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전문 보기 - 일곱 개의 층계

◈ 일곱 개의 층계 ◈
《카탈로그》 본문	1955.10.5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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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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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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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하루하루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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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나 거리낌 없이 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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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협의해 본 일이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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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연대(年代)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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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줄줄 내리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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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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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간 청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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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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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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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슴없이 어깨를 거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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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한 채 피 묻은 손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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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암담한 일곱 개의 층계를 내려갔다.

15

『인간의 조건』의 앙드레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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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구(地區)』의 아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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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나와 허물없던 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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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면 피곤한 육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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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개념이 즐거이 이름 불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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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관련의 호텔’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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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이 빠진 정부(情婦)와

22

아라공은 절름발이 사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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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들을 응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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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바람의 낮과 애욕의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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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의 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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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하게 내 눈앞에 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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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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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에서 울던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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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강가에 내가 버린 영아(嬰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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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는 건물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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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죽어가던 소녀도

32

오늘 환영처럼 살았다.

33

이름이 무엇인지

34

나라를 애태우는지

35

분별할 의식조차 내게는 없다.

36

시달림과 증오의 육지

37

패배의 폭풍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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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작별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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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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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무거운 회상을 더듬으며

41

벽에 귀를 기대면

42

머나먼

43

운명의 도시 한복판

44

희미한 달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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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울며 일곱 개의 층계를 오르는

46

그 아이의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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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인가.

【원문】일곱 개의 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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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3년 03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