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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좀 드높기만 해도 그렇지는 않으련만 여섯 자 기둥의 납작한 단체 조선집엔 간판 세 개쯤 붙이기도 곤란하다. 좌우 기둥에 이미 두 개씩이나 내려붙은 간판이 모두 주춧돌 위에서 얼마씩 트이지를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붙일 자리가 염려되어 이번 것은 한 자 반 넓이에 길이 한 자로 아주 조그맣게 맞춰 왔건만 그것이나마 편안히 들어 놓일 번주그레한 자리가 없다. 아무리 돌아가며 살펴보고 대 보고 해야 대문 판장에 밖엔 용납되는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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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엔정! 큰 집에라두 좀 살았으면…… 괘니 해 왔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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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 두었다가 집이나 한 채 큼직한 게 마련되거든 붙일 생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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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왕 맞춰 온 걸 붙이지 않고 그대로 처박아 둔다면 그렇지 않아도 간판만 붙이구 살겠느냐고 지금도 되알진 불평이 충천했던 아내였다. 값도 못 주고 외상으로까지 맞춰다가 버린다면 그 동알거리는 치소를 들어야 할 게 또 귀찮다. 그까짓 치소쯤 아랑곳할 게 있으련만 실상 아내에겐 하나도 필요 없는 간판일 것이 사실이긴 사실이다. 밥이 나오는 무슨 그런 탐탁한 간판도 아니다. 오늘 아침엔 신문 배달에게 여러 차례나 신문값을 내라는 졸림을 또 받았던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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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그 신문은 정 참 이젠 하나만 보아요. 그건 왜 칠팔 종씩 보시구 월말임 쩔쩔매는 거죠? 이따 저녁때 또 온다구 했으니 오늘은 돈을 내놓구나 가슈. 그러지 않음 당신 게 섰어 맡아 겪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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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기까지 하는 태도 같았으나 그러니 문화사업을 의미한 간판을 두 개씩이나 걸어 놓고 찾아까지 와서 보아 달라는 신문을 위신상 거절하는 수가 없다. 이것도 넉넉지 못한 살림엔 여간한 부담이 아니다. 저녁거리의 콩나물 값에까지 군색한 아내에겐 이런 간판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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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기에겐 이게 여간 지중한 간판이 아니다. 남과 같이 돈이나 많았으면 돈으로나 출세를 하지, 학식이나 풍부하면 학식으로나 출세를 하지, 이 간판이야말로 자기의 생명인 것이다. 이미 이 간판을 걸지 않았던들 해방 이후 자기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있을 것인가. 복덕방(福德房)의 직함을 어디다가 내놓으며 내놓는담 탐탁할 게 무어냐. ‘××文化社[××문화사]’ ‘實業××社[실업××사]’ 이 두 개 회사의 사장이란 관사를 놓고 찍한 명함만으로 ‘네에’ ‘네’ 한두 번씩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 신문사 같은 덴 찾아가 명함만 내놓아도 인사 소식란이 홀대를 못한다. 그까짓 신문값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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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훗날들 오라구 그래요. 뉘가 안 준다나 신문값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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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를 하고 나와 간판 걸 자리를 보살피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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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위에다가 걸어 보려고 못 박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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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이 유상동 ××번지가 어데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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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인제야 찾았다는 듯이 소리의 주인공은 잔뜩 제치고 서서 숨을 태이며 가방 속에서 종이 쪽지를 찾아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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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청년은 들어낸 쪽지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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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사업 봐선 오히려 헐하게 나온 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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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보아도 숫자엔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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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행본〕 『별을 헨다』(처희문사.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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