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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적으로 왔던 염증의 역정(歷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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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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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왔던 염증의 역정(歷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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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가 소설에 붓을 댈 그 시절에는 아직 문단이라는 존재가 뚜렷하게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 시인이 되거나, 소설 쓰는 사람을 작가라거나, 그런 명칭으로도 불리우지 않고 그저 문사(文士) 라는 일관된 이름으로 통칭이 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인들은 데카당파나 상징파 이야기들을 성히 하였고, 작가는 사실주의나 자연주의 이야기 이외 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주로 읽는다는 것이, 시인은 보드레르, 베르테르 등이었고, 작가는 졸라, 프로베르, 모파상 등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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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슨 그런 주의에 공명이 되어 그들의 작품에 공감을 느끼는 데서라기보다는 그들의 이름이 높이 평가되므로 그들의 주의를 말하면서 그들과 같은 작품을 쓰려고 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에 부지부식중 나 도 휩싸여 들어가 그들과 같은 소설을 쓰려고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 서방」「인두지주」같은 것이 어간의 소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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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것을 몇 편 쓰고 났을 때, 이런 사실주의의 작풍이 나는 싫 었다. (그 작품들을 사실주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은) 발표를 본 위 의 두 작품 이외에도 이미 성고가 다 되어 있던 2, 3편의 단편이 있었지마는 그것은 발표하려고도 아니하고 장 속에 처박아 둔 채, 신비주의적인 작 품을 써 본다고 이 방면의 독서에 열중하면서 한편으로, 집필을 하게 된 것이 1,300여 매로 된 「지새는 달그림자」라는 장편이었다. 그러나 쓰고 나자 곧 또 그런 작품이 싫어졌다. 그래서 이 원고를 함부로 굴리다가 분실을 하고 말았지마는 이 원고가 남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심경에 미루어 발표는 하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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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늘 자기의 작품에 염증을 느꼈다. 몇 편을 계속해 쓰는 동안에 그러한 현상이 왔다. 취재한 소재도 싫었거니와 문장도 싫었다. 그래서 몇 편을 쓰고 나서는 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하는 그 ‘무엇’ 이라는 것의 모색 과정의 고민기에 접어들곤 하였다. 「백치 아다다」「마 부」등을 쓰기까지는 그 어간이 이태씩이나 경과되었던 것이라고 기억된다. 그러나 쓰고 나서 또 불만하였다. 작품에 있어서 여실(如實)하게 표현을 하여야 한다는 그 ‘여실’ 이 어느 정도의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여실’ 로서 사람에게 주는 감동보다는 꿈을 꾸는 것 같은 작품.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서녘 하늘에 비끼는 저녁 노을과 같은 황홀경 속에 사람을 몰아넣을 수 있는 작품, 그런 작품을 그려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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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작품을 그리자면 ‘주관(主觀)’ 삽입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 능한 일일 것 같았다. 그리하여 작품에서 주관 삽입은 금물이라고 하지만 남이야 뭐라고 하든 나는 나대로 이런 것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은 충동을 참을 길이 없었다. 「청춘도」「캉가루의 조상이」「유앵기」등 몇 편을 연달아 단숨에 탈고하였다. 그래도 써 놓고 보면 그 어느 것이나 내가 견을 주었던 그 ‘사정(射程)’ 과는 너무도 현격한 거리가 있었던 것을 보고는 또 이런 작품에 염증을 일으켰다. 이러한 수법으로도 견준 사정에 화살이 똑바로 들어가 맞지 않을 때의 그 안타까움, 나는 또 붓을 놓고 ‘어떻게’ 를 모색하여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 한참 전쟁에 숨이 찬 일제는 전쟁 협력에의 작품을 강요하였다. 난처한 처지에서 나는 근로 정신의 고취를 빙자로 「불로초」「묘예(苗裔)」「시골노파」같은 작품을 썼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오는 염증이 이 이상은 더 그런 작품을 계속하게 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붓을 놓으면 신변이 위험하다. 그렇다고 또 붓을 드는 도리도 없어 운명에다 목숨을 맡기고 서울을 떠나 낙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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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5 해방은 나의 창작욕을 무척이도 왕성하게 만들었으나, 「별을 헨다」「바람은 그냥 불고」등 몇 편을 쓰고 나자 6· 25가 또 붓대를 놓게 한 데다 2차대전 후 세상은 모든 면에 있어 내가 상상하던 이외로, 더욱이 그 과학의 위력 그리고 변모하여 가는 문학의 형태 등이 좀처럼 내 붓 끝에 용기를 주지 않고 있거니와, 지금까지 내가 창작을 하여 오는 동안에 이러 한 전작에의 염증과 정이 아마 다섯 번짼가 밟히워진 것 같다. 그래서 그 어느 한 시기에 된 작품들과 또 그 어느 한 시기에 된 작품들과는 마치 딴 사람이 쓴 것 같은 그런 작품들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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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서울신문》
【원문】주기적으로 왔던 염증의 역정(歷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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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4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