붙들구 덩달아 우신단다. 이번 돈은 할머니가 방물 팔러댕기시면서, 머리 빗구 나서 빠진 머리카락을 얻어 몬 걸 다래 맨드는 집에다 팔어서, 맨들어주셨는데.
 
148
금붕어장수  (이때까지 말없이 듣고 있드니) 할머니가 올해 몇이시냐?
 
149
인수     예순둘이세요.
 
150
금붕어장수  어머니 아버진?
 
151
인수     아버진 돌아가셨구, 어머닌 우릴 버리구 다른 데루 가셨다나 봐요.
 
152
금붕어장수  거, 몹쓸 사람이군. 자기자식을 버리구 보구 싶지두 않을까. 그래 월사금이 많이 밀렸나?
 
153
인수     석 달치요.
 
154
급장     저, 지금 그 돈 중에서 1원만 도루 주실 수 없어요? 3원은 가지시구요. 집을 가르쳐주시면, 학교 갔다와서 우리 아버지한테 얘길 해서, 그 돈을 갚어디릴 테니까요.
 
155
금붕어장수  (감동하여) 정말 갖다 줄 테야?
 
156
급장     네. 댁이 어데시지요?
 
157
금붕어장수  신당정 590번지다만, 돈을 도루 줄 테니 가져오진 않어두 좋다.
 
158
인수     정말이에요?
 
159
금붕어장수  그래, 4원을 다 주구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사실 나두 보다시피 이걸 팔아서 다섯 식구가 먹구 사니 다 줄 수가 없다. 그러니 1원만 가져가라.
 
160
인수     고맙습니다.
 
161
급장     고맙습니다.
 
162
금붕어장수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 돼라.
 
163
인수     네.
 
164
금붕어장수  저기 뻐스 온다. 빨리들 타구 가라.
 
 
165
무대 뒤에 뻐스가 정지한 소래. 급장과 인수 뻐스로 달려가다가 발을 멈춘다.
 
 
166
급장     으응? 아버지가 타셨네.
 
167
인수     참말, 느아버지 내리신다.
 
168
급장     아버지. (하고 불른다)
 
 
169
급장의 부친 들어온다. 어느 은행 중역이다.
 
 
170
부(父)    아 - 니, 너 학교 안 가구 입때 뭘 했냐? (시계를 보며) 벌써 20분이나 늦었는데.
 
171
급장     오늘 6학년 3조하구 찜부시합이 있어서요.
 
172
부(父)    찜부시합? 시합하면 이겨야지. 시합엔 이겨야 한다. 이겨야해.
 
173
인수     이길 자신 있어요.
 
174
부(父)    그런데 지각 안 하겠냐?
 
175
급장     시간이 남어서, 잠깐 연습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친 공을 인수가 쫓아가다가 이 금붕어장수에게 부딪쳐서 붕어항아리를 다섯이나 깨뜨렸어요.
 
176
부(父)    저런? 그래 인순 다친 데는 없냐?
 
177
인수     무루팍이 좀 벗겨졌지만 괜찮어요.
 
178
부(父)    다행이다. 다리가 성치 않드니 요샌 좀 낫냐?
 
179
인수     네, 얼마든지 뛸 수 있어요.
 
180
급장     인순 다른 애들이, 걸음이 느리다구, 시합에 빼놀까 봐 공두 안 보구 그냥 뛰다가 부딪쳤어요.
 
181
부(父)    남의 걸 깨뜨렸으면 돈을 물어줘야지.
 
182
급장     학교는 늦구, 할 수 없이 월사금을 추렴 내서 갚어줬어요.
 
183
부(父)    잘했다. 거 잘했다. 그런데 그게 월사금이 돼서 좀 안 됐구나.
 
184
급장     아버지, 내가 잘못했으니까 용서해주시구, 그 돈 좀 갚어주세요.
 
185
부(父)    암, 갚어줘야지, 사람이 살아가는덴 흥재할 쩍두 있구, 실수할 쩍두 있단다. 부러 그런 것 아니구 과실로 그런 거니까 네가 잘못한 건 아니야. 그래, 모두 얼말 갚어디렸냐?
 
186
급장     4원을 갚어디렸는데, 인수네 사정 얘길 들으시구 이 아저씨가 1원을 도루 주셨어요.
 
187
부(父)    그 고마우신 분이다. (모자를 벗고 금붕어장수에게) 내가 이 애 아범입니다.
 
188
금붕어장수  학교가는 학생을 붙들구 이래서 미안합니다.
 
189
부(父)    (지갑에서 돈을 끄내주며) 그럼 1원만 디리면 맞지요?
 
190
금붕어장수  아닙니다. 그 돈은 내가 그 앨 준거니까 그대루 두십쇼. 내가 항아리 하나 깨튼 셈 대겠습니다.
 
191
부(父)    아니요, 그래서 되겠소? 받으시오.
 
192
금붕어장수  댁에서 그 학생 월사금을 내주실려는 거나, 내가 내주구 싶어하는 거나 뭣이 다르겠습니까? 난, 그 돈을 내주기가 좀 힘에 겨웁구, 댁에선 쉬웁구, 그것뿐이지 맘은 한가지 아닙니까?
 
193
부(父)    알겠소. 고맙소. 그럼 이 돈은 인수 주고 나도 1원을 주겠소.
 
 
194
부(父), 2원을 인수에게 준다.
 
 
195
급장     (인수 등을 치며) 인수야 됐다. 네가 두 달칠 한꺼번에 낸다면 나카노센세이 눈이 뚱그래지실걸.
 
196
인수     (좋아 뛰며) 그럼, 깜짝 놀라실꺼야. (급장 부[父]와 금붕어장수에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197
뻐스가 또 정지한 소래. 여차장이 노리가에(のりかえ ; 乘降[승강])하라는 소래.
 
 
198
부(父)    (다시 3원을 끄내주며) 이건, 아까 추렴낸 애들 갖다 나눠줘라.
 
199
급장     (받어넣으며) 네.
 
200
인수     (급장 귀에다 대고) 느아버지 참 맘 좋시구나.
 
201
급장     응, 그렇지만 저 금붕어장수 아저씨가 더 좋지?
 
202
인수     그래.
 
203
금붕어장수  빨리들 가라. 공부 잘해야 한다. 그래서 나 같은 붕어장수가 되지 않두록 해라.
 
204
인수     네. 안녕히 계십쇼.
 
205
급장     안녕히 계십쇼.
 
 
206
인수와 급장 기운차게 뛰어나간다. 뻐스 다시금 멀 - 리 사라지는 소래. 급장 부(父)와 금붕어장수, 사라지는 뻐스를 한참 바라보고 서 있다.
 
 
207
부(父)    애들이란 귀여워해주면 저렇게들 그 사람을 딸커든요. 난 노형이 하루에두 벌까말까 하는 돈을 손해보구 마는 걸 보니 눈물이 날 듯했소.
 
208
금붕어장수  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임금님 망건 사실 돈을 빼서 쓴다드니, 나를 두고 한 소린가 봅니다. 어린애들 월사금을 뺏지 않으면 안 될 내 초라한 꼬락서리가 부끄러 못 견디겠습니다.
 
209
부(父)    내 아들두, 나보다 노형 맘이 더 좋다구 하지 않습디까?
 
210
금붕어장수  당치 않은 말이지요. 그것보담 난 댁에서 뻐스에서 내리시면 아드님 볼따구닐, 쥐어박으시든지, “그런 내버릴 돈은 없다” 구 으리딱딱거리시든지 하실 줄 알았었는데 아주 뜻 밖이였습니다.
 
211
부(父)    (크게 웃으며) 하하하하……. 난 여간 큰 잘못을 저즐르기 전엔 절대루 때리거나 꾸짖지 않기루 했다오. 제멋대루 5월 아침 대나무 순처럼 무럭무럭 자라게 내버려둬야 커서 큰일을 한다오.
 
212
금붕어장수  옳은 말씀입니다. 부모 밑에서 기를 못 피구 자란 애들은 주눅이 들려서 조곰한 일에두 무서무서하구, 자라서두 큰일은 못 해욥쇼.
 
213
부(父)    그럼요. 자, 난 바뿌니 먼점 가보겠소.
 
214
금붕어장수  네, 네, 안녕히 가십쇼.
 
 
215
부(父), 나간다. 금붕어장수, 목도를 메고 일어스며 “5월 아침 대나무 순같이 무럭무럭이라” 하고 혼자 중얼거리드니, 다시 “긴기요”(きんぎよ), “긴기요” 하고 공지(空地)를 멀 - 리 사라진다.
 
 
216
- 막 -
【원문】오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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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