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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으로 튼튼히 가려놓은 집안엔 검은 기와집 종가가 살고 있었다. 충충 한 울 속에서 거미알 터지듯 흩어져나가는 이 집의 支孫[지손]들. 모두 다 싸우고 찢고 헤어져나가도 오래인 동안 이 집의 광영을 지키어주는 神主[신주]들 들은 대머리에 곰팡이가 나도록 알리어지지는 않아도 종가에서는 무기처럼 애끼며 제삿날이면 갑자기 높아 제상 우에 날름히 올라앉는다. 큰집에는 큰아들의 식구만 살고 있어도 제삿날이면 제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 오조할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자 손주며느리 칠촌도 팔촌도 한테 얼리어 닝닝거린다. 시집갔다 쫓겨온 작은딸 과부가 되어온 큰고모 손가락을 빨며 구경하는 이종언니 이종오빠. 한참 쩡쩡 울리던 옛날에는 오조할머니 집에서 동원 뒷밥을 먹어왔다고 오조할머니 시아버니도 남편도 동네 백성들을 곧잘 잡아들여다 모말굴림도 시키고 주릿대를 앵기었다고. 지금도 종가 뒤란에는 중복사나무 밑에서 대구리가 빤들빤들한 달걀귀신이 융융거린다는 마을의 풍설. 종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일을 안 해도 지내왔었고 대대손손이 아 무런 재주도 물리어받지는 못하여 종가집 영감님은 근시안경을 쓰고 눈을 찝찝거리며 먹을 궁리를 한다고 작인들에게 고리대금을 하여 살아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