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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가 보낸 五(오)편의 시를 읽어 보았나이다. 무엇보다도 동무에게서 작시의 재능과 소질이 보임을 기뻐하나이다. 그 중에도 ‘젊은 의병의 편지’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를 재미있게 읽었나이다. ‘젊은 의병의 편지’ 는 부분적으로 리듬이 덜 골라지고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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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아니라고 너의 묻는 말에 대답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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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싯줄이 다른 줄에 비하여 불시에 길어져서 내가 세 줄로 고쳐 보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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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시와 같이 첫 줄부터 줄이 길어서 느린 리듬으로 짰다면 그것은 더 말할 것이 없으며 또는 어떤 장편 서사시에서 쓸 수 있는 길고 짧은 음조를 번갈아대는 것이라면 그것도 탈할 까닭이 없지마는 여기에는 불시에 이 부분만 길어졌으므로……) 새가 나도록 곱씹은 말(예 - 첫 연 끝에 와서 ‘눈물 흘리며’ , ‘눈물로 물어보았지?’ )이 있으며, 또 이 시 뒤끝이 헤시심하게 맞추었음이 결점으로 보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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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시가 전체로는 거의 상당하게 된 작품입니다. 리듬이 거의 다 짜였으며 형상을 잘 그린 모퉁이 (예 - 보름달을 그린데 ‘피곤한 등불’ 이란 말, 겨울 자연을 그린데 등)가 적지 않습니다. (내용은 더 말이 없고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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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는 짧은 시지만 상당한 작품입니다. 내용이나 기교가 다 ○○○않게 되었나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두 편의 시를 출판물 (『노력자의 조국』이나 ‘선봉’ 신문)에 발표시켜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동무가 이 시의 원고를 ‘선봉’ 사에 주시오. ‘ 그리고 『노력자의 조국』에 내고 싶은 생각이 있으니 다시 수정하고, 정서하여 나에게로 보내시되 동무의 안께따(이력서 - 편집자 주)와 소속 단체의 증명을 얻어 보내주시오. 알마나흐(문예 작품집)에 한 쪽의 글이라도 발표함에는 이와 같이 신중히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아무의 글이나 함부로 실어 주지 않으므로…… 그 다음에 또 동무를 해삼 문예 크루쇼크에 소개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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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화산이 터지리라’ 는 시도 과히 나쁘지는 않으나 먼저 두 편의 시보다는 많이 못한데 ‘어린 학생들이 삐라 돌리고 있으며’ , ‘저 건너편 거리에는 붉은 기를 든 수천의 사람들이’ 이란 말이 있으니 이것은 사실에 있어서 틀리는 일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악독한 탄압 정책 밑에서 현시 조선에서 이렇도록 자유로운 시위 운동이 없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를 반대 투쟁하는 형식을 다른 표시점으로 나타내었으면 사실로 곧이들을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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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이여’ , ‘물개들아’ 는 마야꼽쓰끼의 리듬의 본을 받아서 써본 모양인데 사실 간조한 말들을 이런 잘게 토막치는 시행으로 써 놓고 보니 덜 싱거운 것 같소이다. 그렇지만 마야꼽쓰끼는 원래 힘 있는 표어적 말들을 뜨거운 말들로 이 형식에 맞추어 놓았으므로 그의 시의 값이 많았던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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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뿌쉬낀이여’ 라고 하는 시는 과정에 있어서 좋지 않습니다. (예 - ‘우주같이 높고 밝은’ , ‘태양같이 광명한’ 이란 말은 더 위대한 이에게 받쳐야 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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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술 창작에는 어느 정도까지 과장하는 말을 씁니다. 우리의 감정이 그 만큼 높아지므로…… 그러나 이 과장은 경우에 맞고 정도에 맞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보면 과장의 말이 도리어 힘이 없고 속 빈 물건같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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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동무는 문예 창작에 소질이 보입니다. 앞으로 많이 노력하시오. 동무의 성질, 여기에 맞는 작풍(쓰찔)을 완성하기 위하여 동무의 마음에 진정으로 드는 남의 명작들을 많이 읽어 보시오. 여기(남의 작품)에서 동무의○○을 발견할 것이며 작풍의 길을 찾을 것입니다. 내가 동무의 작품을 더 많이 읽어본다든지 또 대면하지 않고 누구(과거의 유명한 시인)의 작품이 동무에게 많이 맞겠다는 것을 미리 지적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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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소련 작가 동맹 맹원이며 소련 공산당 사하린 주 기관지 『조선노동자』 문화부에서 사업하는 김증손 동지가 직접 제공한 것이다. 편지가 오래 전에 쓰여진 관계로 몇 곳은 알아볼 수 없어 ○○○으로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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