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만서(鄭萬瑞) 뉘집 사랑엘 가니 술자리가 벌어져 여러 사람이 둘러앉았는데 그중에 만서도 모르는 고리탑탑한 양반 한 분이 섞였다. 옆엣 사람이만 서에게 인사를 소개하면서
3
"이 어른 참 지혜 좋은 양반이시네. 저 아무 데 사시는 문춘공 자손이실세."
4
하니 만서 시침을 떼고 농지거리로 하는 말,
6
일개 장교청 집사놈이 양반을 뵙고 놈자를 붙여 욕설을 하다니 제 목이 몇십 개나 있는가 보다. 욕설을 들은 양반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입술이 떨려 잘 안 나오는 말로
7
"이거 무슨 소린고. 어디라고 이런 소리를."
8
만서 조금도 사색을 변치 않고 피둥피둥 부애를 더 지르며 하는 말
9
"허, 이런 참. 양반이 어째서 사람이란 말요."
12
"고정하시지요. 얘기나 들어 보십시오. 양반께서 갓나오시면 애기라고 하지요. 좀 자라 말할 줄 알게 되면 도련님이라고 부르지오. 또 장가를 드시면 서방님을 바치지요. 그리고 초사하시면 나리가 되셨다가 차차 공명 하셔서 영감으로 대감으로 계시다가 돌아가시게 되니 언제 사람되실 날이 있으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