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외투기(外套記) ◈
카탈로그   본문  
1940. 2
이병각
1
外套記[외투기]
 
 
2
三年[삼년][전] ― 지금보다도 훨씬 마음이 젊고 일을 좋아하던 때 빚 갚겠다고 억지를 써서 얻어온 아버지의 돈 六百圓[육백원]을 株式[주식]에 걸고 아름다운 꿈을 꾸다가 그만 털어 바치고 나서 仲介店[중개점]에서 찾은 殘金[잔금] 八十圓[팔십원]을 몽땅 넣어 만든 나의 외투라,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아주 거창스럽기 짝이 없다. 허리에 굵직한 띠가 있나 하면 깃이 알 不良者[불량자]의 그것으로 달려서 친구들의 嘲笑[조소]감이 되어 왔다.
 
3
善意[선의]로 보는 이가 겨우 「루시코프」三等大將[삼등대장] 같다고 하고 大槪[대개]는 不良者[불량자]의 퇴물레기라고 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내 自身[자신]을 보아도 속절없는 不良者[불량자]의 그것임으로 입기가 싫으나 겨울철이 되면 새로 지을 余力[여력]이 없고 하여 그냥그냥 참고 입어 온 것이 三年[삼년]을 입었다. 그러다가 今年[금년]에는 새로 외투를 지어 입고 그전 것은 處分[처분]해버리었다. 값이 그때 금으로도 相當[상당]히 많아서 더웁기는 하나 채림채림이 가뿐하질 못하고 무거워서 도무지 愛着[애착]이 붙지 않었다. 걸핏하면 典當[전당]에 넣어버리곤 하였다.
 
4
그야 嚴冬[엄동]에는 하루도 벗고는 견딜 수 없으나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二三日[이삼일] 뒤에 찾어 입을만한 成算[성산]이 있고 친구들이 한 잔 먹자고 굴면 훌훌 벗어 넣는데 額數[액수]는 三十圓[삼십원]이 定價[정가]가 되어 있었다. 언제 어디를 가든지 三十圓[삼십원]에 困難[곤란]을 當[당]할 판이면 언제든지 免[면]해날 수 있는 一種[일종]의 財源[재원]이 되어왔다. 昨年[작년] 二月[이월] 같은 때에는 날씨가 외투 벗고 다니기는 이르고 입기는 조금 텁텁하여서 나는 담박 외투를 벗고 대신 새로 나온 十圓[십원]짜리 석장을 받어서 茶[차]를 二日間[이일간] 먹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인데 昨年歲[작년세][전]에 하도 딱한 事情[사정]이 있어 외투를 벗고 집에 누었으나 답답하여서 아는 洋服店[양복점]에 외상으로 百圓[백원]짜리 하나를 맞추어 입고 그것은 제대로 流質[유질]시킬 요량을 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어떤 쑥스런 친구가 典當票[전당표]를 주면 차져 입겠다기 주었더니 값으로 二十圓[이십원]을 더 주었다. 그래서 그 외투는 處分[처분]이 잘 되어버리었다. 그러나 새로 맞추어 입은 외투 亦是[역시] 며칠 안가서 典當鋪[전당포] 出入[출입]을 始作[시작]하였다. 값도 치르지 못한 外上[외상] 외투를 잡혀먹는 것은 一種[일종]의 犯罪[범죄]가 아닐 수 없으나 足上火[족상화]를 免[면]하기 爲[위]하여는 하는 수 없다. 三溫四寒[삼온사한]에 妙味[묘미]가 있어 더운 날 넣었다가 추운 날 찾어입기를 茶飯事[다반사]로 알고 있는 것을 본 친구가 하도 보기에 딱했든지 만나기만 하면 외투를 벗고 다니는 것을 꾸짖고 죽어도 벗지 말도록 하면 그냥그냥 견디어내는 것이라 하였다.
 
5
武士[무사]들의 甲[갑]옷과 같은 것을 되는대로 벗어치우지 말도록 하라고 極盡[극진]히 勸[권]하는 친구가 있다. 그렇든 것이 年初[연초]에 그 친구가 외투를 벗고 다니기에 재펴먹었나 하고 물어보았더니 재펴먹은 것이 아니라 玉突場[옥돌장]엘 가서 외투를 벗어놓고 玉突[옥돌]를 하는 사이에 어느 몹쓸 놈이 훔쳐가 버리었다고 한다. 世上[세상]에 남의 옷을 훔쳐가는 놈도 몹쓸 놈이거니와 죽어도 벗지 않는다는 信條[신조]를 가진 친구의 외투가 何必[하필] 도적을 맞는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의 외투 哲學[철학]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必要[필요]에 따라 典當[전당] 넣는 것이 옳다는 것을 氣高萬丈[기고만장]으로 이야기해 들려주었다. 萬若[만약] 내 것처럼 그 친구도 典當[전당]을 재폈더라면 도적맞을 염려도 萬無[만무]하였고 그 대신 茶[차] 값이라도 톡톡히 融通[융통]되는 것을 그처럼 입고만 다니다가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四十[사십]에 喪妻[상처][당]한 것처럼 새로 맞추어 입기는 너무 사치스럽고 벗고 다니기는 어색한 친구와 외투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나는 하루 바삐 봄이 와서 외투를 훌훌 벗고 새 지전으로 바꾸어 쓸 날이 오기를 苦待[고대]한다.
 
 
6
《文章[문장]》(1940. 2)
【원문】외투기(外套記)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4
- 전체 순위 : 6367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442 위 / 179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외투기 [제목]
 
  이병각(李秉珏) [저자]
 
  문장(文章) [출처]
 
  194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외투기(外套記)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