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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笠[김립]의 詩[시] ‘유 ─ 모아’ 가 어떠한 性質[성질]의 것인가. 그 유 ─ 모아가 어데서부터 온 것인가. 이것을 좀 더 學的[학적]으로 보아보자는 것이 이 小論[소론]의 目的[목적]이다. 그러함으로 ‘유 ─ 모아’ 一般[일반]에서부터 始作[시작]하여야만 하겟다. ‘유 ─ 모아’ 一般[일반]을 몰느고서는 金笠[김립]의 詩[시]의 ‘유 ─ 모아’ 가 어떠한 性質[성질]의 것인가 알 수 업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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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유 ─ 모아’ 라 하는 것은 都大體[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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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 ─ 나 ─ 드 ─ 쇼’ 는 “定義[정의]하여서는 안된다. 우리를 웃게하는 原始的 本質[원시적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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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 ─ 카리’는 “機智[기지]와 愛[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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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말하엿다. 그러나 이것들은 ‘유 ─ 모아’ 의 一面[일면]을 말하기는 하엿스나 아무 學的 說明[학적 설명]은 되지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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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번거로움을 避[피]하여 先人[선인]들의 ‘유 ─ 모아’ 의 理論[이론]을 綜合[종합]하여 要領[요령]만 따서 簡單[간단]히 分類[분류]하여 본다면 다음의 네 가지로 난흘 수 잇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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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優越感[우월감]이라고 하는 意見[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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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테레스’ 의 詩學[시학]에는 “喜劇[희극]은 보다 低級[저급]한 人格[인격]의 模倣[모방]이다” 하엿다. 이것은 文學[문학]의 發生[발생]을 模倣[모방]이라 하는 그의 文學論[문학론]에서 引出[인출]되는 當然[당연]한 結論[결론]이다. 보다 低級[저급]한 人格[인격]의 模倣[모방]이라는 것은 곳 ‘유 ─ 모아’가 優越感[우월감]에서 온다는 意見[의견]임에 틀림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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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 벨흘스’ 는 “他人[타인]의 좃치 못한 性質[성질] 或[혹]은 좃치못하게 보이는 性質[성질]이면서 제 自身[자신]에게는 그것이 업는 때 그러고 그 좃치 못한 性質[성질]이 甚[심]한 程度[정도]의 不快感[불쾌감]을 주지 안는 때 ㅡ 그 때에 ‘유 ─ 모아’의 늣김이 솟는 것이다.”하엿다. 여기서 甚[심]한 程度[정도]의 不快感[불쾌감]을 주지 안허야 한다는 것은 가장 重要[중요]한 文句[문구]다. 甚[심]한 程度[정도]에 이르면 제 自身[자신]이 그 일을 當[당]하엿슬 때에는 勿論[물론] 남의 일일지라도 到底[도저]히 우슬 수 업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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要[요]컨대 이들의 意見[의견]은 ‘유 ─ 모아’ 의 情緖[정서]가 제 自身[자신]을 他人[타인]과 比較[비교]하여 제 自身[자신]이 優秀[우수]하다고 生覺[생각]하는 一種[일종]의 優越感[우월감]에서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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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卑俗化[비속화]라 하는 意見[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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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 은 “유 ─ 모아는 權威[권위]잇는 사람 或[혹]은 일이 卑俗[비속]한 것으로 顚落[전락]하는 때에 일어나는 感情[감정]이다. 그리고 이 때에 다른 强烈[강렬]한 感情[감정]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하엿다. 가장 精神的[정신적]이여야 할 중이나 牧師[목사]가 普通人[보통인] 以上[이상]으로 淫亂[음란]하고 肉慾的[육욕적]인 때 갓튼 때다. 그리고 다른 强烈[강렬]한 感情[감정]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은 自己[자기]의 父親[부친]이나 母親[모친]이 죽고잇는 現場[현장]갓튼 서는 눈 압에 아모리 우수운 일이 일어나도 우슬 수 업슴을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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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不調和[부조화]라 하는 意見[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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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는 “우슴이라는 것은 緊張[긴장]하여 잇든 期待[기대]가 突然[돌연]히 無[무]로 變[변]하는 때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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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 펜하월’ 은 “槪念[개념]과 實體[실체]와의 사이에 背反[배반] 矛盾[모순]이나 나탄할 때에 일어나며 그 矛盾[모순]이 一層[일층] 더 크고 一層[일층]더 豫期[예기]에 背反[배반]될 때에 보다더 效果的[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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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엿다. 百萬長子[백만장자]라고 自稱[자칭]하며 흥청거리든 者[자]가 事實[사실]은 盜賊[도적]이엿슴이 脫露[탈로]된 때 같은 例[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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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社會的 不適應[사회적 부적응]이라 하는 意見[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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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理論[이론]을 理論化[이론화] 식히여 가장 힘잇게 主張[주장]한 者[자]는 한때 生[생]의 哲學[철학]으로 世上[세상]에 有名[유명]하엿든 ‘벨르그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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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會的 適應性[사회적 적응성]을 缺[결]한 者[자]는 우습게 보인다. ‘유─ 모아’ 는 社會[사회]에 順應[순응]치 않고 凝固[응고]하여버린 模樣[모양]이며 우슴은 그것에 對[대]한 排斥[배척]을 意味[의미]한다. 人生[인생]과 社會[사회]는 끈침업시 創造[창조] 進化[진화]하는데 그 進化[진화]와 逆行[역행]하는 者[자]가 곳 우습게 보이는 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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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서 列擧[열거]한 네 가지 意見[의견]은 아주 달는 네 가지가 아니라 서로 連結[연결]되여 잇고 表裏[표리]를 일우는 것으로 絶對的[절대적]의 것이 안임은 勿論[물론]이다. 다만 유 ─ 모아의 性質[성질]을 明白[명백]히 하려는 데 잇서 이럿케 난우워보는 보는 것이 보다 더 便利[편리]하고 分明[분명]하리라 하는 便宜的 手段[편의적 수단]에 不過[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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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金笠[김립]의 詩[시]의 ‘유 ─ 모아’ 는 그러면 어떠한 性質[성질]의 것일가. 어데서부터 오는 것일가. 世上[세상]에 흔이 傳[전]하는 그의 詩[시] 몃 首[수]를 들어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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鐵原[철원] 어느집 回甲[회갑] 잔치 席上[석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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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하여 座中[좌중]을 騷亂[소란]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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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悠悠[유유]히 끗츨 맛추어 主客[주객]을 모두 歎服[탄복]케 하엿다는 詩[시] ─ 이 詩[시]의 ‘유 ─ 모아’ 의 性質[성질]은 不調和[부조화]의 理論[이론]으로서 가장 잘 說明[설명]되겟다. 사람이 아니라는 이, 盜賊[도적]이라는 이, 辱[욕]을 한바탕 하고서 神仙[신선]이라는 이, 養親[양친]하는 孝子[효자]라는 이, 냇다놉히는 手法[수법]. 이 手法[수법]은 不調和[부조화]를 가장 效果的[효과적]으로 使用[사용]한 手法[수법]이다. 矛盾[모순]이 크면 클사록 豫期[예기]에 背反[배반]됨이 크면 클사록 效果的[효과적]이라 한 ‘쇼 ─ 펜하월’ 의 理論[이론]을 가장 잘 實踐[실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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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原道[강원도] 어느 村家[촌가] 姜書房[강서방]네 집 사랑간에 들어 제사를 지내고 안에서 自己[자기]만 먹고 나오는 主人[주인]에게 지어주엇다는 詩[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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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見[일견] 아무럿토 안흔 詩[시]. 아니 도리어 主人[주인]을 추어준 詩[시] ─ 그러나 잘 보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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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主人[주인]을 개색기니 쇠색기니 辱[욕]해 노흔 詩[시] ─ 이 詩[시] 亦是[역시] 不調和[부조화]의 理論[이론]으로서 그 ‘유 ─ 모아’ 性質[성질]을 說明[설명]할 수 잇겟다. 稱讚[칭찬]이 無[무]로 變[변]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혀 辱[욕]으로 變[변]하는데 거기에 보다 큰 ‘유 ─ 모아’ 의 地盤[지반]이 일우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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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든지 이러한 詩[시]의 ‘유 ─ 모아’ 도 不調和[부조화]의 理論[이론]으로 說名[설명]되여야 할것이다. 배ㅅ속이 든든하여 風流[풍류]의 마음으로 自然風物[자연풍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밥알 하나 업는 멀건 국물 우에 徘徊[배회]하는 月色[월색]을 怨望[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곳에 風流[풍류]와 飢餓[기아]의 調和[조화] 못할 두 개의 感情[감정]이란 곳에 엉키여 잇는 것이다. 글 한 귀에‘人[인]’字[자]를 여섯 字[자]나 쓰고 ‘二[이]·三[삼]·四[사]·五[오]·十[십]’等[등]의 數子[수자]를 한 귀 속에 늘어놋는 手法[수법] ─ 이것이 놉흔 字[자]니 나즌 字[자]니 하여 拘束[구속] 투셍인 漢詩[한시]와 뒤범벅될 때 漢詩 一盤[한시 일반]의 槪念[개념]과 이 詩[시]의 實體[실체]와의 사이에 背反[배반] 矛盾[모순]이 尖銳化[첨예화]하여 가장 效果的[효과적]인 ‘유 ─ 모아’ 를 形成[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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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卑俗化[비속화]라는 觀點[관점]에서 金笠[김립]의 詩[시]의‘유 ─모아’를 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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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歲[십세]도 못되여서 벌서 장가를 들고 草笠[초립]을 쓰고 건드러거리는 적듸 적은 新郞[신랑]을 보고서 지은 詩[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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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기침에 뛰여나온 大棗[대조]씨냐 하는 것이든지 사람마다 이 模樣[모양]으로 적으면 한 번에 대여섯은 나놋켓다 하는 것이든지 ─ 이것은 天地之間[천지지간]에 有人[유인]이 最貴[최귀]한다는 人間[인간]을 단번에 大棗[대조]씨나 개 도야지로 顚落[전락]식히는 것으로 卑俗化[비속화]하는 程度[정도]. 顚落[전락]식히는 程度[정도]가 매련업시 큰이만큼 그만큼 ‘유─ 모아’ 를 形成[형성]하는 效果[효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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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虱[슬])가 漢詩[한시]의 題目[제목]으로 될 수 잇는 것일가. 取題[취제]에 잇서 벌서 卑俗化[비속화]의 大膽[대담]한 一步[일보]가 떼여노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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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금강산] 어느 큰 절에서 중이 운을‘타’라 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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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글 漢詩[한시]를 짓고 다시 중과 중의 엽헤 안즌 절문 선비를 바라보며 지은 詩[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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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詩[시]의‘유 ─ 모아’도 卑俗化[비속화]로써 說明[설명]된다. 중의 번질번질한 머리가 ‘馬囊[마낭]’ 갓다는 것이든지 선비의 머리 우에 상투가 ‘狗腎[구신]’ 갓다는 것이든지 가장 效果的[효과적] 手法[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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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優越性[우월성]으로부터 形成[형성]된 金笠[김립]의 詩[시]의 一例[일례]를 들면 佝僂[구루](곱사)를 題目[제목]으로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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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튼 詩[시]. 乞人[걸인]을 題目[제목]으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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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튼 詩[시] ─ 이 詩[시]들은 身體[신체]의 缺陷[결함]이 잇는 곱사나 身勢[신세] 慘酷[참혹]한 죽어넘어진 거지와 제 身體[신체] 제 身勢[신세]를 比較[비교]하여 제 自身[자신]이 優秀[우수]하다 하는 優越感[우월감]이 얼거논 ‘유 ─ 모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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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트로 社會不適應[사회부적응]이 形成[형성]하는 ‘유 ─ 모아’ 는 金笠[김립]의 一生涯[일생애]의 處事[처사]와 行動[행동]이 다른 무엇보다도 잘 表現[표현]하엿다. 그는 고집쟁이다. 乭夫 以上[돌부 이상]의 고집쟁이다. 春夏秋冬[춘하추동]을 나는 몰는다는 듯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푹 뒤집어쓰고 단인 삿갓 ─ 그것은 金笠[김립]의 고집의 凝固物[응고물]이다. 고집은 創造[창조] 進化[진화]하는 社會[사회]와 逆行[역행]하는 社會不適應[사회부적응]의 것으로 그의 生涯[생애] 自體[자체]가 이러한 理論[이론] 우에 슨 가장 痛快[통쾌]하고 가장 深刻[심각]한 一篇[일편]의 ‘유 ─ 모아’ 의 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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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時代[시대]의 기우러저가는 世上物情[세상물정]과 人心[인심]을 조곰도 認識[인식] 못하고 堯舜時代[요순시대]를 꿈꾸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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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種類[종류]의 詩[시]는 그 ‘유 ─ 모아’ 를 모다 社會不適應[사회부적응]의 理論[이론]으로 가장 잘 說明[설명]될 것이며 不適應[부적응]의 程度[정도]가 크면 클사록 그 效果[효과]도 그만큼 顯著[현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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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新報[매일신보]』 1938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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