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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宣祖) 대왕 때에 권씨(權氏)는 이상국(李相國) 정구(廷龜)의 부인이요 권 판서 극지(克智)의 딸로서 두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은 백주(白洲)와 현주(玄洲)로 둘이 다 현달(顯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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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덕행이 있고 치가(治家)에 검소로써 하였다. 때에 정명공주(貞明公主) 집에서 며느리를 맞는데 왕께서 조관(朝官)의 부인들은 다 참례하라 하시니 모든 부인들이 서로 다투어 사치하게 차리고 갔었다. 그런데 교자를 타고 온 어떤 노부인이 지팡이를 짚고 갈의 포상(葛衣布賞)에 초초하게 하고 들어오니 모든 부인들이 서로 비웃고 그 꼴이 더럽다 하였다. 공주는 맨발로 뛰어 내려가 그 노부인을 맞아올려 상좌에 앉히며 집례(執禮)함이 심히 공손히 한다. 모든 부인들은 경아(驚訝)하며 서로 수군거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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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進饌)후에 그 부인이 먼저 돌아가겠다 하매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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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더 머물기를 청한다. 그러나 노부인은 굳이 일어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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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대감께서 약방 도제조(藥房 都提調)로 새벽에 일찍 부궐(赴闕)하셨삽고 큰 아들은 정관(政官)으로 사진하였삽고 작은 아들은 승지로 좌직(坐直)하였사오니 늙은 몸이나 속히 돌아가 저녁밥을 준비하여야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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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고야 모든 부인들이 월사(月沙) 이상공(李相公)의 부인인 줄알고 서로 저희의 멋없이 사치한 것을 부끄러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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