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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異人)의 갈망(渴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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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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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人[이인]의 渴望[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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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釋王寺[석왕사]에 전해 오는 西山大師[서산대사]의 지었다는 〈雪峰山[설봉산] 釋王寺記[석왕사기]〉에는 위에 말한 두 가지 외에 또 萬家鷄[만가계]가 一時鳴[일시명]하고 千家砧(천가침)이 또한 일시에 소리나는 꿈을 물으매, 無學[무학]이 「萬家[만가]의 鷄聲[계성]은 高貴位[고귀위]를 賀[하]함이요, 千家[천가]의 砧聲[침성]은 御近當[어근당]을 報[보]함이니라」 한 一條[일조]가 있는데, 이것은 실상 〈高麗史[고려사]〉 顯宗本紀[현종본기] 始頭[시두]에, 顯宗[현종]이 왕자로서 궁중의 禍難[화난]을 만나서 절에 가서 중이 되고, 그래도 생명이 위태하여 이리저리 피신해 다니는데, 한번은 꿈에 溪聲砧聲[계성침성]을 듣고 術士[술사]에게 물은대, 術士[술사]가 말로써 풀어 가로되, 「鷄鳴高貴位[계명고귀위], 砧響御近當[침향어근당]이니, 是即位之兆也[시즉위지조야]니이다」하더니, 未幾[미기]에 과연 궁중에 맞아다가 왕이 되었다 한 고담을 그대로 옮겨다가 쓴 것으로서 더군다나 문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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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無學大師[무학대사]의 전설은 하나도 신빙되는 것 아니요, 다만 楊州檜岩寺[양주회암사]에 있는 卞季良[변계량]의 妙嚴尊者[묘엄존자], 곧 無學大師[무학대사] 비문에 太祖[태조]께서 도읍을 잡으러 다니실 때 無學[무학]을 데리고 다니셨다 하는 句語[구어]가 보이고, 또 漢陽定都[한양정도]에 대하여 그가 이랬느냐 저랬느냐 하는 말도 있으니, 그가 혹시 풍수의 術客[술객]이었는지는 모른다 할 것입니다. 無學[무학]이란 이가 학식이 길거니 짧거니, 도승이었거니 술승이었거니 등은 어찌 되었든지 간에, 無學[무학]이라는 이가 李太祖[이태조]의 창업에 대하여 신이한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함은 진작부터 일반 세인에게 믿어져 오는 바입니다. 그 지위에 권위가 고려 太祖[태조] 및 고려 역대 군왕에 대한 道詵大師[도선대사]에는 멀리 따르지 못하지마는, 새로 基業[기업]을 開剏[개창]하는 군주에게 天命[천명]을 증명하고 국운을 계시하는 이인적 존재로 말하면 道詵[도선]·無學[무학] 둘이 똑같고 다름없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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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새나라가 생겨서 인심이 危懼[위구]에 싸여 있을 동안에는, 이러한 이인이라고 할 이의 입을 빌어서 민심에 어느 종류의 암시를 줌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창업담에도 이러한 이인이 장막 속에 들어 앉아 있게 되고, 불법이 신앙되는 시절에는 道詵[도선]·無學[무학] 같은 명망있는 승이 그 소임을 맡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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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왕조의 基業[기업]이 튼튼해지고 인심이 안정해지매, 이인 같은 이의 신비한 암시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또 이조의 사상 정책은 불교를 누르고 怪力亂神[괴력난신]과 음양 술수를 멀리하고, 상식 본위로 가는 유교를 치켜들고 나가게 되매, 神僧[신승]이니 神人[신인]이니 하는 종류의 인물이 생겨날 기연을 가지지 못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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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계가 道詵[도선]과 無學[무학]이 창업한 군주에 이용되기는 똑 한가지이면서 이조의 無學[무학]은 마침내 고려의 道詵[도선]과 같은 사상적 지위를 얻지 못하고 말았읍니다. 과거에 이러한 일을 했다지 하는 無學[무학]이 있을 뿐이요, 無學[무학]의 예언 같은 것이 후인의 생활상에, 더구나 고려 이래로 술수가의 사이에 행하는 비기·예언서 중에는 이씨 조선의 국가적 생명을 말한 것이 있어서 인심을 惑亂(혹란)하는 점이 있으므로, 太宗朝[태종조]에 여러 번 이러한 서류를 모아 들여서 불살라 버리고, 그 민간에 私藏[사장]함을 엄금한 고로, 줄잡아도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물건이 존재할 도리가 없어졌읍니다. 그리고 世宗[세종]·世祖[세조]·成宗[성종]에 걸쳐서 국운이 旭日升天[욱일승천]의 세로써 융성하여, 바다에는 물결이 일지 않고 나무에는 가지가 흔들리지 아니하는 형편이매, 사회 전반의 객관적 정세도 이인·神術[신술]을 요구 想望[상망]할 까닭이 없었읍니다.
【원문】이인(異人)의 갈망(渴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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