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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나는 언제나 당신이 어린애들을 데리고 넉넉하지도 못한, 경제적 박해와 싸우면서 미래만은 꼭 행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더욱 당신이 측은히 그리워집니다. 행복을 위하여 살아가는 것이 남의 부인이 된 당신일 것이라고는 또한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어린애들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고 있다면 현재나 미래가 비참의 연속이라 해도 무엇이 두려울 리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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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믿습니다. 더욱 비참하여라. 이것을 이겨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생활이며, 또는 진실한 행복일 것이다라고. 18만 원의 월급 때문에 처와 별거하며, 이곳에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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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생활이 이해와 사랑으로 결속된 이상, 나는 사회인으로서도 결함이 없도록 진력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당신도 나의 성격을 그 동안 — 이것은 비가 많이 내려오던 1947년의 7월 하순부터 —알았을 것이므로 지극히 협조자라고 자신 있게 믿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처자와 떨어져 있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우선 신문사 일을 열심히 보고, 또는 문학 지망자라는 견지에서 남들은 나 같은 놈을 시인이라고 합니다만…… 사물의 판단과 남이 하고 있지 않는 새로운 것에 대한 정신적 의욕의 충만에 노력도 합니다. 그리고, 끝으로는 이순용 장관을 위해 최후까지 같이할까 합니다. 내려오던 날 밤(17일), 그 다음 다음날(19일), 오늘 밤(21일), 세 번 만나고 있는데 3, 4일간의 대화가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삼촌이라기보다 나의 존경하는 분입니다. 훌륭합니다. 태연자약합니다. ‘모든 것’이 호전 중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은 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분을 위해 스스로 일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고, 남에게도 절대 그러한 것을 나타내지 않으나 장관은 저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최초와 최후를 겸한 분입니다. 앞으로 2개월 후면 늦어도 2개월 반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진리는 그의 뒤를 따르고, 그는 인간으로서 가장 성실한 분입니다. 당신은 좋은 삼촌을 모시었고, 나는 그를 1948년에 알게 된 데 대해 당신에게 감사 올립니다. 체신부 장관은 얼마 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누구가 무어라고 모략하더라도 귀를 기울이지 마시고 믿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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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을 것이고…… 걱정도 됩니다. 스웨터는 2만 5000원을 보았습니다. 다른 것을 사려고 돌아다녀도 좋은 것이 없으므로 큰일입니다. 정 없으면 돈을 보내겠습니다. 명일(23일) 아버지가 이 곳에서 6시 반에 출발하여 10시에는 대구에 내릴 것이니, 그때까지는 어떻게 합시다. 요즘 잠은 장관 댁에 있습니다. 내 일은 모든 것이 순조로우니 걱정 마시오. 한편 '공짜' 방(房)도 구하는 중이고, 가능성도 불일내로 있을 것입니다. 내 걱정 말고 잘 있으시오. 많은 키스, 키스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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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부처가 신문사에 찾아와 만났습니다. 당신이 26, 27일까지는 꼭 올라오라고 한다는 말 듣고 명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장구한 건강과 세형, 세화의 충실한 발육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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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 씨가 이번 부인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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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아주머니 류 여사에게 안부 전하시고 친하게 지내시오. 다방에 너무 오래 있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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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가면』(근역서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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