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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엽소균(葉紹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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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葉紹鈞[엽소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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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선생(中山先生[孫文[손문]의 字[자]])은 단 우에 서서 침착하게 빛나는 눈으로 잔득 앞을 바라다 보았다. 육십이 가까운 나이나 그의 몸은 기둥같이 정정하게 서 있었다. 그의 부인 성칭링 여사(宋慶齡女士)가 그의 옆에서 있다. 몸에 걸친 펄펄 날리는 엷은 옷이 그의 아름다운 자태에 꼭 맞으며 그도 역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숙하고 감동적인 모양이 무슨 신성한 것에나 대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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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넓은 마당에는 이미 사람들이 거이 가득 찻다. 벌집 속의 벌과도 같이 바글바글 들끌는 사람들의 머리가 잠시를 가만히 있지 않었다. 대개는 머리에다 밀짚모자를 쓰고 그것도 몯 쓴 사람은 그대로 머리를 햇빛에 쪼여, 젖었든 머리털이 번들번들 빛난다. 마당 주이에는 꽤 많이 푸른 나무가 들어서 있으나 나무가지나 잎사구까지 깟댁도 하지 않어 마치 일부러 이 회장을 엄숙히 장식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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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차 꽝뚱전성 농민대회(第一次廣東全省農民大會)가 거행되는 날이였다. 모인 군중은 꽝뚱(廣東)의 각 현(各縣)에서 모였으며 멀고 먼 길을 걸어서들 왔다. 그들 손에는 바구니 혹은 병을 드렀고 그 속에는 제각기 소용되는 너절한 물건들을 너가지고 왔었다. 그들의 입은 옷은 오래된 데다가 취락해서 월래 흰 옷은 거이 분별치 몯하겠으며 검은 옷은 때기름으로 번들번들했다. 이런 사람들이 수많이 모여서 회를 여는 것은 유달리 선선하고 또 기괴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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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들의 얼골에 나타난 것은 오히려 지극히 열열하고 정성스러운 빛이였다. 꽝뚱형(廣東型)의 쑥 드러간 눈들이 단 우의 중산선생을 잔득 바라보았다. 그의 넓드란 이마 듬쑥한 눈섭 점점 히끗히끗 시여가는 수염을 ─. 또 동시에 정신이 황홀해저서 중산선생이 점점 그들과 가차워저 거이 코가 서로 맛닷게 되였다. 그들의 얼골에는 우슴보다도 더 심각한 표정이 나타나며 두틈한 입술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곰 버러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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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같이 온 사람과 서로 불으고 이야기하고 가라치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음으로 자연 조용하지는 않었으나 다만 거기서 뚜렷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은 결코 건성으로만 벅석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은 대단히 침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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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의 머리로 넓은 마당이 가득 차서 빈 틈 하나 없었으며 도리혀 먼지처럼 심하게 움지기도 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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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理想)이 실현(實現)된 것과도 같은 일종의 기뿐 감각(感覺)이 중산선생의 머리에 떠올라 그는 저도 몰으는 사이에 눈을 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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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의 시선(視線)이 아랫 편으로 향했다. 그리고 앞에 슨 농민들의 발을 잔득 보았다. 그 발은 맨발이며 어제 오후 비올 때 튀여올은 진흙이 그대로 묻었으며 정맥관(靜脈管)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려있고 발바당은 똑 땅 우에 드러부튼 것 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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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奇蹟)이라도 본 듯이 그 맨발을 보자마자 그는 그만 멍 ─ 하니 생각 속에 잠겨버리어 잠간 동안이였으나 생각은 아득한 수십년 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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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의 고향 또산(多山)을 생각했다. 산길은 단기기 대단히 어려웠으며 그가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도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과 똑같이 모다 맨발들이었다. 그 때 자기 가족의 형편도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과 똑 같았으며 오로지 두 팔만 가지고 벌어서 연명하였고 쌀값이 비싸서 쌀밥은 몯 먹고 근근히 감자만을 먹었었든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이런 것을 보고 맨처음에 혁명사상(革命思想)을 가지기 시작했든 일을 생각했다. 즉 중국 농민은 또 다시 이러한 곤궁(困窮) 속에 빶이지 않어야 되며, 중국의 어린이는 반드시 신을 신어야만 하며, 쌀밥을 먹어야만 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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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社會)에 대하야 경제(經濟)에 대하야 꾸준히 고찰(考察)해 오고 연구해 왔으며 이것으로부터 혁명 사업에는 농민이 참가해야만 되며 혁명의 결과 농민의 생활이 개선(改善)되여야만 한다는 일을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뜻으로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책을 구하고 사람들을 방문하고 이렇게 하는 동안에 어느 결엔가 삼사십년이 지난 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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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눈앞에 ─ 그는 생각했다 ─ 마당 가득이 서 있는 사람들은 삼사십년 전에 비해서 더 곤궁한 농민이며 그들에게는 유형무형(有形無形)의 압박이 전일대(前一代)보다도 더 심하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 이 대회에 달려왔으며 혁명의 기ㅅ빨 밑에 모여들었다. 이것은 중국의 한 새로운 혁명이며 혁명의 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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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거이 한꺼번에 솟아올랏다. 그래서 그는 다시 또 그 맨발을 바라보았다. 한 줄기 쓰라린 감동의 불길이 가슴속에 치밀어 침착하면서도 빛나는 눈을 적시였으며 마음속은 그 맨발에 더 한층 가까이할여는 열망에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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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머리를 돌리어 그의 부인을 보니 부인은 마침 수건을 들었다.
【원문】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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