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중이 고깔을 쓰고 장삼(長衫)을 입고 (혹은 두루마기를 어깨에 걸침) 소무(小巫)에게 접근 하여, 호려내는 시늉을 하면서 늘어진 굿거리 장단에 따라 대무(對舞)한다.
5
문둥이가 벙거지를 쓰고 검은 덕거리를 입고는 북과 북채를 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무대 중앙에 와서 가리었던 손을 내리고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북춤을 한바탕 추다가 퇴장한다.
7
굿거리 장단이 주악으로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붉은 덕거리 입은 초란이가 등장하면, 따라서 유색(有色)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제밀지, 짧은 흰치마 저고리를 입어서 허리가 들어난 할미, 패랭이 쓰고 검은 덕거리 입고는 한 쪽 가랭이를 걷어 올리고 한 손에 채찍을 든 말뚝이, 털이 있는 수피제관(獸皮製冠)을 쓰고 유복(儒服)을 입고 지팡이를 든 청보양반, 갓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고 부채를 든 젓양반, 갓 쓰고 평상복 입은 갓양반이 등장한다. 모두 적당한 곳에 서서 음악에 따라 덧베기춤을 춘다.
8
청보양반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쉬- [주악이 그친다. 따라서 할미와 제밀지는 퇴장하고 어릿광대인 젓양반, 갓양반, 초란이는 춤을 추다가 엉거주춤 일렬로 서고, 말뚝이는 청보양반을 마주 보고 선다.] 소년 당상 아해 도령 좌우로 늘어서서, 말 잡아 장고 메고, 소 잡아 북 메고 안성(安城)맞치 캥수(꽹과리) 치고, 운봉(雲峰)내기 징 치고, 술 거리고(거르고) 떡 치고, 홍문연(鴻門宴) 높은 잔치 항장군(項將軍)이 칼춤 출 때, 마음이 한가하여 석상(石床)에 비기 앉아 고금사(古今事)를 곰곰 생각할 때, 어데서 응박 캥캥하는 소리 양반이 잠을 이루지 못하여 나온 짐(김)에 말뚝이나 한 번 불러 보자. 이놈 말뚝아-
9
어릿광대일동 [젓양반, 갓양반, 초란이] [제각기] 말뚝아, 말뚝아.
10
청보양반 쉬- [말뚝아 부르면서 흥청거리는 어릿광대들의 면상을 딱딱 친다.]
11
어릿광대일동 [제각기] 아야, 아야 [굿거리장단이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덧베기춤을 모두 어울리어 한바탕 춘다.]
12
청보양반 [지팡이를 두르면서] 쉬- [음악·춤 그친다.]
13
말뚝이 동정(洞庭)은 광활하고 천봉만학(千峰萬壑)은 그림을(으로) 그려 있고 수상부용(水上芙蓉)은 지당(池唐)에 잔잔한데, 양유천만사(楊柳千萬絲) 계류춘광(繫留春光) 자랑 하니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이라. 어데서 말뚝이 부르든지 나는 몰라. 말뚝이 문안이오. 말뚝이 문안 받으면 양반 머리가 툭 터진다. [채찍으로 양반의 면상을 탁 친다.]
15
어릿광대일동 [덩달아서 나서며] 벼룩이 툭, 벼룩이 툭.
16
청보양반 쉬- 이놈 말뚝아- 잔말 말고 인사나 탱탱 꼬라 올려라.
17
말뚝이 [젓양반과 갓양반을 가리키며] 이 양반은 그 누구시요? 저 양반은 누구시오? 평양감사(平壤監司) 갔던 청보생원(生員)님 이올씨까?
18
청보양반 청보생원님은 이 양반이 청보생원님이다. 이놈 말뚝아, 저 밑에 선 저 도령님이 남 보기에는 빨아 놓은 김치 가닥(가락) 같고 밑구멍에 빠진 촌충(寸虫) 같아도 평양감사 갔을 때에 병풍 뒤에서 낮거리 해서 놓은(낳은) 도령님이니 인사나 탱탱 꼬라 올려라.
19
말뚝이 예, 옳소이다. [손에 쥔 채찍으로 일동의 면상을 그으니, 모두 아야, 아야 소리를 치고 '이놈 말뚝아-' 하면서 오쫄거린다.]
20
청보양반 이놈들 시끄럽다. [모두 엉거주춤 선다.]
21
말뚝이 날이 뜨뜨부러하니 양반의 자식들이 흔터에 강아지 새끼 모인 듯이, 물끼에 송어리 모인 듯이, 연당(蓮塘)못에 줄나무싱이 모인 듯이, 모두 모두 모이어, 제 의붓아비 부르듯이 말뚝아 부르니, 듣기 잔히 앳곱아) 못 듣겠소.
22
청보양반 [크게 성내어] 이놈 의붓아비라니. [청보양반과 어릿광대들이 말뚝아 부르며 흥청거리면, 굿거리장단이 나온다. 음악에 맞추어 등장인물 일동이 덧베기춤을 춘다.] 쉬- [음악·춤 그친다.] 이놈 말뚝아-
23
말뚝이 예, 소인 상놈이라, 이놈 저놈 하지마는 내집 근본 들어 보소. 우리 선조 칠대 팔대 구대조(九代祖)께옵서는 벼슬이 일품(一品)이라 병조판서(兵曹判書), 이조판서(吏曹判書)도 더럽다고 아니하고, 육대 오대 사대조(四代祖)께옵서는 좌우승지(左右承旨)를 지내시니 그 근본 어떠하오.
24
청보양반 이놈 네 근본 제쳐 두고 내 근본 들어 보아라. 기생(妓生)이 팔선녀요. 비자(婢子)가 열둘이요 마호군(馬護軍)이 스물이요. 능노군이 서른이라, 그 근본 어떠하노?
25
말뚝이 허허허허…… 그 근본 자아니(장히) 좋소. [등장인물 일동이 제각기 '그것은 내 근본이다.' '내 근본이다.'하면서, '응박캥캥 호로호로 삣죽'하고 흥얼거리면, 굿거리장단이 나오고, 이 장단에 맞추어 덧베기춤을 춘다.]
26
청보양반 쉬- [음악·춤 그친다.] 이 때는 어느 때냐? 춘삼월 호시절이라 석양(夕陽)은 재를 넘고 강마(江馬) 슬피 울 때 한 곳을 내려 가니, 마하(馬下)에 난양공주(蘭陽公主), 영양공주(英陽公主), 계섬월(桂蟾月), 진채봉(秦彩鳳), 심요연(沈요烟), 적경홍(狄驚鴻), 가춘운(賈春雲), 백능파(白菱波) 모두 모두 모여서 나를 보고 반기 하니(반가와 하니), 이내 작순이가 철철철철. [청보양반 흥청거리기 시작하면 굿거리 장단이 나오고, 일동이 덩달아서 음악에 맞추어 덧베기춤을 춘다.] 쉬- [음악, 춤 그친다.] 이놈 말뚝아- 과거(科擧)길이 바빠오니 가진(갖은) 안장(鞍裝) 차리어라.
27
말뚝이 예, 마판(馬板)에 들어가서 서산나기 몰아 내어 가진 안장 차릴 적에, 청홍색 고운 굴레주먹상모(朱墨象毛(?)) 걸어 매어, 앞도 잡아 걸어 매고 뒤도 잡아 걸어 매니, 호피(虎皮) 등에 새가 난다. 노새님 끌어냈소.
28
청보양반 [크게 화를 내어 지팡이를 쳐들며] 이놈 말뚝아, 노생원(老生員)님이라니.
29
어릿광대일동 [뒤따라서] 노생원님이라니.
32
청보양반 네 내 말 잘못 들은 죄로 네 귀구멍에다 내 작순이로(작대기를) 쿡 처박자.
33
(어릿광대일동 제각기 '청노새, 청노새'하고 흥청거리면 굿거리 장단이 나오고, 그 음악에 맞추어 등장인물 일동이 덧베기춤을 춘다.)
35
비비가 보자기를 둘러 쓰고 등장 하여, 젓양반 이외의 등장인물에게 한 사람씩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비비' 소리를 내면, 모두 깜짝 놀라 '이크 이게 무엇고?' 하면서 차례로 퇴장한다.
36
비비 [젓광대 주위를 왔다 갔다 하다가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비비' 하고 소리를 지르면, 깜짝 놀라서 부채를 떨어뜨린다.]
37
젓양반 [떨어뜨린 부채를 주우려고 허리를 굽힌다.]
38
비비 [다시 '비비', 하고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39
젓양반 [놀라서 허리를 폈다가 비비가 한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다시 살금살금 허리를 굽히어 부채를 주우려고 하자, 또 비비가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비비' 소리를 지르며 젓양반 앞으로 왈칵 달려드니 그만 젓양반이 넘어진다. 왼 손을 다친 시늉을 하면서 일어나서 오른 손으로 주머니에서 침을 내어 왼 손에 놓은 뒤, 손을 흔들어 나았다는 몸짓을 하고 두 팔을 둥둥 걷어 올린다.] 내가 죽을 요량(생각)하고 할기라(할 것이라.) [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내가 인제 살았으니 이놈 근맥(筋脈)을 좀 알아 보겠다. [비비 가까이 간다.] 이거 짐승은 짐승인데 말하는가 보자. 네가 무엇고?
41
젓양반 아따 이놈이 말로(말을) 한다. 어데서 무엇 먹고 살았노?
42
비비 경기도(京畿道) 삼각산(三角山)서 네 같은 양반 구십구 명 잡아 먹고 넬로(너를) 먹으면 백 명이라.
43
젓양반 아따 이놈 참 겁난다. 다른 것은 못 먹나?
54
비비 그것은 더 잘 먹고, 치도 잘 먹는다.
55
젓양반 치치치치. [생각을 더듬는다.] 옳다. 메루치, 갈치, 공치, 물치, 참치, 송치도 잘 먹나?
57
젓양반 그러면 육산(陸産) 고기도 잘 먹나?
61
젓양반 너거(너의) 할배 잘 먹나? 내가 너거 할애비다.
62
비비 예끼순. [양반에게 왈칵 달려든다.]
63
젓양반 [피한다.] 비비 촐촐 둥둥 캥캥. [흥청거리며 굿거리 장단이 나온다. 이 음악에 맞추어 젓양반과 비비가 어울리어 한바탕 덧베기춤을 추다가, 제밀지가 나오면 젓양반과 비비는 퇴장한다.]
65
영감 [제밀지를 따라서 갓 쓰고 평상복을 입고 등장, 무대 중앙에 선다.] 마당쇠야-
68
마당쇠 예- [퇴장하여 술상을 차려 등장하였다가 놓고는 곧 퇴장한다.]
69
제밀지 [술상 머리에 앉아 한 잔 따라 영감에게 권한다. 영감이 받아 마시고는 시조〈이 술 한 잔 잡수시면 천년이나…… 따위〉와 단가〈죽장 짚고 망혜 신어 천리강산 들어가니…… 따위〉를 한 마디씩 부르고 제밀지와 어울리어 춤을 추면서 흥겹게 논다.]
70
할미 [등장 하여 무대를 돌면서] 영감 영감-.
71
영감 [능청스럽게 귀를 이리 기웃둥 저리 기웃둥하다가 일어나 무대를 돌다가 할미와 마주치어 서로 양팔을 잡는다.]
72
할미 영감을 찾으려고 조선 팔도로 다니면서 등등이 골골이 참빗 골골이 다녔소. 내가 할 수 없이 물중전 팔다가 소나기 비를 만나서 낯이 붉고 푸릅니다.
74
할미 내가 할 수 없어서 영감 하나를 얻었더니 창병(瘡病)이 올라서 내 코가 썩었소. [훌쩍거리며 눈물을 지운다.]
75
제밀지 [이 광경을 보고 자탄가(自嘆歌)〈이 팔자가 웬일이냐…〉를 부른다.]
76
할미 [제밀지의 자탄가 소리를 듣고 영감이 첩을 얻었다고 제밀지에게로 가서 탄식한다.] 내가 속았구나. [할미와 제밀지 서로 싸우며 제각기 '내가 속았다. '라고 하면서 영감을 잡아 당긴다.]
77
영감 [할미 보고] 네가 작은 각시 얻었다고 야단 치니, 내 같은 오입장이가 더런 넬로(더러운 너를) 다리고 살겠나마는 부모가 정해준 배필(配匹)이라 할 수 없이 네를 좀 생각하는데 네가 너무한다.
78
제밀지 아이구 배야- [갑자기 아이 낳는 시늉을 한다.]
83
황봉사 [마당쇠를 앞세우고 더듬거리며 북을 들고 등장, 북을 놓고 두드리며 경문(經文)을 읽는다.]
84
마당쇠 [황봉사를 데리고 왔다가 곧 퇴장.]
85
영감·할미 [정화수를 떠 놓고 절을 하며 축수한다.] 속히 순산(順産)하여 주십사.
87
영감 [생남했다고 좋아하며 아이를 부둥켜 안고 어른다.]
88
할미 [영감에게서 아이를 받아 어르다가 떨어뜨려 죽인다.]
89
영감·제밀지 [할미를 때려 죽인다. 퇴장]
90
상두군 4인 (흰 보자기를 들고 등장하여 죽어 넘어진 할미를 덮어 싸서 상여로 어른다.)
91
영감 [굴건 쓰고 등장, 상여 뒤를 따른다.]
92
상주 [2인 등장, 상여 뒤를 따르며 서로 다투어 말한다.] 내가 큰 상주다. 네가 작은 어미한테서 났다.
93
영감 애고 애고, 어이 어이. [상두군이 어르는 상여 뒤를 따르면서 우왕좌왕하며 한바탕 놀고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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