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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온종일 학교에서 유쾌하게 뛰어 놀고 집에 돌아와서는 동아리 아이들과 술래잡기와 널뛰기를 하였습니다. 새 댕기를 드린 기쁨과 새 옷 입은 기쁨과 어디를 가든지 설상 받는 기쁨과 함께 아기는 참말 즐겁게 기쁘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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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을 가든지 떡과 고기를 주고 집의 벽장을 열면 다른 때 없는 과자와 과실이 있었으므로 아기는 정월이란 달을 가장 유쾌하게 맞이하였고 또 기쁘게 마음껏 뛰놀았습니다. 오늘은 더욱 학교에서 돌아오니까 오래 못 보던 시골 아주머니가 아기의 할아버지께 세배하러 왔다가 아기의 제일 좋아하는 각시를 사다주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유쾌해서 해질 때까지 마음껏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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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는 안방에서 시골 아주머니와 어머님과 재미있게 이야기하시는 틈을 타서 아기는 건넌방으로 건너와서 촛대에 불을 켜고 오늘 선물 받은 각시를 안고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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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온종일 너무 뛰어놀아서 몹시 몸이 피곤하였던지 따뜻한 방에서 몸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여 아기는 각시를 안은 채 그대로 드러누웠습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오고 촛불이 아물아물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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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촛불이 깜박깜박 하여지면서 너펄너펄 춤추는 듯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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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촛불 속에서 붉고 누런 옷을 입은 촛불의 여신이 스르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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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기씨! 잘- 주무십시오. 내가 아기씨의 몸을 둘러싸고 보호하여 드릴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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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그 붉은 치맛자락을 벌려 아기의 몸을 덮는 듯이 휘어 싸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아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가만히 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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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있더니 무엇에 놀랐는지 춤추고 돌아다니던 촛불의 여신이 우뚝 서면서 점점 얼굴빛이 흐려졌습니다. 달의 여신이 아기의 방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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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내가 아기를 지키는데 들어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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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촛불이 점점 흐려지며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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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아기의 얼굴을 지키고 아기의 입에 입 맞출 차례이니 너는 그만 쓰러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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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야! 너는 내가 있는 곳은 못 들어오는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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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마라. 들어온 이상에는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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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달이 새파랗게 질려서 대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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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마디 주고받고 하더니 점점 서로 성이 나서 나중에는 달의 여신이 그 은빛 창으로 촛불의 여신을 질러 넘어뜨렸습니다. 불쌍하게도 촛불은 피를 뚝뚝 촛대에 떨어뜨리면서 죽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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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온전히 방 안이 달의 천지가 되어버렸고 달의 여신은 다시 방긋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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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씨 잘- 주무십시오. 내가 보호해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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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너무도 놀라서 전신을 부르르 떨고 놀라 눈을 떠보니 지금까지 일은 모두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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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까지 깜박깜박하는 촛불은 벌써 다- 닳아서 꺼져버리고 촛대위의 초가 녹아 흘린 것만 여기저기 여신의 피가 떨어지듯 흘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기의 방 창으로는 정월대보름 밝은 달빛만 푸르게 비춰들어와 있었습니다. 아기가 창문을 열고 달을 바라볼 때에 웬일인지 진주 같은 눈물이 별 같은 두 눈에 고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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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제3권 제3호, 19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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