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무대는 달 밝은 봄날 밤 어느 들이니 건너편으로 졸졸 흐르는 시내가 보이고 좌우는 버드나무 꽃나무들이 둘러 있다. 막이 열리면 순애, 영희, 옥희, 세 소녀들이 둥그렇게 손을 잡고 둘러서서 뛰어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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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저-편 달을 쳐다보며) 저 달 속에는 옥토끼가 있다지.
30
영희 그래 그리고 옥토끼가 떡을 찧는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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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 어디 우리 떡 찧는 소리 들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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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야- 아무리 떡 찧는 소리가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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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 그럼 들리지 안 들려? 잠자코 있어. 들리나 보자 (팔로 떡 찧는 흉내를 내며) 콩콩콩!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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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 이따가 잘 때 창문을 열어놓고 가만히 달을 쳐다보면서 귀를 기울여보면 들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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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 참말이야. 야- 우리 오빠가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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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야- 그까지 이야기 그만두고 놀자 야-
48
영희 꽃을 자꾸 따면 불쌍하지 않니? 지금 처음 곱게 피기 시작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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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 그래 그것 하자. 그럼 비단 수건을 가지고 와야지.
53
순애 우리 지금 가서 얼른 가지고 오기로 하자.
54
옥희 그래 수건을 누가 먼저 가지고 오나 하자. 순애야, 네 수건은 무슨 빛이냐?
59
영희 좋다! 모두 각색이지? 얼른 가지고 오기야 응!
60
(이때에 집 없는 소년 하나가 훌쩍훌쩍 울면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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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 애는 웬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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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집이 없어서……. (흐느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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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무데도 재워주지도 않고 밤은 되어도 갈 데도 없단다.
70
소년 그전에는 집이 있었는데 남한테 빼앗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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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우리 집은 나 잘 방밖에 남은 방이 있어야지.
73
옥희 우리 집은 야-방은 있어도 아버님이 걱정하셔.
74
영희 우리는 야-할아버지가 여간 무섭지 않단다.
75
(소년은 자꾸 흐느껴 울고 세 소녀는 가만히 섰다가 일동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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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는 오른쪽으로 순애는 왼쪽으로 영희는 정면길로 달음질로 간다. 소년은 물끄러미 세 소녀의 가는 뒤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한참 있다가 저편 풀숲에서 장사꽃, 앵이꽃, 진달래꽃 셋이 춤을 추며 나온다.)
85
(셋이 손을 잡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96
(이때에 집 없는 나비 울면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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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꽃 아유 왜 울까? 오늘같이 기쁜 날.
103
(이때에 순애, 옥희, 영희 달음질로 나오다가 이 모양을 보고 한편에 숨어서 듣는다.)
105
나비 하루는 못된 매란 놈이 와서 헐어버리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도 다- 짓밟아버렸어.
107
나비 그래 갈 곳이 없어서 이렇게 돌아다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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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꽃 야- 우리 집에 방은 한 칸밖에 없으나 자려면 잘 수도 있으니 집이 생길 때까지 우리 집에 와서 있거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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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이꽃 아니야. 야- 우리 집은 아버지가 계셔도 내가 여쭈면 괜찮아. 우리 집으로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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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꽃 아니야. 그애는 우리 집으로 가자니까.
112
앵이꽃 그애는 우리 집으로 데려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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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이꽃 너는 별나게도 군다. 우리 집으로 갈 테야.
117
장사꽃 야- 우리 그렇게 싸우지 말고 좋은 수가 있다.
119
장사꽃 저 우리 집만 와서 자도 네가 섭섭하고 너의 집에만 가서 자도 내가 섭섭하니 이무래도 집이 생기려면 여러 날 걸리지 않겠니? 그러니까 오늘은 우리 집에서 쉬고 내일은 너희 집, 그다음에는 너희 집 이렇게 하자
122
장사꽃 자 가자, 응? 배도 고프겠지.
126
(뒤에 세 소녀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온다. )
130
순애 그래. 그 나비가 좋아서 가는 걸 봐-.
137
(이때에 다시 집 없는 소년이 울면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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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퍽 안되었다. 우리 집이 나 잘 방밖에 없어도 내 그 방을 네게 줄 터이니 오늘은 우리 집으로 가자, 응?
142
옥희 아버님께 잘 말씀을 여쭐 테니 우리 집으로 가자.
143
영희 아니야. 야! 내가우리 할아버지한테 말씀을 드릴 테니 우리 집으로 가자.
144
(소년은 자꾸 고개를 숙여 인사할 뿐)
145
순애 그러지 말아- 우리 집으로 간다니까그래.
146
옥희 얘는 참! 우리 집으로 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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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야- 별수 없이 순애 네가 제일 먼저 말을 했으니 오늘은 너희 집에서 쉬게 하고, 내일은 옥희의 집 에서 쉬게 하고, 모레는 우리 집에서 쉬게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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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우리 집에 가면 내 초콜릿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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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나는 이따가 쉬크림이란 맛난 과자 갖다주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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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아까는 참 잘못했지……. 우리 잠깐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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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녀 각기 색수건을 들고 둥그렇게 둘러서고 소년은 가운데 놓고 수건으로 달 잡는 형용을 하며 춤을 춘다. 처음 부르던 노래를 되풀이 하여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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