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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을 무사히 지났다고 실론섬에서 주신 편지는 어제 보았읍니다. 청운의 장대한 포부를 가지고 먼길을 떠나시는 형이시니 인도양의 물결인들 어찌 형을 곱게 맞지 않으리요? 고운 남십자성이 검은 하늘을 진주알처럼 수 놓고, 기름같이 부드러운 물결이 별빛에 넘실거릴 때, 응당 형의 가슴도 높은 시정(詩精)에묻쳤으리라 생각됩니다. 더구나 석양에 비치는 진홍의 물결이 형의 정열같이 높이 뛸터이고 달빛에 움직이는 은빛 물결은 형의 지조같이 고우리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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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왜 세상을 살까요? 또는 왜 사람이 귀하다고 할까요? 그것은 사람이 높은 이상(理想)에 살고 혹은 고운 희망을 위하여 그 모든 댓가를 아끼지 않는다는데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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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가 뜻을 정하고 고향을 떠나는 이상에는 성공하기 전에 죽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과연 우리에게는 이만한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하겠읍니다. 좀더 높은 이상에 살고 굳센 의지에 살자고 한번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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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과학자를 꿈꾸며 도구(渡歐) 하시는 형이시니, 그만한 시련은 형의 앞에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승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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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하늘에 구슬같이 빛나는 ‘오리온’ 별하나 ― 형의 희망의 줄은 그 별빛에 매여있지 않습니까?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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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兄[형]! 구라파에 가서는 동양의 예지를 발휘하시고 혹은 동양인만이 가질 수 있는 유원성(幽遠性)과 신비성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A형의 모든 애착과 모든 정열을 형의 예술위에 바치십시요. 형의 애인은 형의 성공을 빌고 혹은 모든 친구들이 형의 전도를 축복한답니다. 더구나 형의 애인은 책상위에 형의 사진을 걸어놓고, 매일 기도를 올린다고 하니 형은 더욱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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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은 매우 덥고 답답하니 착실하게 고생하셨겠지요. 몸조심하여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내내 안녕하옵소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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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花環[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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