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폐허의 도시를 방황하는 명동의 이 집시 —형이 서울신문 지상에 글을 쓴 것을 보고 새삼스러이 형과 또한 우리들 청춘의 영원한 묘지인 서울이 한없이 그리워집니다. 지난 해 초겨울인가 만추인가 기억은 없으나 부산에서 유서를 써놓은 그 이름 ‘명동 할렐루야’를 우리 부부는, 서울도 갈 수 없고, 부산에도 내려갈 수 없었던 시절에 읽어본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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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죽지도 못하고, 그저 정신을 잃고, 바닷가의 무덤을 헤매고 있습니다. 부산은 참으로 우리와 같은 망각자가 살아 나가기에는 너무도 가열의 지구(地區)입니다. 저의 처와 어린 것은 그대로 대구에 남겨놓고 나는 무엇이 그리워서, 또는 무엇이 그다지도 무서워서 부산을 걸어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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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모든 수목과 건물이 삶 있는 자에게 인사하여 주는 곳이고, 만일 죽어 넘어진 것이 있더라도 그 어떤 정서와 회상을 동반하여 줄 것입니다. 1946년에서 1948년 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는 역시 서울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모든 인간에게 불멸의 눈물과 애증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마치 형의 글 속에 나타나는 ‘갈대’와 ‘성 명동사원의 종소리’ 가 울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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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나도 명동에 나타나겠습니다. 군복은 절대 입지 않고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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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란 여사는 행복하신지? 그리고, 박태진 씨도 안부를 전하여 주시오. 또한 듣는 바에 의하면, 옛날(6‧25) 여인소극장에 계시던 황경운 여사가 서울에 계시다는데, 혹시 만나시거든 살아 있어서 고맙다고 전언해 주시오. 좋은 시를 쓰셨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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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 형의 몸조심을 바랍니다. 체중이 늘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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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가면』(근역서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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