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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오장환
1
찬가
 
 
2
한때, 우리는 해방이 되었다 하였고 또 온 줄로 알았다.
3
그러나
4
사나운 날씨에
5
조급한 사나이는
6
다시금,
7
뵈지 않는 쇠사슬 절그럭거리며
8
막다른 노래를 부르는구나
 
9
아 울음이여! 울음이여!
10
신음 속에 길러오던
11
너의 성품이,
12
넘쳐나는 기쁨에도 샘솟는 것을
13
아주 가까운 이마즉
14
우리는 새날을 통하여 배우지 아니했느냐.
 
15
젊은이여! 벗이여!
16
손과 발에…… 쇠사슬 늘이고
17
억눌린 뱃전에
18
스스로 노를 젓던
19
그 옛날, 흑인의 부르던 노래
20
어찌하여 우리는 이러한 노래를
21
다시금 부르는 것이냐.
 
22
뵈지 않는 쇠사슬
23
마음 안에 그늘지는 검은 그림자에도
24
내 노래의 갈 곳이
25
막다른 길이라 하면
26
아, 젊음이여!
27
헛되인 육체여!
28
너는 또 보지 아니했느냐.
29
8월 15일
30
아니 그보다도 전부터
31
우리들의 발길이 있은 뒤부터
32
항거하는 마음은 그저
33
무거운 쇠줄에 몸부림칠 때
34
온몸을 피투성이로 이와 싸우던 투사를……
 
35
옥에서
36
공장에서
37
산속에서
38
지하실에서 나왔다.
39
몇천 길을 파고 들어간 땅속 갱도에서도 ──
40
땅 우로 난 모든 문짝은 뻐개지고
41
구멍이란 구멍에서 이들은 나왔다
42
그리고
43
나와보면 막상 반가운 얼굴들
44
함께 자란 우리의 형제 우리의 동무
 
45
K가 나왔다
46
또 하나의 K가 나왔다.
47
A가 나왔다.
48
P가 나왔다.
49
그 속에는 먼 ─ 남의 나라까지 찾아가 원수들 총부리에,
50
우리의 총부리를 맞들이댄 동무도 있었다.
51
그리고, 이들은
52
전부터 부르는 나즉한 노래를
53
이제는 더욱 소리높여 부를 뿐이다.
 
54
뵈지 않는 쇠사슬 절그럭거리며
55
막다른 노래를
56
노래부르는 벗이여!
57
전에는 앞서가며 피 흘리던 이만이
58
조용조용 부르던 노래
59
이제는 모두 합하여
60
우리도 크게 부른다.
61
「비겁한 놈은 갈려면 가라」
62
곳곳에서 우렁차게 들리는 소리
63
아, 이 노래는
64
한 사람의 노래가 아니다.
65
성낸 물결모양 아우성치는 젊은 사람들……
66
더욱 세찬 이 바람은 귀만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67
애타는 가슴속
68
불을 지른다.
 
69
아 영원과 사랑과 꿈과 생명을 노래하던 벗이여!
70
너는 불타는 목숨을
71
그리고
72
불타면 꺼지는 목숨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
73
모두 다 앞서가던 선구자의 죽음 위에
74
스스로의 가슴을 불지르고 따라가는 동무들
 
75
우렁찬 우렁찬 노래다.
76
모두 다 합하여 부르는 이 노래
77
그렇다.
78
번연히 앞서보다 더한 쇠줄을
79
배반하는 무리가 가졌다 하여도
80
우리들 불타는 억세인 가슴은
81
젊은이 불을 뿜는 노래는
82
이런 것을 깨끗이 사뤄버릴 것이다.
 
83
우리들의 귀는 한번에 두 가지를 들을 수 없다.
84
우리들의 마음은 한번에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없다.
85
벗이여! 점점 가까워온다
86
얼마나 얼마나 하늘까지 뒤덮는 소리냐
87
「비겁한 놈은 갈려면 가라」
【원문】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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