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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기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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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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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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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국기 소녀라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 기억해둘 것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저 멀고 먼 불란서라는 나라의 예쁘고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그 나라 국기는 푸른 빛, 흰 빛, 붉은 빛의 세 가지 빛으로 줄이 진 것 입니다. 이것을 똑똑히 기억해두십시오. 그러면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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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불란서 나라는 수십 년 동안 원수같이 지내던 그 옆 나라와 큰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달 동안을 싸움을 계속하며 애매한 병정들도 많이 죽었으며 그 나라 큰돈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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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란서의 국운이 불길하였던지 적국 병정들은 일조에 여러 곳을 쳐서 무찌르고 불란서 서울 파리라는 곳까지 왔습니다. 자 큰일났습니다. 임금님은 성을 넘어 어느 시골로 몸을 피하시고 백성들은 어린 아이와 늙은 부모를 업고 도망을 하였습니다. 용감한 불란서 청년들은 의용대를 꾸며가지고 적군을 막으려 하였으나 원래 강한 적병은 도저히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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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성과 화려한 집은 무지한 적병이 쏘는 대포탄환에 다 헐리고 애처로운 흔적만 남아 있으며, 예전에 기쁘게 산보하던 행길에는 비린내 나는 시체가 여기저기 쌓였습니다. 사람마다 무서움과 원통함으로 울고 부르짖지만 인정사정없는 적병은 귀 한번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일찍 도망을 간 사람은 모르지만 도망도 하지 못하고 적병이 둘러싼 파리에 갇히다시피한 사람들의 신세야말로 정말 불쌍했습니다. 맛있는 음식, 고운 의복은 모두 다 적병이 가져가고 말았으며, 어디를 나가다가도 적병의 그림자만 보이면 그대로 돌아서서 피하여 달아나버립니다. 신성한 예배당에서 구슬프게 종을 울리면 예배당으로 모이지 못하고 각기 자기의 집에 앉아서 눈물을 섞어가며 기도를 올립니다. 가여운 어린이들! 아 그들의 생활은 또한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고운 의복 한 벌 없고 맛있는 과자 한 개 없으며 매일같이 재미있게 다니던 학교문은 닫혀버렸고 학교는 헐려져버렸으니 그들은 어디 가서 놀며 어디 가서 이야기하겠습니까. 다만 예쁜 두 손을 한데 모으고 ‘아 아버지시여 ! 평화와 영광을 가득 차게 하여 주소서’ 하고 가만히 기도를 올릴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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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럭저럭 슬프고 쓸쓸한 가운데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시 불란서 사람들에게는 큰 근심거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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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불란서의 국립기념일이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이 국립기념일은 불란서의 여러 경축일 중에 제일 중요한 경축일이었습니다. 어떤 해든지 이 경축일이 돌아오면 학교와 관청이 다 쉬는 것은 물론이고 상점까지도 문을 닫고 이날 하루는 유쾌히 축하하는 것이었습니다. 궁중에서는 임금님을 위시하여 큰 연회가 있었으며 집집마다 떡과 과일을 준비하고 적은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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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새 옷과 새 댕기를 늘어뜨리고 머리를 곱게 빗고 이날 하루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각 예배당에서는 기쁜 종소리를 울리며 시내의 집집마다 색등과 만국기를 달아 곱게 장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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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처에서 울려나오는 유량한 음악 소리와 한 가지 여러 시민들이 하는 가장행렬이 행길을 지나갑니다. 그러면 집집마다 이층 삼층으로 높이 올라가서 창문을 열고 준비한 꽃송이를 뿌려줍니다. 행길은 모두 꽃밭이 되고 그 날 하루는 정말 아름다운 꿈나라같이 곱고 유쾌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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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윽고 밤이 돌아오면 사방에서 별별가지의 매화총을 놓아 공중을 재미있게 장식하며 반짝반짝하는 별의 무리는 더욱 빛나서 여러 사람의 유쾌한 마음을 돋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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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놓았던 색등에 일제히 불이 켜지며 각 학교 어린이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제등행렬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날 하루는 불란서 국민으로는 잊지 못할 날이었으며 일년 중 제일 영광스러운 날일 것입니다- 어느 때든지 어린이들은 이 국립기념일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어른들은 이날의 경축을 잘하려고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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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평생 잊지 못할 국립기념일이 저같이 슬프게 지내게 된 불란서 사람에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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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곤란하고 쓸쓸한 날을 보낼지언정 이날 하루는 어떻게 하든 재미있게 보내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원래 무지하고 인정이 적은 적병들은 결단코 그날 하루의 경축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경축을 못하게 할 뿐 만 아니라 만약 그날에 무엇이든 경축하는 뜻으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여 없애겠다는 무섭고 엄한 명령이 적병대장에게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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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명령을 받은 불란서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나라에 무슨 일이 있든지 반드시 기념식은 거행하여왔건만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야 무엇에 비교하겠습니까. 그대로 명령을 거역하고 기념식이나 경축하는 뜻을 표한다 하면 당장에 적병에게 죽을 것이고, 분나는 대로 하면 적병을 죽이고 싶지만 맨 주먹으로 어찌 수 많은 적병을 당하겠습니까? 집집마다 근심뿐이고 사람들마다 이마에 주름살을 펴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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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은 흰 수염을 날리면서 모여 앉으면 그날을 경축할 근심뿐이며, 어린이들은 어린이대로 서로 모여 앉으면 그날을 어떻게 맞이할까 걱정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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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적병들도 사람이니 잘- 청을 하면 들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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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러 시민들은 모여서 의논해보았습니다. 그중에 전부터 정사도 제일 잘하고 학문도 제일 많으며 말도 제일 잘하기로 유명한 한 사람을 뽑아서 적병에게 교섭하러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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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 사람이 가서 말을 잘- 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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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러 사람은 기대하였고 교섭하러 가는 그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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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가면 들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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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갔습니다. 그러나 만민이 믿고 바라던 것은 여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적병은 절대로 그날을 경축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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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답을 들은 여러 사람은 어찌나 실망을 하였는지 그 자리에 쓰러져서 뜨거운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면서 슬퍼하는 이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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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올해는 기어코 경축을 못한단 말인가. 축하는 못할지라도 국기라도 달게 하여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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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러 사람들이 부르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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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그곳에 제일 유명한 변호사 한 사람이 자청하여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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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드시 교섭을 잘- 하여가지고 그날 하루는 축하하도록 할 터이니 여러분은 염려치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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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적병에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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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악무도한 적병이 허락할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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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 만약 국기를 다는 집이 있으면 집도 불 질러버리고 사람도 죽여버릴 테다’는 무지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불란서 국민들은 정말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은 것같이 놀랍고 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힘이 없는 그들이야 어찌하겠습니까? 다만 원통한 가슴만 두드리면서 슬프게 기도나 올릴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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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자꾸 가서 벌써 내일이 경축일입니다. 저녁을 먹고 동네동네 모여 앉은 사람들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여 말하지 못하고 긴-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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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어느 집 조그만 방에 열두어 살쯤 된 예쁜 처녀들 세 사람이 둘러 앉았습니다. 그들은 앞뒤 집 사는 사이좋은 동무로 같이 한 학교 한반에 다니는 소녀였습니다. 매일 놀 때에는 서로 불러가지고 놀며 산보할 때에는 서로 손목을 잡고 다니 는 정다운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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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작년에는 오늘밤부터 매화총을 놓고 각처에서는 연회가 있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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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한 소녀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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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셋이 바로 이 방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서 손뼉치고 놀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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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또 한 소녀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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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는 왜 이리 쓸쓸하냐. 내일은 어떻게 쓸쓸할지 모르겠지. 그 망할 전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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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머지 한 소녀가 말했습니다. 세 소녀는 일제히 어린 가슴에 억울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작년에 재미있고 유쾌한 생각을 하다가 올해에 슬프고 외로운 생각을 하며 얼마나 전쟁을 미워하고 원망하였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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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서로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맞추어 춤도 추었고 작년에는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즐거워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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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각을 하며 그들은 얼마나 평화로운 때를 사모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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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셋이서 고개를 숙여 기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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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 국기라도 달게 하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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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들은 마음을 다-하여 아름답게 기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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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처녀는 기도를 그치고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조금도 더러움이 없고 잡됨이 없는 세 처녀의 마음에는 빛 고운 불란서 국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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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같이 곱게 진주같이 영롱한 세 처녀의 눈에는 불란서 삼색 국기가 번쩍였습니다. 세 처녀는 멍-하니 국기를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아- 국기다!’ 세 처녀는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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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번갯불이 번쩍하듯 세 처녀의 앞에는 삼색국기가 변하여 자기네 세 처녀가 되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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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처녀는 일시에 ‘아-’하고 소리치면서 손뼉을 쳤습니다. 세 처녀의 눈에서는 광채가 돌며 세 처녀의 두 뺨에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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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좋은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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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한 처녀의 소리에 셋은 꿈에서 깬 것같이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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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일 아침에 모자며 저고리, 치마, 구두까지 흰 것으로 해 입고 오너라. 그리고 또 너는 위에부터 아래까지 푸른빛으로 해 입고 오너라. 그러면 나는 모자부터 구두까지 붉은 빛으로 해 입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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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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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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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두 처녀는 손뼉을 치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세 처녀는 기쁨과 감사함으로 다시 기도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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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이 새고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동편 하늘에서는 화려하고 붉은 태양이 전날과 다름없이 불끈 솟아 올라왔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습니다. 그러나 불란서 전국은 구슬픔과 눈물로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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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달리 국기 하나 달린 집이 없었으며 웃음소리 하나 나오는 집이 없으며 음악 소리 하나 나오는 집이 없으며 오직 한숨소리와 원통한 부르짖음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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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창문을 열고 늙은이 젊은이 어린이 할 것 없이 시름없이 내려다보면서 하늘만 쳐다보며 탄식할 뿐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이 길로 가장행렬이며 제등행렬이 지나갔는데!’ 하고 생각하나 올해는 행길로 다니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아- 무니한 놈들! 국기조차 못 달게 하다니 -’ 하고 늙은 할머니들은 눈물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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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저들의 마음을 위로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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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문득 이때에 행길 저편에서 유쾌한 경축의 창가를 부르며 나란히 서서 오는 세 처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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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세 처녀가 아닙니다. 불란서 국기입니다. 그들이 집 앞에 달기 원하던 불란서 국기입니다. 앞선 처녀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푸른옷이며 가운데 처녀는 흰 것이고 끝에 선 처녀는 붉은 것이었습니다. 세 처녀의 비단 치맛자락이 불어오는 아침 바람에 펄펄 나부끼는 것이 아- 이것이 그들이 바라던 불란서 국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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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맨- 처음에 불란서국기는 푸른 것 흰 것 붉은 것의 세줄 진 것이라고 한 것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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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 처녀의 삼색 옷을 입고 국가를 부르면서 넓은 행길을 타박타박 걸어갈 것을 생각하여 보십시오. 아- 이것이 불란서 국기 하나가 바람에 떠가는 것 같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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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하려고 애태우던 좌우 창에서 내다보는 저-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정신 모르게 손뼉을 치면서 국가를 합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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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다운 불란서 소녀여! 아- 예쁜 국기 소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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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들은 소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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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세 처녀의 행동에 대하여 어느 적병인들 그를 못하게 하겠습니까?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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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원문】국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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