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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노래를 개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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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7.30
조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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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래를 개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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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높게 장성되는 우리 국가 각 민족들의 사회주의적 문화는 그야말로 무지개같이 여러 가지의 빛을 쏟아놓기 시작하였다. 이 빛의 큰 묶음 속에서 원동 조선인의 문화도 비록 가는 줄이지만 한 가닥을 차지하였다. 우리는 수많은 학교들을 가졌으며, 대학까지 가졌으며, 극장을 가졌으며, 여러개의 활자 신문을 가졌으며, 여러 가지 출판물을 내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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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에 문예 방면은 어떠한가? 전에 있어 보지 못한 문예수집 『노력자의 고향』과 『선봉』신문의 문예란과 문예 책자를 내어보내는 원동 국영 출판부와 때때로 새 희곡들을 상연하는 조선극장이 있으며 이 주위에는 까드르들이 둘러 서 있다. 그러나 이것은 커가는 군중의 요구를 채워줄 만한 정도가 못될 뿐만 아니라, 군중은 오히려 더 문예작품에 목말라 한다. 『노력자의 고향』이 책점에 나오자, 불과 얼마 동안에 남김없이 다 팔리었으나 책을 구하는 사람들이 헤매고 있으며 그 다음 호를 기다리는 편지가 출판부에 자주 들어 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으며 조선극장에 새 각본의 출연이 있을 때마다 만원에 만원이 됨을 보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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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군중의 요구는 크고 거기에 대한 수응력은 아직도 빈약하다. 모든 문예작품이 다 군색하다. 내용으로나 기교로나 다 충실한 여러 가지 작품이 그립다. 이 가운데에, 군중으로서 더 몹시 그 한 여러 가지 작품이 그립다. 이 가운데에, 군중으로서 더 몹시 그리워하는 것이 있다. 아니, 그립다는 것보다도 당면에 시급한 요구로 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노래이다.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옳지 못한 노래들을 집어 버리고 새로운 노래들을 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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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커진다. 사회주의적 내용에 민족적 형식을 갖춘 새로운 노래들을 군중에게 주기 위하여서는, 조선의 낡은 노래들의 형식을 비판적으로 가지어 오며 또는 우리 조선의 무산계급의 감정에 맞는 새 곡조의 형식을 창작하여 거기에다가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새로운 노래들을 내어놓아야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과거의 실착을 지적하며 조선의 옛 노래들의 형식을 비판하며, 새로 나온 노래들을 평하며 우리가 노래 운동을 전개할 대책을 말하여야 하겠다. 옛 노래들을 잘 알지 못하며 더욱이 음악을 아주 모르는 나로서 이런 것을 말하게 됨은 우선 노래 운동에 대한 의론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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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력자, 콜호스니크들이 내용, 형식이 다 옳지 못한 낡은 노래들 ( ‘수심가’ , ‘아리랑 타령’ , ‘애원성’ 등)을 비판 없이 그저 부르고만 지내어 왔으니, 여기에 몇 개의 실례를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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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오 년 전 일이다. 조선인의 붉은 군대가 어느 촌 콜호스의 노력을 도우러 왔는데, 그 날 밤에 그들이 연극을 놀며 노래들을 불렀다. 중동선 사변 때에 국경에 달려드는 원수를 물리치려 총 잡고 나아가는 붉은 군인의 노래를 하겠다고 광포함에, 그것을 기대하는 군중은 우리의 경애하는 붉은 군대의, 더욱이 전선을 향하여 용감히 나갈 때에 부르던 그들의 노래가 내용이나 형식이 얼마나 우리의 핏줄을 흔들어 놓을까!? 하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놀랄 일이다. 그같이 훌륭한 내용 ─ 용감하고 힘 있는 말들을 ‘창덕궁가’라는 곡조에다가 맞추어 놓았다. ‘창덕궁가’ 는 조선 봉건의 기트럭인 이왕의 장례식에 부르던 노래이다. 첫째로, 이 노래에 대한 기억과 인상이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곡조가 죽은 사람을 생각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서서 눈물 흘리며 부르던 추도곡이다. 용감하고 위력있는 우리의 붉은 군대의 정신과 감정을 담은 노래의 형식은 응당 쾌할하고 용장하여야 하겠거늘, 이렇게 구슬프고 눈물겨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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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일이 있었다. 워로쉴로브시 연예단이 촌으로 연극을 놀러왔을 때에 군중 앞에서 콜호스 생활의 내용을 가진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의 국조는 ‘시들은 방초’의 것을 취하였다. ‘시들은 방초’ ! 자본사회의 말기에서 부르주아의 자식들이 술집 구석에서 단술과 자본사회의 말기에서 부르주아의 자식들이 술집 구석에서 단술과 같은 센티멘털리즘의 노래가 이것이다. ‘너는 콜호스니크, 나는 뜨락또리스트, 우리 두 사람은 손목 잡고서 콜호스 살림에 힘을 바치자’ , ‘광장 위의 채를 잡아라, 뜨락또르를 몰아라, 파종의 벌판에 진격의 걸음으로 나아가자’라는 뜻의 내용을 밭둑에 앉아 하늘가의 구름을 쳐다보며 한숨쉬기에 적당한 곡조에다 맞추어 놓았다. 망발이다. 이와같은 한 모양으로 수심가 곡조로써 콜호스니크 노래를 지은 것이나, ‘아리랑 타령’ 에다가 주력대의 말을 담아 놓고서 부르는 것을 우리가 흔히 보게 된다. 생각할수록 우습기보다도 기가 더 막히는 희비극이다. 노래는 말을 떼어 놓고도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음악으로서의 독립적 가치를 가지는 것임으로 노래에서 말도 중요하지마는 그것보다도 곡조 ─ 음악이 더 큰 의의를 가진 것이다. 모든 문예작품에서 그런 것과 같이 내용이 형식을 규정하며 형식이 또한 내용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노래도 말이나 곡조가 꼭 맞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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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옛 노래와 새 노래들을 말하여 보자. 비록 음악과 노래를 모르는 나로서도 노래의 말을 이데아 방면으로나 기교 방면으로는 평할 수 있으며 곡조는 기분을 통하여, 전하여지는 정서를 통하여 비평할 수 있다. 첫째로, 옛 노래들을 말하겠는데, 그 노래들의 유래와 발생시기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고전 연구가나 문예가에게 맡길 일이고 여기에는 다만 몇 개만 끄집어 내어, 그것도 말들은 그만 두고 곡조만을 가지고 느껴지는 대로 말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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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옛 노래를 말하자면 시조나 민요를 들겠는데, 시조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평조로 말하면 이것은 조선의 봉건시대 지배계급이 부르던 운문시다. 이 노래를 들을 때에 긴 소매에 큰 갓을 떨친 소위 ‘군자’ ― 양반들이 높은 집에 걸앉아 착취에 기름진 몸, 마음조차 한가로운 처지에 부르던 모양이 우리의 눈 앞에 어른거리며 따라서 경제문화가 더구나 기계문명이 발달되지 못한 그 시대 사람의 생활, 행동, 감정이 모두다 완만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하품 속에서 나오는 듯한 느릿느릿한 곡조를, 생활감정이 바퀴같이 돌아치는 자본시대에서도 취하여 쓰기에는 너무도 답답증이 나겠거든 하물며 혁명에 몸이 달고 건설에 마음이 끓는 무산계급 시대에서 부를 수가 있을까?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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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민요는 봉건시대 피지배계급 즉 평민들의 노래이다. 여러 천년을 두고 압박과 착취의 굴레 속에서 끌리어 오던 피지배 계급으로서 반항과 폭동이 있었으며(홍경래 사설이나 기타 농민 일규의 형태로 일어나는 민요 ─ 평민의 요란이란 뜻 ─ 가 흔히 있었음을 우리가 잘 안다) 따라서 꿈틀거리는 검은 핏속에서 울리어 나오는 듯한 원한과 복수의 소리가 있었을 것이며 압박의 바윗돌을 떠 들고 일어서서 착취의 성곽에다 폭발탄을 터치어 놓는 듯한 반항의 노래가 꼭 있었으련만은, 그 시대 지배계급의 거칠은 탄압이 이러한 노래를 씨도 없이 쓸어 없앤 까닭인지, 후세에 와서는 흔적조차 얻어 볼 수 없으며 오직 깊어 있는 것이라고는 약자의 한숨이요, 노예의 눈물인 센티멘털리즘의 노래 뿐이다. ‘수심가’ 를 들어보아라. ‘아리랑 타령’ ‘애원성’ ‘과부 타령’ 을 들어보아라. 어느 것이 우는 소리가 아닌가? 그렇게 되고 말았을 일이다. 그 시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반항의 정신, 의식을 마취시키고 말살 시키려는 사상의 ‘형틀’ 인 숙명 철학의 동굴 속에서 가난도 팔자, 부자도 팔자, 죽음도 삶도 빼앗는 놈도 빼앗긴 놈도 때린 놈도, 맞은 놈도, 다 팔자라고만 생각하는 노예나 농노들이 자기의 아픔을, 원한을, 다만 소극적 퇴폐적 감정과 눈물 속에만 묻어 놓았을 수밖에는 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노래들의 곡조를 우리가 취하여 올 수가 있을까? 이것도 안 될 일이다. 그런데 민요나 가사 가운데서도 부분적으로 취할 만한 것이 있으니, 단가나 타령조나 정악타령의 곡조 같은 것은 쾌활한 율동적이며 즐겁고도 씩씩한 느낌을 준다. 연성룡 동무가 지은 ‘씨를 훨훨 뿌려라’ 나 ‘진격 어선이 나아간다’ 도 이 노래들 가운데서 곡조를 떼어온 것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에 콜호스니크들이, 어장의 노력자들이 얼마나 흥미 나겠는가? 이야말로 민족적 형식에다가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절절한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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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앞으로 이러한 종류의 노래들을 많이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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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제는 새로 나온 노래들을 말하여 보자. 연성룡, 김화선 동무들이 지은 노래를 『선봉』 지면에서 가끔 만나볼 수 있으며 또 원동 국영 출판부에서 발간한 『혁명 창가집』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곡조도 볼 줄 모르는 내가 또한 그 곡조를 들어도 보지 못하였으므로 다만 그 노래의 말들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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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래들의 말은 어떠한 것을 요구할 것인가? 첫째로 노래의 내용에서 이데아가 건전하고 사건들이 충실하여야 하며 노래의 말들이 간이하면서도 사람의 폐부를 찌를 만한 시다운 말로 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실례를 들기 위하여 어느 자본국가의 혁명적 노력군중이 부르던 혁명가 몇 절을 인용하여 보자. ‘일어나라, 백옥남루의 사람들아, 깨어라, 시정의 빈궁한 자들아 …… 봄의 난만한 꽃도, 권문세가를 위하여 피었고, 가을의 영롱한 달빛조차 요대주갈을 위하여 비친다.’ 는 이 혁명가의 내용이야 적절하기 더 말이 없지마는 용어들이 얼마나 낡았고 유치한가? 이 노래는 자본사회에서의 무산계급 운동 초기에서 소박한 반항적 감정이 아직 무르녹은 정서로 화하지 못하고 따라서 시나 노래의 말들도 아직 리듬화 되지 못한 시대의 것임을 나타낸다. 이와 반대로 원동에서도 조선인 청년들이 흔히 부르는 ‘적기가’ 를 보자. 이것은 과연 혁명가답다. 자본사회에서 판갈이 싸움에서 어울린 전투적 프롤레타리아트가 붉은 깃발이 펄펄 날리는 기밑에 쓰러진 전사동지의 시체를 밟으면서도 원수를 대항하려 앞으로 척 ─ 척 나아가는 듯한 비장하고도 용감한 느낌이 우리의 핏줄을 흔들어 놓지 않는가! 이 노래는 정치 표어를 늘어 놓지 않았어도, 혁명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어도 노래를 들으나 부를 때마다 무산계급의 가슴을 푹 ─ 푹 찔러 놓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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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근일에 우리가 낳은 새 노래들의 말은 어떠한가? ‘씨를 뿌려라’ ‘진격 어선이 나아 간다’ 외에는 거의가 다 정치표어 나열식이 아니면, 천속한 사이비 시적 말이 아니면 마른 나뭇가지 같은 개념적 말들의 것 뿐이다. 붉은 군인에 대한 노래를 지은 것이라면 으레히 ‘우리는 붉은 군인, 쎄쎄쎄르 붉은 군인’ 이라고 하였거나 ‘우리는 붉은 군인, 날랜 전사들’ 이라는 간조한 개념적 말로만 되었다. 십년 전에 듣던 ‘평안하냐’ 라는 인사의 말과 같은, 언제나 똑 같은 묵은 말로만 되었다. 핏빛 같이 정신이 붉고 햇빛 같이 마음이 뜨거운, 위력 있고 용감한 우리 붉은 군대의 노래를 어찌하여 쇠를 치는 듯한 또는 산 나무 같은 힘 있고 씽씽한 말들로 나타내지 못하였을까? 노래라고, 아무나 아무렇게 지을 것이 아니다. 상당한 시적 소질이 있어 가지고 땀과 피를 짜아내어서 지어야 할 것이다. 사실을 충실히 나타내려는 데에서 말들이 간조하게 되기 쉬우므로 노래의 말들은 더우기 시적 용어로 채색하여 놓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나는 결론 삼아 아래와 같은 문제들을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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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은 우리 원동 조선인에게 작곡가가 없는 형편이니, 우선 낡은 노래들의 음곡을 비판적으로 섭취하기 위하여 재료들을 구체적으로 모아 가지고 군중적 비판회를 열자.(전일에 신한촌 ‘스탈린’ 구락부에 열렸던 음악 콩쿠르에서 내어 놓았던 고가들을, 그것이 단편적인 것이었지만 비판회를 열어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이때까지 파묻어 놓고 마는가? 그 콩쿠르가 조선의 고가를 군중에게 그저 들리어 주려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의가 없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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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낡은 노래들이 옳지 못함을 누구나 다 깨달은 반면에 적당한 새 노래가 없으므로 일반 노력자들이 힘든 육체노동을 할 때에나 유희 때에 입을 닫아 매고 있는 형편이라니, 이 이들에게 시급히 새 노래들을 주기 위하여 노래를 지을 만한 사람들을 동원하며 여기에 대한 것을 조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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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반 군중의 이데아를 건전하게 하며 감정을 움직이는 데에 있어서 노래가 다른 것보다도, 또한 다른 문예작품보다도 보편화하기가 더 헐하고 힘있는 것이므로, 이같이 큰 의의가 있는 노래들의 생산과 까드르들을 조직, 지도하기 위하여 조선인 작가 그루빠와 기타 문화기관에서도 힘을 내려니와 첫째로, 이것을 조직, 지도할 만한 상부기관의 주의와 힘을 돌리어 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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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 1935. 7. 30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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