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오래 멀리 떨어져 있었읍니다. 그간 안녕 하신지요. 벌써 편지를 드리려던 것이 차일피일(此日彼日) 하고 오래 되었나이다. 아우는 그럭저럭 매일 회사에 출근하나, 벌써 직무에 취미를 잃고, 한심한 그날 그날을 지내 나이다. 그날 그날의 사무에 피곤하고 시달린 까닭인지, 염병이나고 자꾸만 어디론지 달아나고 싶은 생각만 납니다. 사람이 먹기를 위하여 이렇게 기계적으로 그날 그날을 산다는 것이 퍽이나 우습습니다. 그러나 일가(一家)를 위하여 일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구려.
5
전일(前日) 형의 편지에 며칠간의 휴가를 맡아가지고 시골로 놀러 오시라 하였지요. 형의 말씀과 같이 냇가에 실실이 늘어뜨린 실버들 그늘! 그리고 계곡을 굽이굽이 감돌며 용용(溶溶)이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수림(樹林) 사이에서 누구와 고운 밀어나 속삭이는 듯이 재재 거리는 작은 새들의 소리! 그것을 상상만 하여도 어깨가 으쓱하고 마음이 움직입니다. 오는 토요일날 오후차로 반드시 가오리다. 아마 그곳에는 일요일날 오후에 도착하겠나이다.
7
형의 말씀과 같이 남대천(南大川)에서 낚시질도 해보고, 냇가의 모래 사장에서 밥도 지어 먹으며 유쾌하게 놀고 싶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머리에 상현의 고은달을 이고, 형의 그 능청맞은 유행가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형! 부디 그렇게 준비하여 주십시요. 아우는 남대천과 그 너머로 황룡산의 절경을 눈에 그릴때면, 지금도 가슴에 호연한 기운이 용솟음 치나이다.
9
사람은 자연아(自然兒)요, 자연의 웅대와 신비를 볼때에는 가슴에 감격이 많습니다. 자연에서 살고, 정의에서 살고, 거짓없이 살고, 깨끗하게 살고 ── 그리하여 일생을 자연으로 더불어 벗하고 싶습니다. 좌우간 가 뵈옵는 날에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읍니다. 총총
10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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