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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서가 앵무라는 계집의 집엘 하루는 어디를 갖다오는지 천방지축으로 숨이 턱에 차게 쑥 튀어드는데 두 소매자락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잔뜩 옭아맨데다가 또 한 손으로 입을 꽉 틀어 막고서 남은 한 손을 휘저면서 손짓만 한다. 그 꼴을 본 앵무 하도 우스워서 웃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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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서는 눈짓 손짓으로 종이와 붓을 달래 가지고 무엇인지 써 놓았다. 말인 즉 금방 고향으로 빨리 가봐야 할 일이 있으니 나귀 타고 무엇할 노자를 취해 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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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 까닭을 캐어 물었으나 흉물스러운 만서. 그저 손만 젓고 벙어리처럼 말을 않다가 나중엔 못이기는 체하고 또 붓을 들어 무어라고 끄적거려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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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어디서 낮잠을 자다 꿈을 꾸었는데 참 기가 막힌다 말이야. 청룡 황룡이 하늘에서 꿈틀거리고 내려와 한 마리는 왼편 소매로 또 한 마리는 오른 편 소매로 들어갔다. 또 그나 그뿐인가 동천에 서기가 뻗더니 해가 떼굴떼굴 굴러와 내 입으로 꿀떡 넘어갔다네. 그래서 다 나오지 못하게 두 소매를 묶고 또 입도 틀어 막아 가지고 오늘 해 안으로 마누라한텔 돌아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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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 가만히 생각해 보니 틀림없는 태몽이라 아들을 바라던 판에 마침 해롭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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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디를 가. 노자구 뭐구 없으니 여기서 놀다나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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